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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공감]지금까지 361회 참여 '헌혈 전도사' 최락준 수원 창현고 교사

이원근 이원근 기자 발행일 2021-05-12 제14면

"헌혈은 작은 건강검진…생명 나누는 가장 소중한 일"

인터뷰공감 창현고등학교 최락준 교사30000
'헌혈 전도사'로 알려진 수원 창현고 최락준 교사가 학교 회의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헌혈은 자신의 건강 관리는 물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의미있는 행동"이라며 헌혈의 가치를 소개하고 있다.

19살 시작 1년에 12번 이상 '팔 걷어' ABO 프렌즈 회원으로 활동
8300여명 교직원·학생들 동참 유도… 여자친구에 독려하는 제자도
감염병 우려 헌혈 버스 운영에 제약… 학교에 들어오지 못해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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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자 여러분들의 작은 사랑의 실천이 세상을 조금 더 밝게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우리 사회 대부분이 '멈춤'이 됐다. 그중에서도 헌혈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만큼 얼어붙었다. 실제로 헌혈량이 부족해 종종 전체 재난문자 등을 통해 '헌헐량이 부족하다 도와달라'는 말이 전파되기도 했고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단체헌혈에 나서며 헌혈을 독려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헌혈량은 여전히 부족하다. 11일 기준 전국 혈액 보유량은 4.2일분으로 적정 혈액 보유량인 5일분을 밑돌고 있다.

인터뷰공감 창현고등학교 최락준 교사4

이런 비상상황에서도 변함없이 헌혈하고 독려하는 헌혈 전도사가 있다. 수원 창현고등학교 최락준(48) 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금까지 361회 헌혈에 참여했는데, 헌혈을 처음 시작한 나이부터 지금까지로 단순히 나눠봐도 1년에 12번 이상 헌혈을 해 온 셈이다.



정기적인 헌혈을 약속하는 대한적십자사 등록헌혈제도 'ABO Friends' 회원으로 활동 중인 최락준 교사는 헌혈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가치 있는 행동이라는 신념 아래 꾸준히 헌혈에 동참하고 있다. 또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과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도 헌혈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그가 처음 헌혈을 시작하게 된 때는 19살 때였다. 울산이 고향인 그는 서울에서 학력고사를 치른 뒤 청량리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다가 헌혈의 집을 발견하고 우연히 헌혈을 하게 됐다.

이후 서울 회기동에 있는 대학을 다니면서 최락준 교사는 대학생활동안 누군가를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헌혈을 떠올렸고 학교 근처에서 꾸준히 헌혈에 동참했다.

지난 2004년 수원의 창현고에 부임한 뒤에도 헌혈 활동은 계속됐다. 지금은 없어진 아주대 헌혈센터에서 헌혈을 했고 현재는 집 근처의 수원시청역 센터에서 헌혈을 하고 있다.

최락준 교사의 헌혈 사랑은 가족들과 학생들에게도 퍼졌다. 올해 대학교 1학년인 큰아들은 헌혈이 가능한 만 16세가 되면서 헌혈을 시작했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이 되고 생일이 지나면 헌혈이 가능한데 생일 바로 다음날 헌혈의 집에 함께 갔다"며 "둘째도 중학교 3학년인데 헌혈이 가능한 나이가 되면 헌혈에 동참하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그는 가족 구성원들이 A, B, O, AB형 등 4종류의 혈액을 골고루 보유하고 있는 것이 자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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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부터는 자신이 맡고 있는 반의 아이들이 헌혈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봉사활동 시간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학생들에게 헌혈을 장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임 이후 최락준 교사는 최근까지 8천300여명의 교직원과 학생들이 헌혈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최락준 교사는 "처음 학생들과 함께 아주대 헌혈센터에서 헌혈을 하게 됐을 때 생각보다 아이들이 헌혈을 좋아했다"며 "남학생들은 서로 경쟁도 하더라"며 웃음 지었다.

또 "5년 전에는 가르치던 학생이 여자친구와 함께 헌혈을 하러 왔다가 센터에서 마주쳤는데 여자친구에게 헌혈을 독려하는 모습이 기특했다"며 "또 다른 학생은 자신의 혈액형을 모르고 있다가 헌혈을 하러 가 자신이 희귀 혈액형인 'RH-'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고 되돌아봤다.

최근에는 본인이 가입해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헌혈 인증 릴레이를 독려하고 있다. 헌혈을 인증하는 사진을 올리고 회원들과 공유하면서 격려하는 식으로 헌혈 활동에 참여한다.

그는 "헌혈에 대해 강권을 하면 오히려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며 "주변에는 무작정 강권을 하기보다는 헌혈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권유를 하는 방식으로 헌혈을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공감 창현고등학교 최락준 교사1

그가 헌혈을 장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락준 교사는 이웃 사랑과 함께 건강 관리를 꼽았다.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어야 헌혈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헌혈의 좋은 점은 작은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혹 간 수치가 높거나 철분 수치가 부족하면 헌혈이 불가능해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락준 교사는 산책이나 출퇴근을 도보로 하는 등 건강 관리에 힘쓰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19로 학교에 헌혈 버스가 쉽사리 들어오지 못하는 점은 아쉬움으로 꼽았다.

혈액 버스는 시간과 장소 제약이 있는 고등학교나 대학교, 직장 등을 대상으로 버스가 직접 찾아가는 단체 헌혈 방식이다. 단체 헌혈 중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임을 감안할 때 혈액 버스가 학교를 방문하지 못하는 것은 전체적인 혈액 수급의 어려움 중 하나다.

최락준 교사는 "감염병 우려 때문에 버스 헌혈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며 "2학기가 되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버스가 들어오지 않아 학생들에게 헌혈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점도 아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최락준 교사 폴라로이드 사진
헌혈 200회 기념해 찍은 사진.

최락준 교사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가족들이 모두 헌혈을 하러 가는 것이 하나의 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몇 회까지 헌혈을 하겠다는 것 보다 가능한 한 헌혈을 계속하고 싶다"며 "막내가 올해 7살인데 막내가 컸을 때 가족들이 함께 헌혈을 하러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헌혈은 자신의 생명을 나누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 중 하나"라며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본인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지만 혈액을 공급받아야 하는 분들을 위해서도 책임감을 갖고 지켜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삶의 우선순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그럼에도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면 잠시만 시간을 내 헌혈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글/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 사진/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최락준 교사 제공

■ 최락준 교사는?

△ 1972년 12월 울산 출생

△ 1995년 경희대 수학과 졸업

△ 2004년 수원 창현고 부임

△ 2015년 10월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 2018년 4월 헌혈유공자 최고명예대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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