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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세월호 참사 4주기 맞은 팽목항·목포신항]세월, 흘러도… 역류하는 슬픔

배재흥·박연신 배재흥·박연신 기자 발행일 2018-04-16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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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에도 시민 발길 줄이어
빛바랜 리본·녹슨 선체 직접살펴
분향소엔 미수습자 추모 선물도
4·16가족협 등 기억문화제 진행


 

일부 시민들은 팽목항 곳곳에 스민 유가족들의 애절함과 슬픔을 느낀 듯 연신 "얼마나 무서웠을까"라며 절절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경남 거제에서 가족과 함께 팽목항을 찾은 이진우(46)씨는 "아이들에게 세월호 참사가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며 "날씨가 꼭 참사 당일처럼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 더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팽목항과 100여m 떨어진 10평 남짓 되는 공간에 마련된 '팽목 분향소'에는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의 방문객부터 개인 방문객까지 줄을 이었다.

분향소 한 편에는 꽃 그림과 함께 까만 고무신이 5켤레 놓여 있었다. 미수습자 5명의 넋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들을 그리워하는 분향객들은 준비한 과자나 선물을 놓고가기도 했다.


아직 누워있는 진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 신항만 내 세월호 직립공사현장이 공개돼 추모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목포/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전남 광주에서 온 이유리(58·여)씨는 "매년 4월만 되면 가슴이 미어지고, 무서워 팽목항을 찾을 생각조차 못했는데, 최근 개봉한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꼭 아이들의 얼굴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4주기를 하루 앞둔 목포신항은 거치된 세월호를 직접 보기 위해 찾은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시민들은 불과 50여m 앞에서 실제로 마주한 선체를 보며 신기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다가도, 금세 녹이 슬고 처참히 부서진 세월호의 모습에 압도돼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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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등대-15일 진도 팽목항 등대와 하늘나라우체통 주변에 꽂힌 '진상 규명, 적폐 청산!'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진도/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가족과 함께 전북 전주에서 온 김미란(35·여)씨는 "뉴스에서만 보던 선체를 직접 보니 사고의 처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선체를 마주한 시민들은 '안전 대한민국'을 위해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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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에 가린 세월호 선체-세월호 4주년을 하루 앞둔 15일 목포 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가 시민들이 묶어 둔 추모 리본에 가려져 있다. 목포/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목포에 거주하면서도 처음 세월호 선체를 보러왔다는 김혜정(55·여)씨는 "세월호 이후 안전사고 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진 등 다양한 재난에 대비해 유치원부터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는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이 주관하는 기억문화제 '기억하라 행동하라'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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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등대-세월호 참사 4주년을 하루 앞둔 15일 진도 팽목항에서 가족 추모객이 서로를 안고 추모 리본이 붙은 등대로 걸어가고 있다. 진도/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세월호 2기 특조위 활동 지원을 통한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제도 정비를 요구하기 위해 마련된 이 행사에는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 등 1천여명이 참석했다.

송정미 세월호 잊지않기 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 공동 대표는 "흔히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모든 게 잊힌다고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모두 끝나는 날까지 잊지 말고 기억하자"고 강조했다.

목포·진도/배재흥·박연신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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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신항-세월호 참사 4주년인 15일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참사 4년 기억 및 다짐대회가 진행됐다. 목포/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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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등대-15일 진도 팽목항 등대와 등대 주변에 설치된 조형물. 진도/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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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15일 진도 팽목항 세월호 침몰 해역 방향 난간에 색이 바라고 해진 노란 리본과 녹슨 종이 매달려 있다. 진도/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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