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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기획 '차별을 넘어'·(2)] 당신이라면 맨 앞자리에 앉겠습니까?

변민철
변민철 기자 bmc0502@kyeongin.com
입력 2022-04-18 20:07 수정 2024-10-16 19:27

텅 빈 영화관인데… 고개 빠지는 1열 '휠체어 전용석'

장애인 극장가기
인천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간 뇌병변장애인 신경수(40·인천 계양구)씨는 좌석이 텅 비어있는데도 장애인 전용석으로 지정된 맨 앞줄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 상영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스크린을 올려다보던 신씨는 고개가 아프다며 자리를 떴다. 2022.4.18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영화관에 오지 말라는 거 아니겠어요…."

텅 빈 영화관인데도 어쩔 수 없이 맨 앞줄에 앉아 스크린을 올려다보던 신경수(40·인천 계양구)씨는 고개가 아프다며 그만 나가자고 했다.

지난 14일 오전 10시께 뇌병변장애인 신경수씨와 함께 인천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갔다. 평소 영화를 즐겨 본다는 신씨는 영화관에 가는 일이 드물다고 했다. 그가 왜 영화관에 가는 걸 꺼리는지 그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탄 신씨에게 주어진 좌석은 영화관 맨 앞자리에 있는 장애인 전용석뿐이었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이 선호하지 않는 자리에만 앉아야 하는 셈이다. 이날 이 상영관에는 신씨와 장애인 활동 지원사, 기자 등 3명뿐이었지만, 원하는 좌석을 선택하지 못하고 맨 앞에서 영화를 봐야 했다.



영화 상영 전 신씨는 화장실에 갔다가 한참 만에 돌아왔다. 해당 상영관이 있는 층에는 화장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장애인 활동 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화장실이 있는 층으로 내려가 볼일을 보고 온 것이다. 그는 "이러니까 영화관을 안 오는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 멀티관 12곳 맨앞·뒷줄 배치
상영관 있는 층에 화장실도 없어
시각장애인 화면해설 편의 등 전무


영화관에 자주 가는 기자가 맨 앞자리에 앉은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영화 영상이 시작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신씨는 이내 "목이 너무 불편하다"고 말하며 그곳을 빠져나왔다.

인천 장애인단체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인천에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14곳을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14곳 중 12곳이 장애인 전용 좌석을 상영관 맨 앞줄이나 맨 끝줄에 배치했고, 2곳은 아예 장애인 전용 좌석이 없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 자막을 제공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지난달 불편함 모아 인권위에 진정
"극장서 선택의 기회 없는 건 차별"


인천 지역 장애인들은 지난 3월 이러한 불편함을 모아 멀티플렉스 3사(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24조는 장애인의 문화·예술활동 참여에 있어 국가나 지자체, 문화예술 사업자 등이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장애인 등 편의증진 보장법 16조에는 장애인 등이 많이 이용하는 공공건물, 공중이용시설의 시설주는 휠체어, 점자(點字) 안내책자, 보청기기 등을 갖춰 장애인 등이 해당 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상담 활동을 하는 서권일씨는 "영화관에서 선택의 기회조차 없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멀티플렉스 영화사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지자체가 나서 장애인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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