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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Pick] 일터 잃은 강화 북단 어민들… '어업지도선' 없어 손 놓고 바다만 본다

유진주
유진주 기자 yoopearl@kyeongin.com
입력 2024-04-14 20:08 수정 2024-04-14 20:49

조업한계선 조정된 어장… 고기잡이 따라나설 '행정선 건조' 지연

"생업인데 손발 묶인채 지출만" 조치 호소… 郡 "내달 작업 착수"

남산포구 어민 한숨
강화 북단 지역에서 홍새우잡이 철이 시작됐지만 이곳 어민들은 어업지도선이 없어 배를 띄우지 못한다. 지난 12일 오후 인천 강화군 교동도 남산포구에서 만난 어민 김광연(70)씨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2024.4.12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지금이 한창 홍새우잡이 철인데 바다에 나가지 말라니 눈앞이 깜깜하죠."

12일 오전 찾은 인천 강화군 교동면(교동도) 남산포구. 강화 특산물인 홍새우잡이가 시작되고 일주일이 지났지만 포구에 조업을 하지 않는 어선 여러 척이 정박된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조업한계선 너머 고기잡이를 하려면 필수적으로 배치돼야 할 어업지도선이 없어서다. 어민들은 홍새우잡이 철을 놓쳐 바다에 나가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한지 바다를 바다보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강화지역 어민들은 이 일대에서 수십 년간 고기를 잡아왔다. 1964년 지정된 조업한계선이 있었지만, 이곳을 일부 넘나들며 어업 활동을 해도 관계 기관이 단속하지 않았다. 일부 포구에서는 어선이 출항하는 순간 조업한계선을 위반하게 되는 등 조업한계선 자체가 어업 현실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어선안전조업법이 개정되면서 이들이 조업한계선을 넘을 경우 행정 처분과 형사 처벌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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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1시30분께 인천 강화군 교동도 남산포구에 어선 여러 척이 조업을 나가지 못한 채 남아있다. 2024.4.12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이 지역 어민의 손과 발을 묶은 조업한계선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해 8월 마련(2023년 9월 1일자 1면 보도=강화어민 '선 넘게' 하던 조업한계선 60년만에 상향조정)됐다. 단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전제 조건이 붙었다. 어민들이 조업한계선이 조정된 어장에서 어업 활동을 하기 위해선 고기잡이 어선에 어업지도선이 함께 따라나서야 했다.

이곳 어민들은 올해 조업 준비를 마친 상태지만 어업지도선은 아직 건조되지 않았다. 선원으로 일한 외국인 노동자를 미리 구했고, 이들에게 매월 1인당 350만원가량의 인건비를 지급해야 한다. 법령 개정 이후 군(軍)과 해경의 단속은 오히려 이전보다 강화됐는데, 어업지도선 건조 작업이 지연되면서 어민들은 손해가 크다고 하소연한다.



아버지를 이어 50년 넘게 이곳에서 조업을 하고 있다는 차광식(73)씨는 "듣기로는 8월 이후에 행정선(어업지도선)이 올라온다는데, 그럼 그때까지 우리는 뭘 먹고 살아야 하느냐"며 "외국인 노동자도 구하는 데 2~3개월씩 걸려서 일단 데리고는 있는데, 급여는 급여대로 나가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어민 김광연(70)씨는 "정말 죽을 맛"이라며 "이렇게 조업을 못 하게 할 거면 차라리 배 허가를 취소해서 보상이라도 해주든지 뭔가 조치라도 취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업지도선 건조는 강화군의 역할이다. 강화군은 아직 어업지도선 건조 작업을 시작하지 못했다. 강화군 관계자는 "올해 어업지도선 건조 예산이 반영됐고, 건조 계획을 수립해서 늦어도 오는 10~11월까지 건조를 마칠 예정이다. 다음 달은 돼야 (건조 작업이) 착수될 것"이라며 "자동차처럼 배를 바로 사오는 게 아니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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