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이슈&스토리] 정부 '농협법 개정안' 농업계 반발

김종화 김종화 기자 발행일 2016-06-17 제10면

입맛대로 법안… 농심 안들리는 '소귀에 경읽기'
중앙회장 권한 뽑아낸 자리 '관치 농협' 싹 심나
"'회원조합 육성' 중심 개편" vs "개정반대 투쟁"

농협중앙회 역할 '회원조합 육성 중심 개편'
조재호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국장이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농협중앙회장 선출 '간선제→이사회 호선제'
지주회사에 대한 중앙회장 고유 권한 사라져
축산특례조항 삭제 "특수성 무시" 업계 주장
농식품부에 자회사 감독권 '자율성 침해' 논란


입법예고한 내용 수년간 논의해온 쟁점 빠져
그나마도 농협·농민 요구사항과 상반된 결과
갑작스런 변화에 일각 '정부 운영 개입' 의혹
시민단체들 "개혁에 역행" 전면 재검토 촉구

2016061601001090800054763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20일 입법예고한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농업계를 비롯해 시민단체 등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전국 축협조합장들은 지난달 31일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축산특례조항을 삭제한 농협법 개정 입법예고를 저지하기로 결의하고 정부와 국회 항의 방문, 10만 서명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또 '좋은농협 만들기 국민운동본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농협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관치 농협으로 회귀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 농협중앙회 노조도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앞에서 농협법 개정 반대 투쟁 선포식을 갖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태가 확산되자 정치권에서도 관련 토론회를 개최해 농업계와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내용을 청취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농림부 앞 집회 여는 NH농협중앙회 노조




#농업계 반발 농협법 개정안 쟁점 분석

농협법 개정에 대해서는 수년째 정부와 농협, 농업계가 의견을 모아 준비하고 있었다.

농업계는 내년까지 농협 사업구조개편이 마무리돼야 하기 때문에 이번 농협법 개정(안)에는 중앙회와 농협 경제지주가 본연의 역할인 농축산물의 판매와 유통에 충실하도록 하고, 사업부문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런 기대와 달리 지난달 20일 농협법 개정(안)이 발표되자 특정 품목을 넘어 전 농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내년 2월까지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 기능이 경제지주로 완전히 이관된다는 내용도 담겨 있고 중앙회가 회원조합 지도·지원에 집중하도록 하고 있다. ┃표 참조

하지만 농·축경대표, 전무이사 등 사업전담대표에게 위임·전결토록 한 중앙회장의 업무규정을 삭제하고, 중앙회 이사회 의결 사항도 중앙회가 직접 진행하는 내용으로 제한하고 있다. 개정(안)대로 농협법이 바뀔 경우 지금까지 농협 내 각종 사업과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중앙회장의 경제사업에 관한 직접적인 권한이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또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도 2011년부터 대의원 280여명이 선거로 뽑는 간선제에서 이사회 호선제로 변경된다.

축산계가 선출하던 축산경제특례의 폐지로 축산계를 대변하던 축산경제대표 자리가 사실상 사라지게 됐고 경제지주 대표는 농협 내부 정관에 따라 선출 방식을 자율적으로 정한다.

개정(안)에서는 조합원 자격을 강화해 농업인이 아니거나 농협의 경제사업을 이용하지 않는 조합원은 조합 총회 의견을 통해 조합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도록 했고 조합장 출신과 중앙회 임직원이 각각 맡아온 중앙회 감사위원장과 조감위원장은 모두 외부 출신으로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2016061601001090800054764


#중앙회장 선출 방식 호선제 도입 시대 흐름에 역행

농업계는 정부의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대의원 간선제에서 이사회 호선제로 변경하는 것을 두고 관치 농협의 부활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농업인 단체와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중앙회장 선거방식을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19대 국회에서는 중앙회장 직선제 전환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이 발의돼 이번 개정안에서 반영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이런 농업계의 기대와 달리 정부가 농협중앙회장을 27명의 농협중앙회 이사들 중 조합장 출신 농협중앙회 이사 중 1명을 중앙회장으로 뽑는 호선제를 도입할 경우 농협의 투명한 운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농업계는 지난 1988년부터 20여년간 지역 조합장이 직접 투표로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직선제 로 운영됐었기 때문에 이사회 호선제로의 회기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또 이번 입법예고안처럼 농협중앙회장이 농경·축경대표를 비롯해 교육지원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전무이사와 상호금융대표 등에게 위임해 전결토록 했던 업무권한이 각 사업대표의 고유권한으로 전환될 경우 각 지주회사에 대한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이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농협중앙회장은 대의원회의 의장과 농협중앙회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대표성만 띠게된다.

