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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 도축·가공된 발병농가 돼지 '식탁에 오를뻔'

김민재·김우성·김태양 김민재·김우성·김태양 기자 발행일 2019-09-18 제2면

서울·경기도 도소매상등 유통 예정
부위별 해체 작업중에 '중단' 조치
한 업체에 모두 출고돼 차단 가능
"전량 창고 보관중… 곧 폐기계획"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파주의 한 돼지농가에서 사육된 돼지들이 하마터면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으로 유통될 뻔했다.

17일 오전 부위별로 해체돼 도매상과 식당으로 넘어가기 직전 인천시가 유통을 차단해 136마리에 달하는 돼지고기가 시민들의 식탁에 오르는 상황은 막았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 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A도축업체는 지난 16일 오전 파주의 발생농가로부터 넘겨받은 돼지 136마리를 도축했다. 이 돼지는 파주 농장주 가족이 운영하는 제2 농장에서 사육된 돼지다.

도축된 돼지는 오후 5시께 반으로 쪼개진 형태(이분도체)로 다시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의 B축산 가공업체로 전량 출고됐다. 이때만 해도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연관된 돼지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인천의 유일한 도축장인 A도축업체에는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 직원 4명이 상주해 도축 축산물의 질병을 체크한다. A도축업체는 하루 평균 50여마리의 소와 1천400여마리의 돼지를 도축해 왔다.

B축산은 이날 오전 3시부터 이분도체의 돼지를 도·소매업체로 유통하기 위해 부위별로 가르는 정형작업을 시작했다.

물량의 5분의 1가량 정형 작업을 마쳤을 무렵인 이날 오전 6시 30분께 파주의 한 돼지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았고, 전국의 가축 이동명령 중지조치가 들어갔다.

초동 조치에 나선 인천시는 파주농장에서 출하된 돼지가 인천 가좌동의 A도축장으로 전날 유입된 사실을 파악하고, 이동 경로를 추적해 B축산에서 가공 중인 사실을 확인해 작업을 전면 중단 조치했다.

B축산에서 가공된 돼지는 인천과 서울, 경기도의 축산 도소매상과 식당으로 유통될 예정이었다.

B축산 관계자는 "파주 농장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가좌동 도축장에서 이등분한 돼지를 해체하는 작업을 새벽부터 하다가 아침에 인천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고기는 한 점도 외부로 유통되지 않았고, 전량 창고에 보관 중으로 곧 폐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도축된 파주농장의 돼지는 다행히 1개의 축산가공업체로 전량 넘어갔기 때문에 유통을 조기에 막을 수 있었다. 여러 군데로 분산됐다면 정형작업도 빨라져 전국 확산 속도가 더 빨랐을 것이라는 게 인천시의 설명이다.

유통 경로 차단으로 소비자의 불안과 혼란은 막았지만, 가좌동 도축장 주변에 형성된 인천 축산물 도매시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돼지고기 소비가 위축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정부가 방역차단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국내 감염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서구 가좌동에서 10여 년간 정육점을 운영하는 유모(69·여) 씨는 "이번 추석 명절에는 전년보다 50% 매출이 떨어지는 등 불경기가 계속되고 있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겹치니 걱정이 많다"며 "상황이 장기화하지 않고 빨리 정리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민재·김우성·김태양기자 k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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