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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의 재밌는 클래식·(4)위대한 피아니스트의 요건]강약·지속성 활용 '피아노로 노래하기'

김영준 김영준 기자 발행일 2019-03-29 제1면

기계적 이해 갖춰야 곡표현 훌륭
지메르만 악기 가져와 연주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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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저녁 아트센터 인천 콘서트홀에서 열린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피아노 독주회가 음악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폴란드 출신으로, 197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당시 18세)인 지메르만은 16년 만에 성사된 내한 독주회에서 브람스의 소나타와 함께 자신의 주 레퍼토리 중 하나인 쇼팽의 스케르초를 연주했다.

그는 자신의 악기를 가지고 다닐 정도로 음색에 예민하다.

이번 송도 연주를 위해 그랜드 피아노를 비행기로 실어왔다. 아트센터 인천에 모인 2천여 청중은 위대한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한껏 매료됐다.



'위대한 피아니스트'의 요건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작품(악보) 이해와 해석이 우선이다. 연주 기교와 작품의 구성력도 있어야 한다. 이를 완벽히 소화한다면 A급 연주자이다. 더 높은 단계가 있다.

'피아노로 노래하기'다. 피아노의 기계적 이해가 필수다. 이를 작품의 성격에 맞춰 합당하게 활용해야 한다. 한 음을 낼 때 피아니스트가 의도할 수 있는 부분은 소리의 강약과 지속성이다. 대가들은 자신만의 노래를 통해 편안하고도 쉽게 원작을 들려준다.

학생 시절 지메르만은 폴란드의 물류 체계가 원활하지 않아서 피아노 부품의 제작·수리를 직접 했다고 한다. 피아노의 구조와 소재 관련 지식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2003년 첫 내한 독주회 때도 자신의 피아노를 가져왔던 지메르만은 2006년 미국 카네기홀 연주를 위해 JFK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 그의 피아노가 폭발물로 의심받아 크게 망가지는 사고를 겪었다. 이후에는 아예 피아노를 분해한 뒤 현지에서 조립하기도 했다.

이처럼 피아노의 기계적 이해까지 갖춘 지메르만은 인천의 음악팬들 앞에서 자신만의 노래를 들려줬다.

브람스 '소나타 3번'에서 1악장 1주제의 제시나 2악장에서 절정을 구축하고 노래하는 솜씨는 명불허전으로 평가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쇼팽 '스케르초'에선 복잡다단한 선율선을 명확하게 부각시키며 작품의 매력을 흠뻑 뿜어냈다. 청중의 커튼콜에 앙코르로 연주한 바세비츠의 '피아노 소나타 2번' 2악장 또한 백미였다.

페달을 적절히 활용하고 포르티시모에서 풍부하고 아름다운 톤을 유지할 수 있는 연주자는 강한 소리와 함께 '자신만의 노래'를 들려줄 수 있다는 점을 지메르만이 보여줬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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