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과정 고통 상상초월… 부작용으로 생명 잃기도
지구상 어린여성 1억5천명 이상 가혹한 시련의 상처
9살때 할례 치른 13살 소녀의 닥쳐올 미래에 먹먹함
어머니, 아내, 누이, 딸을 보라 무슨 죄가 있는가…
*우물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지
말라위 칸데비치 마을
겁에 질려 죽을힘으로 견뎌냈을
13살 곤도웨이의 그 맑고 깊은 우물
주술사의 무딘 사금파리로 집도 되었을
뜯다만 수제비반죽처럼 씹다만 껌처럼
일그러져 있던 어린 소녀의 측은한 할례
소녀의 우물에서 피어나던 시든 과일향기
처음 본 여행자에게 치마를 걷고 속살을 보이며
우렐레 우레헤~ 우렐레 우레헤~
춤추고 노래 부르던 철없는 곤도웨이
그날, 바람 부는 호숫가에서
내가 본 잊히지 않는 작은 우물 하나
송두리째 일그러진 한 소녀의 그것
*대체 누가 저 여린 꽃잎에게 몹쓸 짓을많은 사람들이 무지한 행위 여성할례를 무슬림 법으로 알고 있지만, 이슬람 경전인 코란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근래에는 할례가 종교나 전통이 아니라 여성의 성적쾌락을 용납할 수 없다는 남자(수컷)들의 성적 환타지에 근거한 권력의 악습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여자의 성기는 원래 불결하고 음탕하여 뿌리째 도려내 그 죄를 막아야 한다고 믿어왔다는 것, 이것은 우리 모두가 외면해서는 안 되는 슬픈 일이다.
순결한 처녀를 상징하기 위해 초경 전 주술사에 의해 여자에게 가장 민감한 신체의 일부(음경)을 도려내고 봉한 다음 성년이 되면 오직 남편의 손에 의해서만이 그것을 다시 풀 수 있도록 허락한다는 할례의식, 그 과정에서 어린 여아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가혹하며 더러는 수술 부작용으로 적지 않은 생명이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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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의 피가 흐를 것 같은 붉은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유독 마음을 끌었다. /김인자 시인 제공 |
그러나 불행하게도 할례를 당하는 본인은 물론 그를 낳고 기른 어머니조차 할례거부에 대한 의사 결정권이 없는 것이 오늘날 아프리카 여자들의 현실이다.
이집트와 케냐 등에서 할례를 금지하는 법률이 공표되었다고는 하지만 늘 법보다 먼저인 어둠 저편에서 행해지는 무지막지한 악습, 아직도 지구상에는 어린 여성 인구 1억5천명 이상이 이 가혹한 시련의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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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너무 찍고 싶어 부겐빌레아 꽃나무 앞에서 빌린 원피스를 입고 포즈를 취한 소녀. /김인자 시인 제공 |
누구라도 기본상식만 알면 여성할례가 얼마나 끔찍한 행위인지 인식하는 건 어렵지 않다.
비단 내가 여자거나 두 딸을 둔 엄마라서가 아니라,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언젠가는 남자들의 전쟁터가 될 일그러지고 찢긴 한 계집아이의 아랫도리를 확인하는 일은 실로 안쓰러움을 넘어 서글펐고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누구에겐가 모를 화가 치밀어 견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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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나 9살에 할례를 치렀다는 13살 소녀 곤도웨이. /김인자 시인 제공 |
내가 만난 곤도웨이(13)는 9살이 되던 해 할례를 치른 내 눈으로 직접 본 첫 번째 소녀였다. 대체 누가 어린 소녀에게 이런 짓을 한 건지.
나는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슬픈 눈빛과 수줍은 미소를 가진 곤도웨이를 잊지 못한다. 손발을 헤나로 장식하고 반죽처럼 일그러진 아랫도리를 감추지도 않고 카사바 밭가에서 친구들과 온몸을 흔들며 춤추던 그 철없는 아이의 눈빛과 닥쳐올 미래를 생각하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할례 반대자다. 종교, 율법, 문화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이 법은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그것은 여성들의 의식전환도 필요하지만, 스스로 짐승이 되기를 마다않는 일부 남자들의 성지배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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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카메라가 무섭다는 이유로 두 자매의 표정은 내가 아프리카에서 본 아이들 중에 가장 어두웠다. /김인자 시인 제공 |
신에 비유하는 당신의 어머니와 현자에 비유하는 당신의 아내와 동지에 비유하는 당신의 누이동생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여쁜 당신의 딸을 생각해 보라. 여자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저 채송화 같은 아이가 무슨 죄를 지었는가 말이다.
/김인자(경인일보 신춘문예 출신 시인·여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