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씨에도 시민 발길 줄이어
빛바랜 리본·녹슨 선체 직접살펴
분향소엔 미수습자 추모 선물도
4·16가족협 등 기억문화제 진행
일부 시민들은 팽목항 곳곳에 스민 유가족들의 애절함과 슬픔을 느낀 듯 연신 "얼마나 무서웠을까"라며 절절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경남 거제에서 가족과 함께 팽목항을 찾은 이진우(46)씨는 "아이들에게 세월호 참사가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며 "날씨가 꼭 참사 당일처럼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 더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팽목항과 100여m 떨어진 10평 남짓 되는 공간에 마련된 '팽목 분향소'에는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의 방문객부터 개인 방문객까지 줄을 이었다.
분향소 한 편에는 꽃 그림과 함께 까만 고무신이 5켤레 놓여 있었다. 미수습자 5명의 넋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들을 그리워하는 분향객들은 준비한 과자나 선물을 놓고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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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 신항만 내 세월호 직립공사현장이 공개돼 추모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목포/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
전남 광주에서 온 이유리(58·여)씨는 "매년 4월만 되면 가슴이 미어지고, 무서워 팽목항을 찾을 생각조차 못했는데, 최근 개봉한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꼭 아이들의 얼굴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4주기를 하루 앞둔 목포신항은 거치된 세월호를 직접 보기 위해 찾은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시민들은 불과 50여m 앞에서 실제로 마주한 선체를 보며 신기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다가도, 금세 녹이 슬고 처참히 부서진 세월호의 모습에 압도돼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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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등대-15일 진도 팽목항 등대와 하늘나라우체통 주변에 꽂힌 '진상 규명, 적폐 청산!'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진도/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
가족과 함께 전북 전주에서 온 김미란(35·여)씨는 "뉴스에서만 보던 선체를 직접 보니 사고의 처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선체를 마주한 시민들은 '안전 대한민국'을 위해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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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에 가린 세월호 선체-세월호 4주년을 하루 앞둔 15일 목포 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가 시민들이 묶어 둔 추모 리본에 가려져 있다. 목포/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
목포에 거주하면서도 처음 세월호 선체를 보러왔다는 김혜정(55·여)씨는 "세월호 이후 안전사고 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진 등 다양한 재난에 대비해 유치원부터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는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이 주관하는 기억문화제 '기억하라 행동하라'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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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등대-세월호 참사 4주년을 하루 앞둔 15일 진도 팽목항에서 가족 추모객이 서로를 안고 추모 리본이 붙은 등대로 걸어가고 있다. 진도/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
세월호 2기 특조위 활동 지원을 통한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제도 정비를 요구하기 위해 마련된 이 행사에는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 등 1천여명이 참석했다.
송정미 세월호 잊지않기 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 공동 대표는 "흔히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모든 게 잊힌다고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모두 끝나는 날까지 잊지 말고 기억하자"고 강조했다.
목포·진도/배재흥·박연신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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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신항-세월호 참사 4주년인 15일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참사 4년 기억 및 다짐대회가 진행됐다. 목포/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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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등대-15일 진도 팽목항 등대와 등대 주변에 설치된 조형물. 진도/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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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15일 진도 팽목항 세월호 침몰 해역 방향 난간에 색이 바라고 해진 노란 리본과 녹슨 종이 매달려 있다. 진도/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