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김영준기자의 생생리포트]또한번 감동 연출한 '우생순'

김영준 김영준 기자 발행일 2008-08-25 제0면

'마지막 1분은 선배들 마지막 무대'

   
▲ 지난 23일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핸드볼 3~4위전에서 헝가리를 물리치고 동메달을 딴 한국 선수들이 함께 모여 빙글빙글 돌며 환호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금메달에 대한 아쉬움보다 더욱 진하고 감동적인 스토리가 펼쳐졌다.

유럽 선수들에 비해 작고, 힘이 부족하지만 강한 정신력과 투혼으로 똘똘 뭉친 한국 여자 핸드볼 선수들이 베이징에서 다시한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을 연출했다.

임영철(인천 벽산건설) 감독이 이끄는 여자핸드볼팀이 지난 23일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08 베이징올림픽 3~4위 전에서 헝가리를 33-28로 제압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헝가리는 예선에서 33-22로 대파했던 상대. 하지만 경기는 쉽지 않았다. 선수단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고, 맏언니 오성옥(36·히포방크)과 골키퍼 오영란(36·인천 벽산건설)을 비롯해 허순영(33·아르후스) 등 주전 대다수가 크고 작은 부상때문에 정상이 아니었다.



전반이 끝났을 때 스코어는 13-15. 선수들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후반 초반 심기일전한 선수들은 반격을 시작했다. 후반 7분 박정희(33·인천 벽산건설)의 골을 앞세워 18-18 동점을 만들었다.힘의 균형은 태극전사들의 강한 정신력과 투혼 앞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반 23분 홍정호(34·오므론)와 안정화(27·대구시청)가 잇따라 골을 성공시켜 분위기를 완전히 끌어왔다. 경기 종료를 5분여 남겨놓고 한국은 무서운 집중력으로 5점차로 앞서기 시작했다.

노르웨이와의 4강전에서 버저비터를 내주고 주저앉았던 선수들이 다시 일어선 것이다.

경기 종료 1분 전, 임영철 감독은 작전 시간을 불렀다. 의외의 작전 시간에 의아해하는 선수들에게 임 감독은 "마지막은 선배들을 배려하자"고 말했다. 한국의 동메달 획득이 결정된 순간, 코트안에 있던 '아줌마들'과 벤치에 있던 후배들이 뒤엉켜 눈물바다를 만들었다.

경기 직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오영란은 "금이 아니어서 아쉬움의 눈물이 아니다"며 "마지막에 감독님이 '단 1분이라도 너희가 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은 평생 잊지못할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임영철 감독은 "우리 선수들, 정말 대단하지 않나. 이제 감히 누가 아줌마 선수들의 나이와 체력을 운운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