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선사'… 키 돌린 나이 든 배 한 척
해양경비정이던 퇴역함선 변신 프로젝트
바다와 맞닿아 '노을·갯벌 감상' 최적화
한혜진 'Drawing. H'展도 내달 3일까지
길이 47.75m, 폭 7.1m, 높이 3.8m. 시흥 오이도에는 해양경비정으로 사용된 '퇴역함선'이 있었다. 흔히 오이도 하면 떠올리는 빨간 등대가 있는 방조제를 따라 쭉 가다보면 보이는 이 함선은 2012년 처음 설치됐다.
당초 시흥시는 이곳을 오이도 선사유적을 이용한 전시공간으로 구성해 운영하다, 2018년 오이도박물관과 선사유적공원이 만들어지면서 기능의 중복, 시설의 노후화로 그 기능을 중단하게 됐다. 함선은 방치됐다. 이곳 주변의 상인과 주민들의 요구들이 이어졌다. 퇴역함선을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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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오이도 문화복합공간 '오아시스' 전경.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
함선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은 프로젝트의 가장 큰 핵심이자 어려운 도전이었다. 밀폐된 외벽으로는 문화공간으로 사용되기가 힘들었기에 과감하게 배의 몸통 부분을 뚫은 것이다.
안전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선실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잘라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렇게 구조적으로 새롭게 태어난 함선은 그 너머의 바다를 고스란히 담을 수 있게 됐다.
바다와 맞닿은 오아시스의 바깥쪽은 노을을 보기에 특히 좋은 핫플레이스이다. 배에서 바라보는 넓은 갯벌은 오이도 특유의 풍경을 선사한다. 오아시스는 밤에도 빛나는데, 은은한 조명이 함선을 밝히고 입구에 이어진 계단 아래에도 불이 밝혀지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디든 편하게 앉을 수 있게 단차를 만들어 놓은 입구 계단에서는 야외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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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오이도 문화복합공간 ‘오아시스’의 모습.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
이곳에는 8월 3일까지 한혜진 작가의 개인전 'Drawing. H'가 열린다. 작가의 작품은 커다란 꽃의 형상을 중심으로 물감이 스미고 번져있다. 생명력과 같은 아름다운 존재와 우연성과 무의식의 자유로움도 엿보인다.
작가의 작품은 오아시스 안에 전시돼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한 작가는 함선이라는 특이한 전시공간에 대해 "작가들에게도 좋고 시민들에게도 좋은 매력적인 곳"이라고 했다. 선실과 엔진실의 높이를 맞추느라 천장은 낮지만 꽤 많은 작품들이 걸려 개인전을 하기에 좋고, 배 안에 스며든 자연광만으로도 충분히 전시가 돋보인다는 것.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오아시스를 들른 시민들이 전시에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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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내부.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
사실 이 공간은 문화공간으로서 세심함을 갖추고 있다. 블라인드는 탈부착이 가능했는데, 블라인드에 인쇄하는 형태의 작품을 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바닥에는 전기가 깔려 있어 미디어 작품들도 전시할 수 있으며, 조명을 달 수 있는 레일, 작품이나 등을 달 수 있게 격자로 만들어진 천장도 눈에 띄었다. 최근에는 오래된 배의 고질적 문제였던 누수 작업까지 마쳤다.
재단 측은 지금까지가 1단계의 과정이었다면, 활용도를 더욱 높여줄 2단계 사업을 구상했다.
함선에서 바다 쪽으로 내려가는 데크를 만들어 객석과 작은 공연장을 만드는 것으로, 노을이 떨어지는 곳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연을 즐길 수 있게끔 하고 싶다는 것. 예산을 포함해 여러 문제들이 얽혀 있어 쉽지는 않지만, 이 공간이 추가로 만들어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오아시스는 '오이도에 문화의 생명을 주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이도에 문화공간이 없다는 편견이 사라지고, 시흥에 거점이 되는 문화 공간이 생기며 활용도를 높인 것은 오아시스가 만들어진 이유이자 매력이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