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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 인천] 인천해양과학고 특성화 학습·시설 '화제'

김주엽
김주엽 기자 kjy86@kyeongin.com
입력 2022-10-06 22:30

어디에도 없는 해양교육… 더 큰 세상 나아갈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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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아쿠아리움, 6m 깊이 잠수풀이 고등학교에 있다고?'.

언뜻 보면 학교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시설을 모두 갖춘 고등학교가 인천에 있다. 인천 연수구에 있는 인천해양과학고등학교다. 이 학교 해양생명과학과 학생들은 관상어를 기르고, 스킨스쿠버 등을 정규 교육과정에서 배우고 있다.

인천해양과학고는 지난 2016년부터 이 같은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 해양생명과학과 학생들은 양식업에 대해서만 배웠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매우 생소한 양식업에 대해 가르치다 보니, 지원율이 점차 감소해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인천해양과학고는 신성장 산업이면서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관상어와 관련된 교육과정을 전국 고등학교 중 처음으로 만들기로 했다.



인천해양과학고 민병훈(39) 교사는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지원자도 많아지고, 수업도 재밌게 진행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유망 산업인 양식업에 관해서도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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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해양과학고 전경. /인천해양과학고 제공

전국 고등학교 중 최초로 관상어와 관련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려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당장 아이들이 공부할 교과서조차 없었다고 인천해양과학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국서 유일한 '관상생물 기초' 교과서 제작
대형 관상어 양식하는 아쿠아리움 올초 완공


교과서가 없어 유인물로만 수업하는 학생들이 안타까웠던 민병훈 교사는 주변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인천해양과학고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경기도 해양수산자원연구소 등에 조언을 받아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관상생물 기초' 교과서를 지난해 만들었다.

민병훈 교사는 "피라루쿠나 파쿠 등 대형 관상어를 기를 수 있는 아쿠아리움도 올해 초 완공되는 등 관상어 관련 교육 과정이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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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해양과학고 해양생명과학과 학생들이 별관 1층에 있는 아쿠아리움에서 대형 관상어를 관찰하고 있다. /인천해양과학고 제공

인천해양과학고 본관 뒤편에 있는 관상어 실습실에서는 해양생명과학과 2학년 학생들이 작은 관상어를 키우는 수업을 받고 있었다. 민병훈 교사의 지도에 맞춰 아픈 관상어를 보살피거나 먹이를 주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한 학기 동안 2명이 조를 짜서 관상어를 기르는 실습이 이뤄지고 있다.

이 수업을 듣는 이우준 군은 물고기를 좋아해 인천해양과학고에 입학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물고기를 키워 관상어에 관심이 많았다"는 우준 군은 "내가 키우고 싶은 관상어가 있으면 학교에서 구매해 주기 때문에 내 돈을 쓰지 않고 취미 생활을 할 수 있어 정말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평소에는 취미로 흥미만 가졌던 관상어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며 "대학에 진학해 수산질병관리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학생들 학기당 직접 보살핌·먹이 실습 병행
6m 잠수풀·고가 장비 갖춰 마음껏 체험 가능

해양생명과학과 학생들은 관상어에 대해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교내에 있는 6m 깊이의 잠수풀에서 스킨스쿠버 교육도 받고 있다.

학생들은 스킨스쿠버 수업을 들으며 잠수사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다. 스킨스쿠버를 할 수 있는 고가의 장비를 학교에서 모두 갖추고 있어서 학생들은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스킨스쿠버 체험을 마음껏 할 수 있다.

이 학교 2학년 김대광 군은 "스킨스쿠버를 해볼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려 우리 학교에 오게 됐는데, 수업 시간에 배울 수 있어서 아주 좋다"며 "학교에서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해양경찰이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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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해양과학고 해양생명과학과 학생들이 잠수풀에서 스킨스쿠버를 하고 있다. /인천해양과학고 제공

"평소 흥미였는데 배울 수 있어 좋아" 호응
이색 과정 입소문… 타지역서도 잇단 문의


인천해양과학고의 이색 교육과정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원율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한다.

인천해양과학고 해양생명과학과 조현정(35) 부장교사는 "최근에는 전라남도 순천에 사는 중학생이 학교를 소개하는 영상을 보고 입학을 문의한 적도 있다"며 "관상어를 좋아하거나 스킨스쿠버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입학하면 누구보다 즐겁게 고등학교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해양과학고는 최근 입학생이 적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특성화고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2022학년도 특성화고 전기 모집 결과'를 보면 전체 27개 학교 중 3분의 2 이상인 19개 학교가 계획한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전체 모집 인원의 절반도 선발하지 못한 학교도 9개에 달했다.

인천해양과학고 조현정 부장교사는 "전국에서 관상어나 스킨스쿠버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교는 우리 고등학교밖에 없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수도권 유일의 수산 특성화고등학교로서 훌륭한 미래 해양 전문 인력을 배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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