농업계는 농협중앙회장을 호선제로 뽑으라고 하는 것은 조합원의 요구와 배치될 뿐 아니라 정부가 중앙회장을 입맛대로 임명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조감위원장은 외부 전문가로 선임토록 해 감사의 투명성·독립성을 확보하고 일정규모 이상(대통령령으로 위임)인 조합은 전문성을 갖춘 상임감사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해 감사능력을 높이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역농협과 조합원의 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사외이사와 외부 감사 도입을 제도화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점을 예로 들며 정부의 구상대로 운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축산특례조항 삭제 논란과 경제사업 활성화

정부가 개정안을 통해 축산특례 조항 삭제 입장을 밝히자 축산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축산특례(농협법 제132조)란 지난 2000년 농협과 축협이 통합될 당시 축산경제대표를 축산조합장들이 직접 선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농협과 축협이 통합하며 축산분야의 특수성을 감안해 축산특례조항을 농협법에 삽입해 축산업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으로 명문화한 것으로 국내 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정 장치라는 주장이다.

축산계에서는 축산특례가 삭제될 경우 축협이 전국 1천132개 회원조합 중 139개에 불과해 축산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의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농업생산액의 42%를 차지하는 축산업은 농촌경제의 성장을 주도하고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식량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왔지만 최근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에 이어 축산특례까지 폐지될 경우 축산업이 고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축산계에서는 미래 성장산업이자 생명산업인 축산업의 발전을 위해 농협축산지주 설립과 축산특례 존치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협법 개정안에서 농협중앙회 경제사업과 관련된 쟁점은 '농협의 자율성 침해' 문제다.

현행 규정에서는 정관을 변경하려면 총회만 통과하면 되지만 정부가 개정안에서 농협경제지주가 정관을 변경할 경우 농식품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다 농식품부에 경제지주의 자회사에 대한 감독권까지 부여해 자율성 침해 문제까지 일고 있다.

농업계는 농협경제지주는 엄연히 상법상 회사기 때문에 행정기관의 감독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제사업 활성화 및 사업 운영의 전문성·효율성 강화를 위한 사업구조개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농협경제지주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신 경제사업 활성화라는 농협 사업구조개편의 목적을 살리기 위해 농협에 대한 이자보전 지원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협이 2012년 3월 경제와 금융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면서 부족자본금을 메우려고 발행한 농업금융채권 4조5천억원에 대한 이자 지원기간(5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협법 개정안 관치 농협 만들기 비판

농협과 농업계는 정부가 입법예고한 농협법 개정(안)에 앞서 수년간 논의했던 내용이 빠져 있다는 의아한 반응이었다.

농협중앙회에서 농협법 관련 실무를 담당했던 간부 A씨는 "농협법 개정을 놓고 정부와 농협 실무자, 농업계 대표들이 지난해까지 몇년간 협의를 진행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개정(안) 발표 전에 어떤 내용이 담을지를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A씨는 "이번 개정(안)에 담겨 있는 내용 중 경제지주의 역할 강화에 대해서는 논의를 했지만 이런 방향으로 논의한 건 아니다"며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도 농협과 농업계에서 요구했던 내용과 상반된 내용이 담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협과 회원조합 조합장들은 지속적으로 대의원이 농협중앙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에서 회원조합장 전체가 선거권을 행사하는 직선제를 수년째 건의해 왔다.

시민단체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회원조합 조합장들이 소속 조합원의 의견을 반영한 투표권을 행사하는 형태의 직선제를 제안했었다.

더군다나 농협중앙회장과 회원조합장의 권한 축소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농협, 농업계간의 협의 과정에서 안건으로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축산특례조항 삭제 문제는 축산계의 의견 수렴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축산계에서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축산계를 말살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협중앙회 이사로 추대된 조합장 B씨는 "국가에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있듯 회원조합에는 조합원들이 선출한 조합장이 있는 것"이라며 "조합장에게 대표성만 주고 조합 운영에 대한 권한을 축소한다면 조합원 중심의 조합 운영이 이뤄질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또다른 이사 C씨도 "농협중앙회장을 이사회 호선으로 선출한다면 1천100여개 조합의 뜻이 담긴 대표로서의 위상에도 치명적일 것"이라며 "회원조합도 마찬가지다. 전문경영인이 조합을 운영하는 형태로 바뀐다면 조합 운영에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담기기 힘들어 질 수 밖에 없고 결국 협동조합 취지와는 상반된 운영이 이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우려의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C씨는 "이런 갑작스런 정책 변화가 정부가 농협 운영에 개입하기 위해서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을 축소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도 관치 농협으로의 회귀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농협중앙회 노조는 지난 9일과 15일 농림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농협중앙회장 호선제, 비상임 조합장 권한 삭제 등 정부의 농협법 개정안은 관치농협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정부를 비난한 후 "농·축협 통합 당시 헌법재판소 결정사항인 축산특례 존치를 반드시 지켜내자"고 강조했다.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도 최근 논평을 통해 농협법 개정안 입법예고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국민운동본부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가톨릭농민회, 국민농업포럼, 한국협동사회경제연대회의, 전국농협노동조합, 농협 조합장 모임인 '정명회' 등 모두 35개 농민·시민사회단체가 참가하고 있다.

국민운동본부는 "이번 농협법 개정 입법예고안은 중앙회장과 회원조합의 권한은 약화시키고 정부의 개입을 더욱 노골화하는 것"이라며 "향후 농협중앙회는 정부와 경영진에 의해 더욱 좌지우지될 수 있다. 이번 입법예고안은 농협개혁의 방향에 역행하므로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