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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적 유대감' 없는 수도권단체장… 입장만 확인, 수도권 매립지 진전은 한계

조경욱
조경욱 기자 imjay@kyeongin.com
입력 2024-06-25 20:46 수정 2024-06-27 14:18

[꽉 막힌 쓰레기매립지이대로는 안 된다·(上)] 

유명무실된 '4자 합의'… 실무선에서만 쳇바퀴


작년 2월 협의체 재가동… 7월 업무 협약
총선 앞두고 경기도-서울시 갈등에 무산

3차 공모 인천시 첫 참여·자체매립지 빠져
면적 감소·특별지원금 늘렸지만 또 실패

2015년 소유권 등 합의… 이관 못받아
대체매립지 미확보 추가 사용 영향도


수도권자원순환공원 공모 마감일 3-1 매립장
수도권쓰레기매립지를 대신할 '수도권자원순환공원'(대체매립지) 공모 마감일인 25일 오전 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에서 생활 쓰레기 매립이 진행되고 있다. 2024.6.2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시·경기도·서울시·환경부 4자가 머리를 맞대 처음으로 공동 참여한 수도권 대체쓰레기매립지 공모가 빈손으로 끝나면서 2015년 맺은 '4자 합의'가 한계점을 드러냈다.

지난해부터 재가동된 4자 협의체는 해결책을 찾지 못했고, 3년 만에 진행된 대체매립지 공모는 요건이 대동소이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인천시 이관 등 4자 합의 이행사항 역시 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 4자 협의 재가동, 정무 판단 빠져 동력 상실

유정복 인천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2월17일 서울 노들섬에서 만나 '수도권매립지 정책 4자 협의체'를 재가동한다고 발표했다.

4자 합의 이행을 전제로 국장급 실무회의 정례화를 비롯해 대체매립지 조성, 수도권매립지공사의 인천시 이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수도권 3개 시도 단체장들이 '수도권 공동생활권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고 같은 해 11월 재차 모여 대체매립지 공모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이후 총선이 다가오면서 '김포시 서울 편입' '대중교통비 환급제' 등 각종 현안을 놓고 경기도와 서울시가 갈등을 빚었다. 경기도와 서울시 관계가 얼어붙으며 3자 회동은 다시 열리지 못했고 그 사이 허울뿐인 대체매립지 3차 공모가 진행됐다.

대체매립지 공모 등을 위한 3개 시도 실무 협의는 지속됐지만 단체장들의 '정무적 유대감'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된 협의는 각자 입장만 확인하는 데 그칠 뿐 진전 사항은 없었다.

■ 대체매립지 1~3차 공모, 변화 미비


대체매립지 공모는 4자 합의에서 명시한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의 가장 중요한 전제다. 4자는 2015년 6월 체결한 4자 합의를 바탕으로 2017년 9월부터 대체매립지 후보지를 찾는 용역을 진행했다. 해당 용역은 2019년 4월 마무리됐지만, 주민 반발을 고려해 후보지가 공개되지 않았다. 공모를 통한 대체매립지 확보가 언급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후 공모 주체를 놓고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협의가 진전이 없자 민선 7기 인천시는 인천만의 매립지를 별도로 만들겠다고 발표하며 자체매립지 공모에 들어갔다. 급해진 환경부도 인천시를 뺀 채 대체매립지 공모를 추진했다. 결국 2021년 1월14일 이해당사자인 수도권매립지공사 주관으로 첫 번째 대체매립지 공모가 시작됐다.

1차 대체매립지 공모에서 요구한 매립지 면적은 220만㎡ 이상으로, 현재 쓰고 있는 제3-1매립장(103만㎡)의 두 배가 넘었다. 부대시설로는 전처리시설(2천t/일), 에너지화시설(1천t/일), 건설폐기물 분리·선별시설(4천t/일)이 따라왔다. 수도권매립지에 적용되는 법정지원금 외 특별지원금 2천500억원을 추가로 내걸었지만, 3개월간 이뤄진 공모에 지원한 지자체는 없었다.

환경부는 인천시가 없는 상태에서 곧바로 두 번째 공모에 들어갔다. 매립 면적을 130만㎡ 이상으로 줄였고 부대시설에서 건설폐기물 분리·선별시설을 뺐다. 특별지원금은 변동이 없었다. 두 달간 진행된 2차 공모 역시 결과는 같았다.

