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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리튬공장 화재] 고온에 반응 격렬… '리튬전지' 진압 애먹어

김산
김산 기자 mountain@kyeongin.com
입력 2024-06-24 20:49 수정 2024-06-25 11:11

3만5천개 완제품 보관된 3동
전지 탈때까지 완진 방심 금물
"특수성 고려한 방재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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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이 진압하고 있다. 2024.6.24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2명이 숨진 화성 리튬공장 화재는 연쇄적인 폭발 위험성이 큰 '리튬 전지'를 집약적으로 다루는 환경으로 인해 진화에 난항을 겪고 피해가 확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은 리튬 일차전지를 주력으로 제조하는 사업체다. 일차전지는 통상 건전지처럼 한 번 사용하고 나서 폐기돼 재사용이 불가능한 전지를 뜻한다. 충전식으로 재사용하는 이차전지와 구분된다. 총 11개 공장 건물을 가동하는 아리셀은 불이 난 3동에서 리튬 일차전지 완제품 3만5천여개를 보관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리튬을 원료로 쓰는 전지들은 열에 민감한 특성으로 인해 고온에 노출되면 피해를 키울 위험성이 매우 높다. 리튬은 외부로부터 고온의 열기나 수증기 등과 접촉했을 때 폭발 반응이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미 화재가 발생한 환경에 리튬 전지가 놓였다면 추가 폭발 우려가 큰 것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특히 현장에 주로 보관됐다는 리튬 일차전지는 완제품 내부에 에너지가 저장된 상태로 제조되기 때문에 폭발 반응도 더 격렬하게 일어난다. 충전용 이차전지와 달리,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이 내부에서 이뤄져 큰 폭발 가능성이 내재된 셈이다.

실제 소방당국은 초기 진화과정에서 최초 폭발 이후로도 후속 폭발음과 화염, 연기 등이 이어져 현장 진입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여기에 만약 리튬 이차전지까지 함께 다루는 공정이었다면 피해가 더 오래 지속됐을 가능성도 있다. 통상 전기차 등에서 발생하는 '배터리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리튬 이차전지는 한번 불이 붙으면 전지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산소를 발생시켜 불길이 이어진다. 이 때문에 아무리 외부 요인을 차단하더라도 전지가 모두 타버릴 때까지 완진으로 안심할 수 없다.

다만 소방은 주로 리튬이 극소량 포함된 일차전지가 대부분이었다고 파악해 통상적으로 물을 활용하는 진압방식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김영탁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제조공장에서 구조적으로 제품 사이에 열 전달을 막아 화재를 예방하도록 설계된 내부 구조가 아니라면, 어떤 전지를 다뤘든 연쇄적인 추가 폭발을 막기에는 한계가 분명하고 외부로 보이는 큰 불을 잡았다고 해도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외부에서 파악하기 힘든 리튬 전지의 추가 폭발 위험성으로 인해 소방의 진입 및 구조활동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런 한계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개별 장치들에 대한 화재 대응 매뉴얼이 있듯, 전지 제조공장 차원의 화재 대응 매뉴얼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최재형 한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나 ESS 화재에 대처하는 개별적인 원칙들도 세부적으로 보면 다양하고 세세한데, 전지 제조공장의 경우 집약적으로 전지를 다루는 만큼 화재 상황에서 더 큰 규모의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특정 상황대응 매뉴얼은 없다"며 "화학물질이나 약품 제조공장에서 대응방식을 특정해 놓듯, 전지의 특수성을 고려한 방재법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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