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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비대칭의 사회… '전세사기 막을 방패' 지자체가 쥐고 있다

입력 2023-12-10 20:23 수정 2024-01-02 15:44

[시그널: 속빈 전세들의 경고·(5·끝)] 새로운 피해 막으려면

경기도, 5채 이상 다주택자 자료 공유

"피해 발생 안한 주택 의심 못 해"
지자체, 정보 있지만 사실상 방관

전세가율 90% ↑ 도내 4만5천여건
보증금 하락 '역전세' 전국 65만호
부동산 불황속 위험 신호들 쌓여
"특별법 한시적… 전수조사 필요"

취재팀·피해대책위 '진단센터' 운영
예비 임차인 등에 위험 정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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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수원역 광장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수원화성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집회를 열고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3.12.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보란듯이 계속되는 전세사기 피해에 한 발이라도 먼저 대응하는 방법은 경기도나 시·군들이 보유한 정보들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무고한 임대인'들의 민원을 의식하느라 '무고한 임차인'이 새로운 피해자가 되어 몰려들 가능성은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10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내 31개 시군 지자체는 지난 4월께 경기도로부터 '5채 이상 다주택자 보유주택 중 전세가율 80% 이상 주택(올해 2월 기준)' 등의 용역 결과 자료를 공유 받았다.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큰 주택 비중이 높은 시군과 경기도가 협력해 대응하려는 목적이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80% 이상 전세가율로 임대차 계약이 이뤄진 다주택자 보유주택 수만 도내 2만1천974채다. 이중 전세가가 매매가를 뛰어넘은 '깡통주택(전세가율 100% 이상)'만 7천196채이며, 상위권엔 화성시(1천468채)·하남시(644채)·수원시(643채)·부천시(577채) 등이 올랐다.

이외에도 지자체들은 건축물대장, 토지대장, 등록임대사업자 등 정보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으며 일부 주택이나 임대인들의 경·공매 및 파산·회생 등 여부 조사와 등기부등본 무료열람 등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도내 주요 기초 지자체는 물론 경기도 역시 이를 포함한 고위험군 주택 자료 등을 손에 넣고도 관련 대책은커녕 논의조차 한번 진행하지 않고 있다. "피해도 발생 안 한 주택(임대인)을 먼저 의심할 순 없다"는 게 여러 지자체 관계자들이 내놓는 공통된 이유다. 

전세피해 시그널 곳곳… "지자체 역할 중요한 때"
문제는 전세가가 치솟던 시기 역전세로 이뤄진 전세계약의 만기가 계속 도래하는 데다 부동산 가격 하락세도 멈추지 않아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대규모 피해 사례가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인일보 특별취재팀이 (주)빅밸류의 용역으로 분석한 빅데이터를 통해 지난 2021~2022년 각 전세계약 시기와 현재(2023년 8월) 등 두 시점을 비교한 도내 전세가율 90% 이상 깡통주택 수를 보면 각 4만5천431건과 4만5천779건으로 큰 규모를 유지하는 건 물론 소폭 증가했다. → 그래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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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동산원의 전세·매매가격 지수(매년 10월 기준)가 지난해 각 102.3과 102.5로 정점이었다가 올해 97.9와 98.7로 급락하는 등 부동산 불황 양상이 유지되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내년 상반기 전세계약 만기를 앞둔 주택 중 '역전세' 주택만 65만호에 달한다는 자료도 있다. 지난 9월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1년 1~6월 신고된 전월세·매매 거래 297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내년 상반기 이내 만료되는 전세계약 중 전세 시세가 기존 보증금보다 낮아져 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이 커진 주택이 65만4천호(전체의 59.4%)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전세가율이 100% 이상인 깡통주택도 11만2천호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전세 피해 발생 가능성을 암시하는 '시그널'들이 계속 쌓여가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하면 사기 의도가 없는 임대인이더라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 얼마든지 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지자체는 조례나 정책을 통해 피해 위험을 알리고 정확한 정보를 임차인에게 제공할 수 있다. 정보 비대칭이 전세 사기의 중요 원인인데 이를 해소하는 걸 주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도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 중이지만 사실 피해 예방엔 도움이 안 되고 특별법 자체가 한시적"이라며 "민간보다 훨씬 많은 권한을 갖고 여러 정보에 대한 접근도 수월한 지자체들이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인일보-전세사기대책위 '진단센터' 공동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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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수원역 광장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수원화성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집회를 열고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3.12.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이번 기획보도를 계기로 경인일보 특별취재팀과 '전세사기·깡통주택 피해자 수원화성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공동으로 '경기도 깡통전세 및 전세피해 진단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아직 발생하지 않았으나 상대적으로 전세 피해 우려가 큰 지역이나 다주택자 정보를 (예비)임차인들에게 공유해 불안감을 해소하고 혹시 모를 위험성을 확인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특별취재팀과 대책위는 경기도 깡통전세 및 전세피해 진단센터 운영을 위해 한 달여 기간 논의를 이어왔으며 조만간 세부 일정을 정해 공식 운영에 나설 예정이다.

진단센터는 대책위가 이미 도내 전셋집에 거주하며 피해를 우려하는 임차인, 전세계약을 앞두고 위험성을 점검하려는 예비 임차인 등의 모집을 맡고, 특별취재팀은 최근 용역으로 입수한 관련 정보들을 관련자에 한해 한정적으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특별취재팀/ 김준석·김산·한규준·김지원기자

※ 이 기사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관한 지역신문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기사입니다. 이 사업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실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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