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철의 '3차 실크로드 프로젝트 루트맵 드로잉'
2009~2011년 직접 방문했던 나라 그려
수집한 여러 물질도… 감상의 영역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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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作 '3차 실크로드 프로젝트 루트맵 드로잉'. /경기도미술관 제공 |
한때 여행자에게 해외여행을 기억하기 가장 좋은 기념품은 여권이었다. 각 나라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찍어준 도장에 각인된 날짜와 장소는 사진만큼이나 여행의 순간을 소환하는 이정표였다.
자동출입국 제도가 생기면서 더 이상 모든 여행지의 여권 도장을 수집하는 것은 어려워졌지만,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자 할 때 모으고 보관하려는 행동을 반복하며 인생을 살아간다. 오늘 소개하려는 경기도미술관 소장품은 자신의 경험과 행위를 수집하고 나타내는 데 인생을 바친 정재철의 작품이다.
정재철은 2010년 2월 성인 한 명의 평균 신장보다도 높고 큰 거대한 세계지도를 그렸다. 이 지도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2년 동안 작가가 직접 방문한 나라들을 중심으로 그려졌다.
영토와 영해를 파란색과 녹색으로 정확하게 구분하여 그리는 일반 지도와는 달리 작가가 방문한 나라는 빨간색, 노란색, 녹색, 흰색 등으로 표현되었고, 이외 지역은 바다색의 농도를 조절하여 담아내었다. 빨간색의 굵은 선으로 나타낸 작가의 이동 경로에는 정재철이 각 나라에 머물 때 제작한 도장이 찍혀 있다.
작가는 마치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양의 문화교류가 이루어졌던 것에 영향을 받아 작가로서의 예술 행위 안에서 일상과 예술, 현지인과 비현지인의 교류를 작업 주제로 삼아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보통 그는 국내에서 버려진 폐현수막을 다른 물건으로 재제작하고, 그것을 전달하거나 활용하는 행위를 기록했다. 정재철은 각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루트맵 드로잉을 제작해 해당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이 작품은 평면 작업으로서도 충분히 매력있지만, 정재철이 프로젝트 기획 시기부터 꼼꼼히 기록해 놓은 작가 노트, 영상 등을 비롯하여 프로젝트 맥락에서 수집한 여러 물질과 함께 살펴보았을 때 감상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지닌다.
/이혜현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