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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비치는 건 어떤 '나'인 걸까 [경기도&미술관·(13)]

입력 2024-07-03 19:14 수정 2024-07-19 11:18

이용백의 '새드 미러'


선배 실종으로 얻게된 생각 작품에 담아
자아의 실재·이상사이 간극… 고민·여운


이용백의 새드미러
이용백 作 '새드 미러'. /경기도미술관 제공

이용백은 독일유학 시절이었던 1990년대 초반,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았다고 한다.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수없이 되뇌었던 그때, 함께 유학중이던 선배가 정신분열을 일으키고 실종된 사건이 일어났다. 이용백은 그 상황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고, 몇 년 후 그가 경험했던 상황과 관련된 그의 생각을 작품으로 제작했다.

<새드 미러>, <깨진 거울> 등 일련의 거울이 포함된 미디어 설치작품은 이러한 내밀한 이용백의 일상과 심리로부터 출발했다. 선배의 실종과 관련하여, 이용백은 자아 분열에 대한 생각을 되짚어 보았다고 한다.

'자아가 분열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거울이 깨져서 반사된 내 모습이 일그러지는 것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라는 고민을 지속했다고 한다. 서로 모순되는 2개의 자아가 의식적으로 통합되지 않은 체 함께 존재하는 것이 자아분열이라고 한다면, 이용백의 <새드 미러> 앞에 섰을 때 우리의 모습과 우리의 생각은 과연 어떤 것일까.



거울 앞에 반사된 우리의 모습은 실제의 나와, 되고 싶은 나 사이, 어디쯤에 있을까. 이용백의 <새드 미러>를 통해 우리는 자아의 실재와 이상 사이의 간극에서 우리의 위치를 고민하게 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또한 이 작품의 요소는 거울을 포함한 사운드, 거울에 투영되는 구름 모양의 영상화면까지 아우른다. 우리가 <새드 미러>앞에 서 있는 순간은 그래서 자신의 실제 자아를 반사하는 동시에 우리 귀에 들려오는 소리와 화면까지 볼 수 있는 이미지이다.

<새드 미러>는 이용백이 선배의 실종을 갑작스럽게 맞이했던 일상의 재난처럼,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의 현재를 보여주려는 일종의 외침일지도 모른다. 비현실적인 일상 앞에서 우리는 때로는 할 말을 잃고 슬픔을 표현할 길 없어 망연자실한다.

동시대에 더더욱 우리가 처한 현실의 벽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발견하듯, <새드 미러>는 2007년에 완성되었지만 그 당시의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무거운 마음의 무게를 비추는 듯 애잔함을 전한다.

/김현정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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