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홀로 설 수 없는 청년 '의존사회'·(2)슈퍼맨에 의존, 미래불안 세대]"슈퍼맨, 내 인생을 구해줘"

손성배 손성배 기자 발행일 2017-07-20 제23면

'학점·취업·결혼' 생존 정글속 전문가 설계따라 움직이는 '아바타 청춘'

2017071401000978400047043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대입컨설팅 기본·입시학원 수강신청 도움
전공 동영상 온라인 강좌에 수십만원 지불
자소서·모의면접까지… 취업 全과정 개입
고액들여 중매업체 가입 '평생 짝 찾기'


2017071401000978400047042
"도와줘요. 슈퍼맨!"

불확실한 미래를 앞두고 청년들이 '슈퍼맨'에 의존해 생존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부모의 결정에 따르는 것에 익숙해진 지금의 청년세대는 부모에 의존하는 '캥거루족'을 넘어 거액을 들여서라도 자신의 평생 직업과 직장, 배우자까지 남에게 의존해 결정하는 실정이다.

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조모(23·여)씨는 학창시절 어머니 손에 이끌려 국·영·수 입시학원을 전전했다. 대입 컨설팅업체를 통해 경기도내 4년제 대학에 입학한 조씨는 첫 학기 수강신청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공부와 과제까지도 전부 혼자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학창시절 방학 때마다 찾았던 강남 대치동의 입시학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조씨는 "성인이지만 누군가 학습 지도를 해주지 않는다는 것 자체에 심적 부담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해당 학원은 조씨와 같은 처지의 대학생을 위해 집중 학점관리반을 개설했다.

최근에는 학원가뿐만 아니라 전공과목 동영상 강좌를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도 생겼다. 강좌당 수강료가 10만원을 훌쩍 넘지만 학교에서 듣는 강의만으로 'A+' 학점을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대학생들에게 큰 인기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강의업체 U사에 따르면 수강 회원 수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천128명에서 지난해 7월~올해 6월 4천416명으로 무려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회원들은 평균 2.95과목을 수강했고, 1인당 17만4천880원을 수강료로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슈퍼맨과 함께 학점 관리를 마친 청년들은 대학 졸업 뒤에는 취업과 결혼에 도움을 줄 또 다른 슈퍼맨을 찾아 나선다.

트랜드11
불확실한 미래를 앞둔 청년들이 취업, 결혼 등 모든 것을 '슈퍼맨'에 의존하려는 추세가 늘고 있다. 19일 오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강의를 듣기 위해 어두운 복도를 지나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대기업과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다 수차례 낙방한 강모(35)씨는 2년 전 수강료 270만원을 내고 취업컨설팅 업체 C사에 등록했다. 취업 컨설팅업체는 강씨의 자기소개서 작성부터 기업별 필기 전형 합격 요령과 모의면접까지 취업의 모든 과정을 도왔고, 강씨는 중견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강씨는 곧바로 결혼정보업체에 297만원을 들여 프로필을 등록했다. 업계 1위 업체인 D사의 결혼중개서비스 비용은 남성은 150만원, 여성은 120만원, 스페셜(밀착 관리) 서비스 비용은 200만원 선이다. 고학력·전문직 종사자의 만남을 주선하는 '노블레스' 서비스는 297만~990만원으로 가격대 폭이 더 크다.

그런데도 문의는 꾸준히 늘고 있다. D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출신·학력·직업 등의 조건 외에도 사소한 것까지 맞춰 평생의 짝을 찾으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밀착 관리 서비스를 택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확실성이 높은 사회에서는 로드맵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기가 어렵다"며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대에 청년들이 가용 자원을 최대한 동원해서라도 생존 확률을 높이려다 보니 모든 것을 의존하는 경향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