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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기획 '차별을 넘어'·(3)] "엄마, 나도 가까운 어린이집에 다니고 싶어"

변민철
변민철 기자 bmc0502@kyeongin.com
입력 2022-04-19 20:32 수정 2024-10-16 19:27

보육교사 학대 이후 뿔뿔이… 새로 돌봐줄 곳 찾는 데만 수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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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있는 혜인(6·가명, 인천 서구)이는 어렵게 들어간 집 근처 국공립 어린이집을 나와 차로 30분이 넘는 먼거리의 유치원을 다니고 있다.

혜인이가 원래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지난 2020년 12월 학대사건이 발생했다. 보육교사들이 장애 영유아를 포함한 1~6세 원생 11명을 학대해 공분을 샀다. 혜인이도 피해 아동 중 1명이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법정에 섰다.

부모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아이를 이 어린이집에 계속 보낼 수 없었다. 하지만 장애 아동을 돌봐줄 새 어린이집을 찾기가 어려웠다. 선택의 갈림길에 선 혜인이 부모는 어린이집을 옮기기로 했다.

집 근처 국공립 시설 경쟁률 높아
유치원 택했지만 왕복 1시간 걸려
대안 못찾은 학부모들 결국 남기로


혜인이 엄마 이모씨는 "통합보육반이 있는 집 근처 국공립 어린이집은 경쟁률이 높아 대기기간이 길었고, 지자체에서 전원을 제안한 어린이집은 신설이거나 장애 아이를 위한 시설이 검증되지 않은 곳이었다"고 토로했다.

혜인이를 돌봐줄 곳을 찾는 데 꼬박 3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그것도 어린이집이 아닌 유치원이었다. 이씨는 "통원하는 데 왕복 1시간이 넘지만, 장애가 있는 아이를 위해 편의시설을 갖춘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혜인이 등 해당 어린이집 원생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새 보육시설을 찾지 못한 일부 아이는 친구들이 학대를 당했던 어린이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현재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은 전원 교체된 상태다.

인천 서구청 가정보육과 관계자는 "(통합보육반이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대기가 길어 학부모들이 (해당 어린이집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1997년 1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통합교육(통합보육반 등)을 처음 도입했다. 통합교육은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함께 영유아 시기부터 차별 없이 교육받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1월 기준 인천에 사는 장애아동(1~7세)은 1천233명이다.

이 아이들을 위해 점자블록, 핸드레일(손잡이), 장애인용 화장실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통합어린이집'이나 '장애전담어린이집'은 지난해 11월 기준 인천에 총 102곳에 불과하다.

인천 장애전담시설 등은 고작 102곳
전문성 더 높은 특수교사 충원 필요


김현미 인천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장애 영유아 부모들은 어린이집을 옮길 수 없어 이사는 꿈도 못 꾼다"며 "통합보육반이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에 들어가기만 해도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애 영유아 통합보육시설 확충 못지 않게 특수교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한 당면과제다. 인천시청 영유아정책과 관계자는 "특수교사보다 자격조건이 비교적 덜 까다로운 '장애 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를 양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수교사는 4년제 대학 특수교육과를 졸업해야 하는데 '장애 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는 2년제 대학 장애아 교과목을 일부 이수하면 보육 현장에서 일할 자격을 얻는다.

이와 관련해 김광백 인천장애인교육권연대 사무국장은 "보육교사를 늘리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전문성이 더 높은 특수교사가 충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건복지부 소관인 통합어린이집은 교육부 소속의 초등·중등학교보다 처우가 열악해 특수교사들이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며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나서고, 교육부는 특수교사를 어린이집에 파견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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