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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인천의 미술 시장을 이야기하다·(6·끝)] '갤러리 밀레' 정광훈 대표

김성호 김성호 기자 발행일 2021-12-20 제15면

작가엔 공간 주고 주민엔 공감 주는… 십정동 '고운 채색'

정광훈 밀레 대표
정광훈 '갤러리 밀레' 대표. 2021.12.19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인천 부평구 십정동에 있는 '갤러리 밀레'는 레스토랑 지하 독립된 공간에 마련된 카페형 갤러리다.

밀레는 2018년 5월 전시를 시작했고, 레스토랑은 그해 1월 문을 열었다.

이곳 레스토랑과 갤러리는 정광훈 대표가 이끌고 있다. 정 대표는 자신을 '기름을 파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데,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석유업계의 침체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절실함이 그가 갤러리와 레스토랑을 연 계기가 됐다.

"주유소는 왜 꼭 우중충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에서 새로운 모습의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생각에서 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십정동이라는 동네의 침체한 모습에도 작은 변화를 주고 싶었고, 지역 주민들에게도 영감을 주는 공간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한다.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정 대표는 갤러리를 열기 전 송기창 화백과도 인연을 맺고 있었다. 송기창 화백이 어려움을 겪던 시절 그는 송 화백의 재기를 위해 서울 인사동에서 전시를 열어주려 했는데, 그곳의 대관료가 하루 100만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놀랐더랬다.

작가들의 전시 공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런저런 계기가 맞물리며 직접 문화공간을 열었다.

레스토랑 지하 독립된 구조 2018년 오픈
전시 자료 등 갤러리서 부담 23차례 진행
'학교밖 교실 역할'… 부모와 다시 오기도


밀레 1층은 레스토랑이고, 지하에 갤러리가 있는 구조다. 우리나라에는 독립된 '화이트 큐브'에서 전시를 가져야 제대로 된 전시라는 편견이 아직 남아있다. 작가들이 전시를 꺼리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간 같은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정 대표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스위스 바젤의 한 식당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수준 높은 거장의 작품을 걸어두고 판매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작가를 소개하는 책자도 함께 비치되어 있었다. 유럽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선 이 같은 풍경이 결코 낯선 모습이 아니었다.

용기를 얻었고, 그는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문턱을 확 낮춘 생활의 일부인 공간을 꿈꾸며 갤러리 문을 열었다. 갤러리 밀레는 작가의 부담이 전혀 없는, 지역에서 보기 드문 전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까지 23차례 전시를 진행했다. 전시 소개자료 등도 모두 갤러리가 부담한다.

정 대표는 "갤러리 이름을 '밀레'라고 정한 이유도 모두에게 그 문턱을 낮추자는 의미에서였다"고 설명했다.

밀레는 가난한 농부의 집에서 스무 살이 넘어서야 그림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는 귀족들의 삶에 치우친 화풍을 거부하고 시골에서 농민들의 삶의 모습을 작품에 담아냈다. 프랑스 혁명의 단초를 밀레의 작품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정 대표는 "꼭 그럴싸하고, 으리으리한 장소에 미술 작품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지역 주민의 발길이 닿는 곳에,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밀레가 들어섰고 밀레는 마을에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장소가 됐다. 때로는 학교 밖 교실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선생님과 손을 잡고 전시를 감상하러 오기도 하고, 전시를 보고 돌아간 아이들이 부모를 이끌고 다시 전시장을 찾기도 한다.

정 대표는 "최근에는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한 초등학생 아이가 작품이 너무 좋다며 펑펑 울고 있는 모습을 보기도 했는데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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