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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다른 이름을 찾아서…세상의 아이들·6]# 할례를 # 아시나요? -아프리카 편

경인일보 발행일 2017-11-07 제17면

소녀, 소녀를 잃다
법보다 앞선 무지막지한 악습에… 저, 채송화 같은 아이의 '일그러진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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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과정 고통 상상초월… 부작용으로 생명 잃기도
지구상 어린여성 1억5천명 이상 가혹한 시련의 상처
9살때 할례 치른 13살 소녀의 닥쳐올 미래에 먹먹함
어머니, 아내, 누이, 딸을 보라 무슨 죄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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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지
말라위 칸데비치 마을
겁에 질려 죽을힘으로 견뎌냈을
13살 곤도웨이의 그 맑고 깊은 우물

주술사의 무딘 사금파리로 집도 되었을
뜯다만 수제비반죽처럼 씹다만 껌처럼
일그러져 있던 어린 소녀의 측은한 할례



소녀의 우물에서 피어나던 시든 과일향기

처음 본 여행자에게 치마를 걷고 속살을 보이며
우렐레 우레헤~ 우렐레 우레헤~
춤추고 노래 부르던 철없는 곤도웨이

그날, 바람 부는 호숫가에서
내가 본 잊히지 않는 작은 우물 하나
송두리째 일그러진 한 소녀의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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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누가 저 여린 꽃잎에게 몹쓸 짓을

많은 사람들이 무지한 행위 여성할례를 무슬림 법으로 알고 있지만, 이슬람 경전인 코란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근래에는 할례가 종교나 전통이 아니라 여성의 성적쾌락을 용납할 수 없다는 남자(수컷)들의 성적 환타지에 근거한 권력의 악습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여자의 성기는 원래 불결하고 음탕하여 뿌리째 도려내 그 죄를 막아야 한다고 믿어왔다는 것, 이것은 우리 모두가 외면해서는 안 되는 슬픈 일이다.

순결한 처녀를 상징하기 위해 초경 전 주술사에 의해 여자에게 가장 민감한 신체의 일부(음경)을 도려내고 봉한 다음 성년이 되면 오직 남편의 손에 의해서만이 그것을 다시 풀 수 있도록 허락한다는 할례의식, 그 과정에서 어린 여아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가혹하며 더러는 수술 부작용으로 적지 않은 생명이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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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의 피가 흐를 것 같은 붉은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유독 마음을 끌었다. /김인자 시인 제공

그러나 불행하게도 할례를 당하는 본인은 물론 그를 낳고 기른 어머니조차 할례거부에 대한 의사 결정권이 없는 것이 오늘날 아프리카 여자들의 현실이다.

이집트와 케냐 등에서 할례를 금지하는 법률이 공표되었다고는 하지만 늘 법보다 먼저인 어둠 저편에서 행해지는 무지막지한 악습, 아직도 지구상에는 어린 여성 인구 1억5천명 이상이 이 가혹한 시련의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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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너무 찍고 싶어 부겐빌레아 꽃나무 앞에서 빌린 원피스를 입고 포즈를 취한 소녀. /김인자 시인 제공

누구라도 기본상식만 알면 여성할례가 얼마나 끔찍한 행위인지 인식하는 건 어렵지 않다.

비단 내가 여자거나 두 딸을 둔 엄마라서가 아니라,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언젠가는 남자들의 전쟁터가 될 일그러지고 찢긴 한 계집아이의 아랫도리를 확인하는 일은 실로 안쓰러움을 넘어 서글펐고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누구에겐가 모를 화가 치밀어 견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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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나 9살에 할례를 치렀다는 13살 소녀 곤도웨이. /김인자 시인 제공

내가 만난 곤도웨이(13)는 9살이 되던 해 할례를 치른 내 눈으로 직접 본 첫 번째 소녀였다. 대체 누가 어린 소녀에게 이런 짓을 한 건지.

나는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슬픈 눈빛과 수줍은 미소를 가진 곤도웨이를 잊지 못한다. 손발을 헤나로 장식하고 반죽처럼 일그러진 아랫도리를 감추지도 않고 카사바 밭가에서 친구들과 온몸을 흔들며 춤추던 그 철없는 아이의 눈빛과 닥쳐올 미래를 생각하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할례 반대자다. 종교, 율법, 문화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이 법은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그것은 여성들의 의식전환도 필요하지만, 스스로 짐승이 되기를 마다않는 일부 남자들의 성지배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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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카메라가 무섭다는 이유로 두 자매의 표정은 내가 아프리카에서 본 아이들 중에 가장 어두웠다. /김인자 시인 제공

신에 비유하는 당신의 어머니와 현자에 비유하는 당신의 아내와 동지에 비유하는 당신의 누이동생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여쁜 당신의 딸을 생각해 보라. 여자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저 채송화 같은 아이가 무슨 죄를 지었는가 말이다.

/김인자(경인일보 신춘문예 출신 시인·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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