올해 진행된 3차 공모는 인천시가 처음으로 참여했다. 민선 8기 인천시가 출범하면서 인천만의 자체매립지 조성계획은 자취를 감췄고 4자 합의에 기반한 대체매립지 공모로 기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3차 공모에서는 매립지 면적을 90만㎡ 이상으로 더 줄였다. 부대시설은 에너지화시설 1개만 포함하도록 했고, 특별지원금은 3천억원으로 올렸다. 3년 만에 다시 실시된 공모이지만 요건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3차 공모도 실패로 끝났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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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매립지에 도착한 쓰레기 수거 차량이 매립을 하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경인일보DB

■ 수도권매립지 역사와 4자 합의 배경, 실익은


대체매립지 공모의 실패 요인을 따지기 위해선 앞서 체결된 4자 합의가 이뤄지기까지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최초 위생매립지이자 단일 규모 전 세계 최대 쓰레기장인 수도권매립지는 1989년 조성이 시작돼 1992년 2월 첫 쓰레기를 받았다.

당초 이곳은 동아건설이 농지 조성을 진행하던 '김포지구 간척지'(2천75만㎡)였다. 서울시가 쓰레기를 버리던 난지도가 1980년대 후반 가득 차기 시작했고 정부(150억원)와 서울시(373억원)가 비용을 부담해 1988년 김포지구 매입을 진행하면서 매립지 부지 소유 지분을 28.7%, 71.3%씩 나눴다.

1992년 2월 제1매립장에 경기도 쓰레기가 최초로 들어온 이후 정한 매립 기간은 2016년까지였다. 당시에는 수도권매립지가 가득 차는 시기를 2016년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종량제 정책과 재활용 증가로 쓰레기 반입량이 줄었다. 1천685만㎡의 수도권매립지에 계획한 제1·2·3·4매립장 중 제1매립장이 2000년 10월 가득 찼고, 제2매립장 사용이 시작됐다. 제2매립장(7천800만t) 사용량이 절반을 넘긴 2010년께(5천528만t)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매립지 소유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가 매립 기간을 2044년으로 사실상 영구화하려고 했고, 매립면허 허가권을 갖고 있는 인천시는 반대 입장을 나타내며 대립했다. 2011년 12월 인천시와 서울시가 '쓰레기매립지 공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협상을 벌였지만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수도권자원순환공원 공모 마감일 3-1 매립장
수도권쓰레기매립지를 대신할 '수도권자원순환공원'(대체매립지) 공모 마감일인 25일 오전 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에서 생활 쓰레기 매립이 진행되고 있다. 2024.6.2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민선 6기 때인 2014년 12월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천시, 서울시, 경기도, 환경부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 구성을 처음 제안했다. 또 "2016년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종료하겠다"며 환경부 산하 수도권매립지공사와 수도권매립지 소유권의 인천시 이관을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가 일부 받아들여져 2015년 6월 수도권매립지 정책 4자 협의체 최종 합의가 이뤄진다.

합의서에는 '매립이 끝난 제1·2매립장 및 기타 부지 면허권의 인천시 우선 양도' '잔여 부지 사용 종료 후 인천시로 일괄 양도' 내용이 담겼다. 또 수도권매립지공사 관할권을 환경부에서 인천시로 이관하기로 했다. 수도권매립지 반입수수료의 50%를 가산금으로 징수해 인천시에 주기로 했다.

혜택의 대가는 제3-1매립장(103만㎡) 추가 사용이었다. 이곳을 이용하면서 4자가 대체매립지 확보에 협력하고, 대체매립지를 찾지 못할 경우 전체 잔여 부지의 최대 15%(106만㎡)를 더 쓸 수 있다고 명시했다.

4자 합의는 당시 수도권의 쓰레기 처리에 대한 대안이 없던 상황에서 나온 '출구 전략'이었다. 인천시 입장에서는 대체매립지 확보를 약속받으면서 기존 수도권매립지의 소유권과 추가 재원을 얻어냈다. 하지만 수도권매립지 사용 기한에 대한 구체적 일자가 빠졌다.

합의서 체결 10년을 앞둔 현재 수도권매립지공사는 여전히 환경부 소속이며, 대체매립지 부지는 세 차례 공모를 거쳤지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기도와 서울시는 대체매립지 미확보 시 기존 수도권매립지를 더 쓸 수 있다는 조항에 기대 적극적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서울시와 경기도의 정치적 갈등으로 3개 시도 단체장들의 적극적 협력이 부족했고, 대체매립지 공모 주체인 환경부의 미온적 태도까지 겹쳐 결국 공모가 실패로 끝났다"고 했다.

이어 "4자 합의에 따라 가장 적극적으로 조정·중재에 나서야 하는 환경부 장관은 기존 매립지 사용 연장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했다"며 "4자가 움직일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환경부보다 권한이 높은 별도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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