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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팔도유람]광주 '夜시장' 3곳

김여울기자 김여울기자 기자 발행일 2017-01-19 제8면

서민들 삶이 담긴 곳, 어둠이 깔리면 터지는 포텐! 시끌벅적 젊음·예술·낭만…

◈대인별장
빈 점포에 청년작가 입주 행렬
공연·플리마켓 '문화'로 재탄생

◈1913송정역시장
글·사진·간판 독특한 상점풍경
옛 추억 폴폴… 먹거리도 인기

◈남광주 야시장
홍어 샐러드·태국식 볶음면…
아이디어 음식 승부 '방문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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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서민들의 악착같은 삶을 담고 있다. 문화·예술과는 거리가 먼 투박하고 낡은 곳, 쇠락의 장소이기도 했던 시장이 새 삶을 얻었다. 전통에 현대의 예술과 삶이 결합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명소가 된 시장. 각기 다른 이야기와 모습으로 꿈틀대고 있는 광주의 야시장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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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 야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시장 곳곳에 있는 상점들을 둘러보고 있다.

■夜시장의 시작점,'대인별장'




충장로와 금남로 번화가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닿는 곳. 대인시장은 시내에 나왔다 겸사겸사 장을 보기에 좋은 곳이었다. 1965년에는 농협공판장이 들어서면서 청과물 도매시장으로 명성을 날렸고, 1976년에는 공영버스터미널이 세워져 그 세가 더해졌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침체기를 겪으면서 대인 시장의 화려했던 날은 갔다. 잠잠하던 대인시장의 이름이 다시 떠오른 것은 의외의 포인트에서였다.

지난 2008년 텅텅 비어있던 대인 시장 점포에 '신상'이 들어왔다. 빈 점포를 채운 '신상'은 물 만난 생선도, 흙내음 가득한 싱싱한 채소도 아닌 '예술'이었다. 광주비엔날레의 '복덕방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청년작가들에게 비어있는 점포를 싼 임대료에 제공했다. 그렇게 상인과 예술가의 동거가 시작됐다.

톡톡 튀는 프로젝트를 계기로 도심공동화로 힘을 잃어가던 대인시장은 젊음의 거리이자 예술의 시장으로 재탄생했다. 벽화 그림이 어우러진 식당, 음악·공연·전시 등으로 채워진 시장은 문화예술시장의 원조가 됐다.

특히 토요일에는 플리마켓 위주로 꾸며진 야시장 '별장'이 열리면서 사람구경까지 더해졌다. 1월에는 '별장'이 휴장한다. 2월 새로운 '별장'이 사람들을 맞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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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찾아오면 1913송정역시장의 간판에 불이 밝혀져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광주일보/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청년이 뛴다, '1913송정역시장'

청년들의 도전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1913송정역시장'은 요즘 광주의 핫 플레이스다.

이곳의 옛 이름은 '매일송정역전시장'이다. 1913년부터 터를 잡고 있는 오랜 역사의 시장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강조하기 위해 1913이라는 연도를 붙여 '1913송정역시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현대카드가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에 나서 빈 점포 10곳을 리모델링한 게 '1913송정역시장'의 시작이다. 창업 공간과 컨설팅 교육 등을 제공 받은 청년 상인들이 신선한 아이디어로 잠자던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젊음으로 흘러간 옛 것을 채웠다고 하지만, 역사와 추억을 지운 것은 아니다. 가게 간판과 문 등에서는 가게의 유래와 역사를 담은 글과 사진을 볼 수 있고, 시장 바닥에는 가게가 문을 연 시기가 쓰여져 있다.

기존 상점은 간판의 글씨, 가게 형태 등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담아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오랜 시간이 쌓인 이곳에는 그만큼 많은 이야기가 남아있다. 이곳의 역사를 좇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해 질 녘 1913송정역시장의 매력이 터진다. 어둠과 함께 고요함이 찾아왔던 곳에 이젠 사람들의 활기가 넘쳐난다. 독특한 야경을 사진에 담기 위한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청년들의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가 새로운 퓨전재래시장을 형성해 이곳저곳을 살피느라 눈이 바쁘다.

입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직접 만든 어묵과 생과일 양갱, 고로케, 오리탕, 보리밥, 라면, 수제 초코파이, 신선한 과일 등 다양한 먹을거리가 사람들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엄마 손을 잡고 따라갔던 시장, 그 시절에 보았던 풍경도 여전하다. 신발가게, 고추상회, 방앗간, 양조장, 사진관, 미용실 등이 아기자기 어우러져 향수를 자극한다.

예스러움 속에서도 상큼 발랄한 젊음을 느낄 수 있는 1913송정역시장은 어느새 광주에 오면 꼭 한번 찾아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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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야시장의 맛나고 다양한 음식들과 예술성을 더한 제품, 간판 글씨가 독특한 상점 모습과 기차 터널처럼 이동식 매대가 늘어선 남광주 야시장 모습. 광주일보/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시·송정역시장 제공

■밤기차의 낭만, 남광주 야시장


시장의 변신, 그 다음 바통은 남광주 시장이 이어받았다. 남광주역은 밤기차의 낭만이 있던 곳이다. 1960년대 남광주역에 정차하던 밤기차의 추억을 주제로 지난가을 '남광주 밤기차 夜시장'이 개장했다.

남광주시장 하면 싱싱한 해산물이 떠오르는 수산물 특화시장이다. 이에 맞춰 남광주 야시장은 '먹을거리 전문 야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야시장 개장 첫 주에 2만 인파가 찾을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다. 참여상인 모집에 많은 젊은이가 뛰어들어 다양한 아이디어의 음식들을 선보였다.

가리비 버터 치즈 구이, 해물탕수육, 해물오코노미야키, 홍어 샐러드 등 수산물 특화 시장에 어울리는 음식은 물론 태국식 볶음면, 양갈비 스테이크, 자몽주스까지 풍성한 먹을거리가 줄을 서면서 또 하나의 명물 야시장 탄생을 알렸다.

기차 터널을 연상하게 하는 입구 너머로 길게 늘어선 기차 모양의 이동식 매대, 천장을 수놓은 다양한 장식이 남광주역의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남광주시장의 야식 투어를 하고 싶다면 잠시 기다려야 한다. 설 명절을 맞아 시민들이 원활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3주간 임시 휴장에 들어갔다. 남광주 밤기차 夜시장은 다음달 3일 재개장할 예정이다.

광주일보/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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