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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손님 '마크롱'… 역습·재역습 오간 '여자 에페 결승' 관람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유혜연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입력 2024-07-29 20:17

佛대통령, 참모진들과 함께 등장
'홍콩 vs 프랑스' 연장전까지 승부
펜싱종목 첫 금메달 주인 비비안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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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7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을 관람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 모습을 드러냈다. 2024.7.27 파리/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을 앞두고 있던 지난 28일(한국시간) 오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 펜싱 종목 첫 번째 금메달이 나오는 해당 경기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결투를 앞둔 선수들이 그랑팔레 중앙홀 계단 꼭대기에 서기 바로 전, 마크롱 대통령은 참모진들과 함께 등장해 기자석 바로 밑에 있는 중앙 사이드 자리에 착석했다. 지인을 발견했는지 마크롱 대통령은 멀리 앉은 여성에게 손 키스를 날리기도 했다. 결승전을 코앞에 둔 만큼 주변 관중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마크롱 대통령을 잠시 쳐다보고서 곧바로 관람에 집중했다.

홍콩의 비비안 콩(30·세계랭킹 1위)과 프랑스의 오리안 말로(30·세계랭킹 6위)가 결투를 벌였던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은 이날 치러진 펜싱 경기의 백미였다. 동서양의 동갑내기 두 여성은 수준 높은 경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역습과 재역습, 팽팽한 동점 상황 등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플레이는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해당 경기의 관중석은 일찌감치 만석을 이뤘고 현장 분위기도 응원전으로 뜨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펜싱의 종주국인 프랑스에서 펼쳐지는 올림픽 경기인 데다, 말로는 이번 올림픽 펜싱 결승에 진출한 첫 번째 프랑스 선수이기 때문이다. 같은 날 열린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는 프랑스 선수가 오르지 못했다.

말로는 홈어드밴티지를 톡톡히 누렸다. 1점을 득점할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열화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프랑스 관중들은 콩에게 야유를 보내는 비신사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콩도 그만큼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며 맞섰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말로가 득점해도 환호하거나 손을 흔들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초반 1피리어드는 말로의 승리였다. 말로는 홈팬의 응원을 등에 업고 4-0으로 콩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2피리어드부터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콩은 마치 1피리어드 때 상대의 전술을 파악하려고 일부러 점수를 내줬던 것이라는 듯 한 점 한 점 만회해가며 9-6으로 격차를 좁혔다. 세계랭킹 1위의 위엄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3피리어드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콩은 더 바짝 추격하며 10-10 동점을 달성했다. 이어 말로와 콩이 접전을 펼치며 나란히 2점씩을 얻어 12-12로 피리어드가 종료됐다.

회심의 한 방만이 남은 연장전. 콩은 깔끔하게 말로의 왼쪽 가슴을 찌르며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콩과 말로는 서로 포옹하며 명승부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경기가 끝난 직후 콩은 오열하며 "난 파리를 사랑한다. 너무나도 고맙다"고 소감을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해당 경기가 끝나고서 곧바로 자리를 떴다.

파리/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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