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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작가의 방 프로젝트 [경기도, 예술의 일상·(4·끝)]

구민주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입력 2024-08-11 18:55 수정 2024-08-11 19:04

승객을 관람객으로… 공항에 착륙한 공공예술


경기문화재단·인천공항공사 공공예술 협력
김소산 '궁중잔치' 김용관 'Clouds…' 이어
세번째 전시 김신아 '개체의 본능' 시선집중
안전한 작품들, 사진 찍으며 자유롭게 감상


김신아 작가의 '개체의 본능(The instinct of an individual)'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전시된 김신아 작가의 '개체의 본능(The instinct of an individual)'.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여행을 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찾았다. 제1여객터미널 4층에는 한국문화거리가 조성돼 있는데, 식당을 가기 위해 들른 곳에서 멋진 장소를 발견했다. '작가의 방'이었다.

화이트 큐브 안의 전시가 아닌, 벽이 없는 한 공간을 작가만의 세계로 구현해낸 프로젝트는 잠깐의 시간에도 그 개성과 매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어쩐지 특별해 보이는 이 프로젝트는 경기문화재단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공공예술 협력사업으로 이뤄졌다.

이름이 붙여진 공간 또는 장소는 인간의 개입으로 목적과 의미를 가진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방 프로젝트는 공항이라는 고유 기능을 변화하는 것이라기 보다 예술을 통해 심미적 기능을 확장하는 데 목적이 있다.



공항 안의 독립된 공간에서 작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려는 시도는 '공간회화'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냈다. 즉, 작가의 방은 일반적인 회화나 설치 작업으로 단정지어 말할 수 없는 혼재와 연결의 결과물이다. 또 이름에서 알 수 있는 작가만이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김소산 작가의 '궁중잔치'
인천국제공항 작가의 방 프로젝트 첫번째 전시인 김소산 작가의 '궁중잔치'. /경기문화재단 제공

작가의 방 프로젝트는 현재 세 번째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김소산 작가의 '궁중잔치', 12월 김용관 작가의 'Clouds Spectrum'에 이은 이번 김신아 작가의 '개체의 본능(The instinct of an individual)'은 공항이라는 장소가 가지는 유기적 관계의 확장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작가의 세계관은 십장생이 나타내는 유토피아와 그 틈에 자리잡은 진균류(버섯 등)가 있다. 천장과 한쪽 벽에 붙여진 거울들로 무한한 공간감을 주는 가운데 우리 눈의 홍채처럼 선들이 뻗어있는 방 안에 매달린 작품은 자신들의 신호와 언어를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이어지고 뻗어나가는 진균류의 세상을 담고 있다.

바깥쪽에 설치된 의자는 작가의 세계관을 듣고 쓰여진 최지인의 시 '레이어'와 '미래 서사'에서 발췌된 글자들을 조합해 문양으로 만들어 관람객들이 서사 위에 앉아 있게끔 했다.

앞서 김소산 작가의 '궁중잔치'는 작품 하나가 공간을 차지하는 형식으로, 회화·설치·미디어·조각·스케치 등 다양한 장르를 한 곳에 모았다. 잔치에 대한 다양한 의미들이 펼쳐지는 전시는 역동적이지만 고요한 공간으로,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김용관 작가의 'Clouds Spectrum'은 새로운 시공간에 관심이 많은 작가가 구축한 공간의 장면과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우리나라의 오방색 중 하나를 딴 노을빛을 배경으로 하늘에 구름이 만들어내는 조형적 이야기가 존재한다. 구조물과 오브제 등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조금 떨어져서 전체를 보면 마치 회화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김용관 작가의 'Clouds Spectrum'
인천국제공항 작가의 방 프로젝트 두번째 전시인 김용관 작가의 'Clouds Spectrum'. /경기문화재단 제공

경기문화재단은 작가들에게는 전통에 대한 큰 주제를 던지고 그것을 자유롭게 해석하게 했다. 작가 선정은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시 된다. 공항이라는 제한적 요소들이 있는 곳에서 자신이 해보지 못했던 작업의 방식들을 시도하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 작가들에게는 새롭고 신선한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작품 세계를 넓히는 기회가 된다.

작가의 방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것은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이자 전시 관람객들이다. 관람객들을 고려해 제작한 가장 안전한 작품들로 꾸려진 공간에서 쉬어가고, 작품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자유롭게 감상하고 즐기는 모습은 공공예술이 가지는 가치를 떠올리게 한다.

최기영 예술사업팀 팀장은 "인천공항 작가의 방은 예술이 나의 주변에 있다는 메시지"라며 "예술이라고 가둬놓은 것이 아니라, 내가 편하게 느낄 수 있고 혹은 예술이 아니라고 느껴도 상관없는 일종의 '자율성'이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경기문화재단의 공공예술 방향성은 다양성을 가치있게 보여줄 수 있는 장소들을 찾아 공공예술을 확장하는 데 있다"며 "경기도의 좋은 작가들을 많이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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