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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의왕서 '민간 푸드뱅크' 운영하는 '박충수 목사'

민정주 민정주 기자 발행일 2019-07-23 제20면

'작지만 의미있는 일' 16년째 교회밖 활동… 사회에 온기

학원이 쉬는 일요일, 빈 학원을 빌려 목회활동을 하는 박충수 목사는 '작지만 의미있는 일'을 꾸미며 사회에 온기를 더하고 있다. 의왕/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재고 빵 요일나눠 10~15가구에 전달
정부지원 못받는 사람 수소문 '봉사'
주말에 쉬는 빈 학원 빌려 목회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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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수 목사는 의왕의 유일한 민간 푸드뱅크 운영자다. 작지만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시작한 일이 벌써 16년이 됐으니 이제는 작은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박 목사가 의왕으로 이사한 건 18년 전이다. 군포에서 군포 경실련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던 때다. 군포 옥탑방을 벗어나 내손동 임대아파트로 왔는데 임대료가 보통이 아니었다.

보증금과 임대료가 매년 5%씩 올랐다. 일반 임대료보다야 낮았지만 협의도 없이 무조건, 2년에 한 번씩도 아니고 해마다 법정 최대치인 5%씩 오르는 것을, 박 목사는 정부가 서민들한테 생색은 다 내면서 정부 재산을 늘리는 꼼수로 보았다.

박 목사는 당장 '보증금 임대료 납부 거부 비대위'를 꾸리고 위원장을 맡았다.



각 정당과 시민단체들을 찾아가 도움을 구했다. 군포경실련은 물론이고 당시 민주노동당도 힘을 보탰다.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던 심상정 의원이 큰 힘이 됐다.

3개월 후 정부는 임대아파트 보증금과 임대료를 2년에 한 번씩, 0.32% 올리고 경기 침체기에는 동결하기로 했다.

1년 후에는 의왕시 최초로 푸드뱅크를 설립했다. 박 목사는 평촌 자연드림, 오전 자연드림, 군포 자연드림에서 하루 동안 팔고 남은 빵을 가져온다.

4명의 봉사자가 요일을 나누어 하루에 10~15가구를 돌며 빵을 나누어 드리고 있다. 주민센터와 임대아파트 관리소 등의 도움을 받아, 되도록 정부지원을 받지 않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목회활동은 학원을 빌려서 하고 있다. 원장의 지원을 받아 학원을 쉬는 일요일에 박 목사가 그곳에서 본분을 다한다. 이로써 돕고 돕는 박 목사의 일주일이 충만하게 채워진다.

그는 장로회 신학대학교 '교역대학원' 출신이다. '사회 사역, 민주화 등을 위해 인재를 키우는 곳'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교회사역만 하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안됐습니다. 학교에서 목사가 꼭 교회에서만 사역하는 게 아니라 교회 밖에서도 활동해야 한다고 배웠으니,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며 군포경실련 의정참여단으로 사회활동을 시작한 것이죠"라고 소회를 밝혔다.

평생 돈벌이와는 거리를 두고 살았는데, 집안 경제를 책임지던 아내가 지난 6월 퇴직하고서는 약간 고민을 하고 있다.

그의 마음을 두드린 것은 의왕 '5일장'이다. 박 목사는 "5일장 추진하는 사람들이 일러준 보부상 정신이 마음에 들었어요. 노후에는 장에 다니며 사람들도 만나고 용돈도 벌면서 살아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의왕/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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