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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허점 투성이 유치원 급식 시스템 개선해야
경인일보 발행일 2020-07-08 제19면
지난 달 원아들이 '장출혈성대장균'에 집단감염된 안산지역 유치원의 영양사는 인근 유치원 5곳을 동시 관리하고 있었다. 매주 금요일에만 해당 유치원에 상주했다고 한다. 조리사가 영양사 역할을 대신한 셈이다. 유아교육법 제정 당시에도 공동 영양사 배치 기준이 문제가 됐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도내 사립유치원 1천125개소 가운데 영양사를 단독으로 배치한 곳은 88곳에 불과했다. 공동배치는 525곳이고, 317곳은 영양사가 없었다. 50명 미만 유치원은 배치 의무가 없다. 보건관계자들은 대장균 집단감염은 어느 유치원이든 발생할 수 있는 열악한 환경이라고 진단한다.

유치원의 급식 관리 시스템은 허점투성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지자체들은 1년에 1~2차례 집단급식소 위생지도점검을 통해 유치원 급식 실태를 조사한다. 겉핥기식 단속인 데다 위반 사항이 적발돼도 처벌이 마땅치 않다. 대부분 항목이 권고로 규정된 때문이다. '집단급식소 지도·점검표'에 따르면 67개 항목 중 18개가 권고 사항으로 분류됐다.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가열 조리하지 않은 식자재의 세척과 해동, 소독, 입고 검사 등 사항이 모두 권고에 그친다. 식자재를 재사용해도 시정명령에 그칠 뿐 사후 별도 조치는 없는 실정이다. 보존식품은 별도로 보관해야 하는 게 상식이나 이를 강제할 규정도 없다.

지난 1월 이른바 '유치원 3법'이 국회를 통과해 유치원도 학교급식법에 따르도록 개정됐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이렇다 할 후속 조치가 없다. 교육부는 시행령과 규칙을 개정하지 않았고, 교육청은 부처만 쳐다보고 있다. 내년 1월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당사자인 유치원들은 급식시설 확충과 영양사 배치 등 개정안과 관련한 지시나 교육이 없었다며 당혹스런 표정이다. 새 기준이 적용되면 조리실과 급식공간 면적을 늘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시설 확충에 따른 비용 부담을 학부모가 떠안아야 할 것이란 걱정도 크다.

원아와 교사, 학부모 58명의 환자가 발생한 안산지역 유치원 집단감염사태는 예고된 일이었다. 급식 시스템 전반에서 심각한 문제점과 제도적 허점이 속속 드러났다. 교육 당국은 불법행위를 엄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원아들의 먹거리와 안전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시스템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은 아직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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