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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희망을 품다]위기의 '삶포 세대'

김혜민 김혜민 기자 발행일 2012-09-03 제28면

막상 하고싶지만 엄두가 안나는 현실 "혼자가 편하지~"
너무 바빠 연애 NO 돈 없는데 결혼 NO 부담 백배 아이 NO
공부에 알바하랴 "연애 ! 꿈도 못꿔요" 대학생 설문 75%가 "나홀로족"
젊은층 2억대비용 감당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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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 요새 젊은 세대를 일컬어 흔히들 '3포세대'라 부른다. 높은 등록금에 허리는 휘고 취업은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 대학가에서는 청춘의 전유물이라는 연애는 일찌감치 접어두고 스펙쌓기에 몰두하는 20대의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어렵사리 취업을 한다 해도 이게 끝이 아니다. 학자금 대출을 갚기도 빠듯한데, 치솟는 결혼 비용을 계산해 보면 짝을 만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육아 비용은 또 어떤가. 기저귀값이며 분유값을 메우느라 부부의 맞벌이는 필수코스가 됐다. '3포세대'에 이어 이제는 '삶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오는 현실, 과연 이들을 위한 해법은 없는 것일까.

# '나 혼자만 편하면 돼', 방치하면 병된다

"연애하면 돈 많이 들잖아요. 학과 공부도 해야하고, 아르바이트해서 등록금 대기도 빠듯한데 차라리 혼자가 더 편해요."

대학생 양모(25)씨는 1년 전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 계속 솔로로 지내고 있다. 주변 친구들이 연애하는 모습을 보면 가끔은 부럽기도 하지만, 오래전부터 만나던 친구 몇명과 어울리는 것을 제외하면 차라리 혼자 지낼 때가 편하다고 생각한다. 돈도 아낄 수 있고, 타인의 간섭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한 취업사이트가 대학생 44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스스로를 '나홀로족'이라 밝힌 사람은 약 75%에 달한다. 많은 대학생들이 나홀로 상태를 즐기는 이유에 대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46.7%)', '혼자 다니는게 익숙하고 편해서(36.1%)' 등을 꼽았다.



나홀로족을 다른 말로 '코쿤족'이라고도 한다. 누에고치(cocoon)안에 들어가있는 것처럼 자신만의 세상에 머무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나만의 공간에 틀어박혀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또다른 문화를 탄생시켰다. 일명 '귀차니즘'은 코쿤족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문화다. 공부·연애·취업 등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젊은이들의 무기력함이 이들에게 '다 귀찮아!'를 외치게 만들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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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신과 전문의는 "나홀로족들의 경우 혼자 있는 시기가 길어지면 흔히 만사가 다 귀찮아지는 증상을 겪기 마련인데, 이런 것이 자주 반복되다보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여지가 크다"며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타인과의 참된 관계맺기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바쁜 일상과 경쟁적인 관계들로부터 스스로 소외되지 않기 위해 내면적인 여유를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신혼부부 위한 주택마련 정책 필요

직장인 최모(32·여)씨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은 전혀 알지 못했던 남녀가 1주일간의 합숙을 통해 서로 인연을 맺는 과정을 그린 예능 프로다. 그런데 얼마 전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한 여성이 인터넷상에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방송 도중 적게는 2억원, 많게는 5억원 가량에 이르는 서울 잠실의 전셋집을 결혼의 필수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 많은 누리꾼들이 그 여성을 비난했지만, 최씨는 그 여성의 발언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결혼하려면 예전과는 다르게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결혼한 친구들을 통해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한국결혼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평균 결혼 비용은 2억808만원으로 나타났다. 일반 임금근로자의 월급 평균이 올 3월 기준 211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막 독립한 젊은 세대가 스스로 2억원이 넘는 결혼 비용을 마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여성가족부가 결혼 3년차 이내 부부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모의 도움을 받아 결혼하는 경우가 주변에 많다'는 응답이 70%에 달했다. 부모의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 그야말로 결혼을 차일피일 미룰 수밖에 없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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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비용에 대한 부담뿐만 아니라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의 경우 결혼과 육아 등으로 자신의 경력이 끊기는 것을 두려워해 결혼을 미루는 일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통계청에 따르면 일을 그만 둔 기혼여성 190만명 중 47%에 달하는 89만3천명 가량이 근무 경력이 단절된 주된 원인으로 '결혼'을 꼽았다. 이른바 '골드미스'가 늘어나는 이유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신혼부부에 대한 주거비용을 일부 지원해주거나 보금자리 주택 마련 등 임대료에 대한 지원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해 나간다면 만혼이나 결혼 기피·포기 현상을 상당부분 개선할 수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누진소득세제, 서민과 중소기업 금융의 활성화,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 혁파 등을 통해 사회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아이 낳게 하려면 육아 지원 확대해야

갓 돌이 지난 아들을 둔 주부 김모(33)씨는 결혼하며 그만 뒀던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하나 고민중이다. 육아비용 부담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괜찮다싶은 유모차는 100만원을 넘어가기 일쑤다. 매일매일 필요한 기저귀나 분유 사는데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여기에 매월 주택 대출금으로 남편의 수입중 40%가 빠져나간다. 저축은 고사하고 현금 서비스 액수만 다달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지난해 보령메디앙스와 서울대학교가 전국 16개 시·도에서 0~8세 자녀를 둔 부부 2천1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유아 가구는 월 평균 82만원 상당의 육아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달 열린 '서울국제임신출산 육아용품 전시회'에서 1천114명의 영유아 부모들에게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육아정책이 무엇인지 묻자 '양육수당 확대(31.5%)'라는 답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젊은 부부들이 육아 비용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육아휴직제도가 노동 현장에서 잘 이행되지 않는다는 점도 맞벌이 부부들을 힘들게 한다. 육아휴직법은 만 6세 미만의 아동이 있는 경우 양육을 위해 직장에서 1년 이내의 육아휴직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료들의 눈치와 승진 불이익 등을 염려해 제대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이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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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출산 휴가를 이용한 여성은 총 9만290명인 반면, 육아 휴직을 이용한 부모는 5만8천137명 뿐이었다. 특히 남성의 경우 육아휴직을 쓰는 일이 현저히 적다. 올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2.7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서영숙 교수는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양육수당을 현실화하고, 육아 휴직이 끝나 일터로 복귀하는 맞벌이 부부에게 보육시설을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보완이 필요하다"며 "육아가 더이상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이 보편화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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