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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희망을 품다]요즘 아이들의 정서·육체적 문제… 솔루션은?

김선회 김선회 기자 발행일 2012-09-03 제26면

세상이라는 '링'에서 다친 우리아이… "마음까지 안아주세요"
거친 표현은 기술의 문제 '분노감정' 보듬어야
따돌림 당하는 자녀에겐 정서적지지 가장 절실
ADHD는 사회심리적 요인… 복합적 치료 필요

   

사회가 복잡다분화되고 맞벌이 부부 증가로 부모들은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더구나 일찍부터 어린이집·유치원을 다니고 학교에 들어가서는 보습학원과 예체능학원 등으로 쉴새 없이 옮겨다녀야 하는 아이들은 동네 친구들과의 놀이를 통해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었던 사회성마저 배울 기회를 잃고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정서적·육체적인 문제는 무엇이며, 그 대처법은 무엇인지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인 오은영 원장에게 들어봤다.

# 기분이 나빠지면 욱하면서 대들어요

아이가 주장하는 것을 버릇없이 대들거나 따진다고 부모는 선입견을 갖고있고 고루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아이가 큰소리로 대들면 "너 부모한테 무슨 말버릇이야?","버릇없이 왜 이래?"라는 말로 아이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아이가 어떤 주장을 하기도 전에 말을 끊거나 가로채는 등 말할 기회를 주지않게 되면, 아이는 반항하면서 대들거나 반대로 자기 주장을 포기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아이가 거칠고 격한 주장을 하더라도 문제가 많거나 버릇없다는 말로 아이를 꾸짖지 말아야 한다. 표현이 거칠고 예의가 없더라도 일단 끝까지 다 듣는다. 그 다음에는 아이의 말에 하나하나 따져 반박하기보다는 "엄마때문에 기분이 나빴다는거지?", "아빠가 간섭이 심하다는거지?"라며 총체적으로 일러준다. 주장은 기술의 문제이기도 하다. "화낼 필요는 없어. 좋게 이야기를 해봐"하고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화남을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 친구를 괴롭히고 못살게 굴어요

친구로 부터 금품을 갈취하는 아이는 인간 관계를 수평적으로 보지 않는다. '세다 VS 약하다' 또는 '지배자 VS 피지배자'의 관계로만 파악하는 것이다. 이런 친구들은 주로 공부를 잘하지 못하거나 몸이 약한 아이, 키가 작은 아이, 대인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아이들을 공략해 '삥'을 뜯곤 한다. 이들은 친구에게 애정을 느끼거나 공감하는 능력이 결여돼 항상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부모가 무관심하고 윤리적 도덕적 개념을 잘 가르치지 않은 경우,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면 상처받을까봐 제때 훈계하지 못하고 무조건 허용하는 경우, 아이를 너무 엄하게 꾸짖거나 적대적으로 대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에게서 이런 행동장애가 나타난다.

   
▲ 심리검사전문가들은 아이들과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있으며 부모와의 관계 형성은 올바로 되고 있는지 측정한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문제를 일으킬 때도 있고, 친구와 싸우기도 한다. 그러나 부모가 잘 설명해 주었는데도 아이가 문제 행동을 반복한다면, 아이의 도덕성 발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보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와 상의하고 치료하는 것이 좋다.

삥을 뜯고 남을 못살게 구는 아이들의 저변에는 '분노'라는 감정이 있다.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화를 내며, 화를 참지 못하고 또다시 분노한다. 부모들은 그 이유야 다 알 수 없더라도 우선 아이의 분노를 인정해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아이의 분노도 한풀 꺾이게 된다. "화난 건 알겠거든. 억울하고 그랬겠다"하고 수긍해 주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이래서 제가 화가 났었거든요…"라고 말을 꺼낸다. 한편 분노가 마음속 깊이 감춰진 사춘기 전후 아이들은 운동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다. 뛰고, 공을 차고, 다른 사람과 부대끼면서 그동안 억제됐던 분노와 화를 배출할 수 있는 것이다.

# 아이가 따돌림을 당해요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는 대체로 내성적이다. 수동적이고 소심해서 자기 주장을 잘 하지 못한다. 누군가가 공격해도 크게 저항하지 못한채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약간의 협박에도 쉽게 복종한다. 기본적인 공격성조차 갖추지 못해서 쉽게 왕따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결국 대인공포증이 심해져서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기도 한다.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부모의 정서적인 지지이다. 자신의 고통과 어려움을 이해하는 사람이 지구상에 한 명이라도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위로가 된다.

그리고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은 사회성 훈련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집에서 하기 힘들다면 병원이나 전문기관에서 운영하는 사회성 훈련 프로그램에 등록하면 좋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과 대처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내성적인 아이들은 낯선 상황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학기가 시작되면 사람 관계에 따른 스트레스가 말도 못하게 크다. 반대로 급우들 사이에서 잘난 척을 하거나 거짓말을 해서 도발적 피해를 입는 경우라면,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감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 잠시도 집중을 하지 못해요

한시도 가만 있지 못하고 지나치게 산만한 아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2003년부터 6년사이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환자가 3배 넘게 늘었다. 연령대도 높아져서 과거에는 5~9세의 어린이들에게 발견됐으나, 요즘에는 10~14세 환자가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ADHD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충동성 등 3대 핵심 증상을 보인다.

   
▲ 놀이치료방. 아이들이 어떤 장난감을 고르고 부모들은 자녀들과 어떻게 놀아주는지 관찰해 양육에 대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ADHD의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유전적 요인과 신경 전달 물질의 불균형, 장시간의 정서적 박탈, 스트레스가 되는 사건의 형성, 적절한 훈육과 가정교육을 통한 사회화 과정의 실패 등 사회 심리적 요인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ADHD는 자기 의지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싶어도 정신집중이 되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어도 몸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ADHD 진단이 내려지면 특정한 한 가지 치료 방법으로는 대처하기 어렵다. 장기간의 불안이나 우울증을 동반한 경우 복합적인 약물치료가 병행되기도 한다. 심리치료와 인지행동 치료, 행동수정, 놀이치료, 사회 기술훈련, 인지학습, 부모교육, 대화법 교육 등 아이의 상태와 원인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수반돼야 한다.

만약 뒤늦게 발견하거나 치료 시기를 놓치면 성인이 돼서도 증상이 이어질 수 있으므로, ADHD가 의심되면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 정확한 검사와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김선회기자

도움말/오은영 원장·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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