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조성면의 장르문학 산책·57]북한의 SF

경인일보 발행일 2017-03-01 제13면

2017020501000313900013941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북한에도 SF가 있을까. 당연히 있다. 주체사상이 전면화한 1972년 이후에는 혁명적 수령관 · 종자론 · 전형성 이론 같은 주체문예이론에 따라서, 이전에는 인민성 · 계급성 · 당파성 · 혁명적 낭만주의 같은 사회주의 리얼리즘론에 입각하여 창작되거나 발표되었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인민경제와 인민복리 발전에 기여하고 어린이들에게 과학정신과 탐구심을 심어줘야 한다는 대원칙에 충실해야 하고, 그런 작품들만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말은 북한의 SF가 국제정세와 국가 정책의 영향을 심하게 받고 있다는 뜻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본격화한 동서냉전은 갈수록 확장되어 우주탐사와 과학소설 분야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1957년 구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리자 이에 자극받은 미국이 절치부심 1969년 유인 우주선의 달 착륙에 성공한다.

이 같은 미소 간의 우주탐사 경쟁 및 냉전 상황을 반영한 북한SF가 바로 '혹성 간 비행선 달 1호'(1954)이다.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국가들의 SF에 대한 관심은 매우 지대했다. 소련은 일찍부터 쥘 베른의 소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으며, 그 결과 '안드로메다의 시대'(1957)와 '인간의 세계'(1963) 등으로 널리 알려진 이반 A. 예프레모프(1905~1972) 같은 걸출한 작가를 배출하기도 했다.

북한에서는 과학소설을 '과학환상소설'이라 하는데, 이는 중국의 과환소설(科幻小說)이란 용어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북한의 SF는 일반문학들이 그렇듯 체제와 이념의 선전 수단으로 할용되며, 교시의 장르문학적 해설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북한의 창작 SF는 1950년대 말부터 집중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별나라로 가자', '저축되는 태양열', '미래의 려행', '동해에 원유가 있다' 등이 50년대의 주요 작품이다. 북한을 대표하는 SF작가로 황정상이 있다. 청년 과학자들의 연구와 사랑을 그린 그의 '푸른 이삭'(1988)은 1995년 국내에서도 출판된 적이 있다.

또 그의 '과학환상문학강좌'(1993)는 북한판 SF평론집로 주요 고전들에 대한 비평과 작품해설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줄 베른과 웰스 등의 서구의 대표적 고전들을 "생활적 타당성이 없는 흥미본위"의 작품이라 비판한다.

줄 베른의 '해저 2만리'는 미지의 인물인 주인공 네모 선장처럼 작품의 주제사상이 모호하고, 웰스의 '우주전쟁' 등은 인류의 위기 앞에 무기력하기만한 영국사회의 위선과 한계를 잘 보여주며 계급모순을 해결할 명쾌한 관점을 제시하지 못한 채 비관적 세계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일반문학들에 비해 북한의 SF들이 상상력과 발상이 기발하고 유연하다는 점은 퍽 인상적이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