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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설 수 없는 청년 '의존사회'·(4)빅데이터 기댄 소비]'온라인 팔랑귀 2030' 타인의 취향에 길들다

박성현 박성현 기자 발행일 2017-07-31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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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맛집·패션·여행지 검색 '후기·추천수' 맹신
주요 소셜커머스, 빅데이터 활용 고객 유치
개성·다양성 사라진 소비욕구, 충족도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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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관심 있는 이성이 생긴 이현우(27·의정부시 신곡동)씨는 한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고백에 성공하는 방법'을 검색, 많은 네티즌이 일러준 대로 장미꽃과 유명 브랜드 초콜릿을 구매했다.

이씨는 "자칫 틀에 박힌 고백이 될 것 같아 걱정스럽지만 검증된 다수의 의견에 따르면 실패할 확률도 그만큼 낮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남시 선동에 사는 정샛별(24·여)씨는 매번 외식을 하기 전 인터넷에 올라온 후기를 살펴본다. 사진과 함께 작성된 후기를 보다 보면 식당에 미리 가본 느낌이 들기도 하고 어떤 메뉴가 맛있는지도 미리 알 수 있어 여러모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정씨는 "수도 없이 많은 식당과 메뉴들 중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후기 검색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불특정다수로부터 형성된 후기와 추천수에 의존해 소비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신이 입고 싶은 옷, 가고싶은 여행지, 먹고 싶은 음식조차 스스로 정하려고 하지 않고 '남들이 가본 길'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다 보니 각자의 개성과 다양성과는 거리가 먼 소비가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30일 주요 소셜커머스 업체들에 따르면 20~30대 고객이 많은 이들 업체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빅데이터로 고객들의 선호도와 소비 패턴 등을 분석할 수 있다 보니 각 기업의 마케팅에 필수적으로 활용된다.

A사는 연령대별 고객이 집중적으로 검색한 물품에 대한 추천과 함께 쿠폰을 발급해주면서 구매를 유도한다. B사는 구매 시 후기가 가장 많고 평이 좋은 제품을 제안하면서, 함께 구매하면 좋을 제품까지 추가로 제시해 또 다른 소비를 이끌어낸다. 결국 구매자들은 자신의 구매의도보다도 외부요인에 의해 '의존 소비'를 하는 것이다.

청년정책을 고민하고 제안하는 모임 '청년정치크루'는 최근 발간한 '청년 트렌드 리포트 2017'을 통해 후기가 많이 오가는 커뮤니티나 온라인 서비스에 청년들이 몰린다고 분석했다.

휴대전화를 구매할 때는 커뮤니티 '뽐뿌'를 이용하고, 리뷰전문사이트 '디 에디트(the edit)' 등을 통해 제품 구매에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청년들이 SNS를 통해 접하는 유명인들의 구매 후기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이렇다보니 청년들의 소비 욕구에 대한 충족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성균관대학교가 청년 3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구매 요인별 소비 욕구 수준과 소비 욕구 충족 수준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비 욕구 충족 평균(4.16)이 소비 욕구의 평균(4.57)보다 크게 낮았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도 "최근 거래를 통해 빅데이터 조작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추천수, 후기 등 외부 요인만을 신뢰하면 결국 만족스럽지 못한 소비를 하게 될 위험도 크다"며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서는 청년들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각자에게 맞는 다양한 소비패턴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연신기자 juli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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