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영화관인데… 고개 빠지는 1열 '휠체어 전용석'
인천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간 뇌병변장애인 신경수(40·인천 계양구)씨는 좌석이 텅 비어있는데도 장애인 전용석으로 지정된 맨 앞줄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 상영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스크린을 올려다보던 신씨는 고개가 아프다며 자리를 떴다. 2022.4.18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
영화관에 자주 가는 기자가 맨 앞자리에 앉은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영화 영상이 시작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신씨는 이내 "목이 너무 불편하다"고 말하며 그곳을 빠져나왔다.
인천 장애인단체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인천에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14곳을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14곳 중 12곳이 장애인 전용 좌석을 상영관 맨 앞줄이나 맨 끝줄에 배치했고, 2곳은 아예 장애인 전용 좌석이 없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 자막을 제공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지난달 불편함 모아 인권위에 진정
"극장서 선택의 기회 없는 건 차별"
인천 지역 장애인들은 지난 3월 이러한 불편함을 모아 멀티플렉스 3사(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24조는 장애인의 문화·예술활동 참여에 있어 국가나 지자체, 문화예술 사업자 등이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장애인 등 편의증진 보장법 16조에는 장애인 등이 많이 이용하는 공공건물, 공중이용시설의 시설주는 휠체어, 점자(點字) 안내책자, 보청기기 등을 갖춰 장애인 등이 해당 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상담 활동을 하는 서권일씨는 "영화관에서 선택의 기회조차 없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멀티플렉스 영화사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지자체가 나서 장애인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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