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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미래, 경기도의 힘·4]정국 중심으로

정의종 정의종 기자 발행일 2014-04-15 제9면

경기도, 정치를 품다
17대 총선부터 전국 최다 국회의원 정수 확보… 현재 52명 중앙 요직에서 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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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의사당 부지 33만580㎡에 건물면적 8만1천452㎡인 지하 1층 지상 7층의 석조건물로서 단일 의사당 건물로서는 동양 최대라는 평을 듣고 있다. 6년의 공사 끝에 1975년 8월에 준공됐으며 현대식 건물양식에 한국의 전통미를 가미한 게 특징이다.
제헌 국회 부의장 신익희·여권 7선 이재형 前 의장… 오치성·유치송·남덕우 등 정권 중심인물 다수 배출
父子국회의원·與野 최다선 의원 등 분포… 최근엔 '경기지사 → 대권주자' 인식 등 중앙무대 위상 높아져

인구 1천255만명. 국회의원 52명이 움직이는 경기도. 주식회사 '대한민국'이라면 최대 주주다. 모름지기 정치권에도 경기도의 저력은 살아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제1회의장) 입구에는 경기도 광주 출신의 해공 신익희 선생의 동상이 늠름한 자태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두꺼운 뿔테 안경에 짙은 콧수염으로 뒷짐을 쥔 채 서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암울했던 시절 지도자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위엄을 보였을법하다.



국회 방청객들이 볼 수 있게 돼 있는 현판에는 '3·1운동이 일어나던 해 25세의 나이로 상해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했고, 광복이후 제헌국회 부의장을 거쳐 이승만 박사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국회의장에 선출됐으며, 제2대 국회에서도 의장직을 역임해, 우리 의회민주주의 체제를 확립시키고 1956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유세도중 서거'한 것으로 표기돼 있다.

헌정 이후 경기도 사람으로는 최초의 지도자였던 그가 지켜보는 국회에는 이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의석수(52개)를 보유한 경기지역 의원들이 그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사에서 말해 주듯 이승만·박정희 시대를 넘어오면서 진보진영의 해공 선생이 있었다면 여권에선 7선 의원을 거치고 민주정의당 대표까지 역임한 시흥 출신의 이재형 전 국회의장이 있다.

이후 3·4공화국, 최규하 정부 당시 무임소 장관과 4선 의원을 지낸 포천 출신의 오치성 전 내무장관도 기라성 같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오 전 장관은 5·16 군사정변의 주체세력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당시 평택 출신의 유치송 전 의원은 민주한국당 대표로 명성을 날렸고, 광주 출신의 유진호씨도 야당 당수로 활약하며 오늘날 김대중 전 대통령계가 맥을 이어온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의 뿌리)으로 계승돼 왔다.

당시 정부에선 우리나라 경제부흥을 살려내 새로운 경제지표를 형성한 남덕우 전 경제부총리가 광주출신으로 지역 명예를 높였고, 5공시절 보건복지부 장관과 문교부 장관을 지낸 김포 출신의 권이혁 전 장관도 큰 인물로 손색이 없었다.

질곡 많은 변천사를 거치면서 양적, 질적 변화속에 '웅도'의 위상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가까이 거슬러 올라가면 제12대 국회 경기지역 의원 정수는 겨우 20명에 불과했다. 당시 서울 국회의원이 28명, 전남이 22명이었던 반면, 경기도는 경북과 경남과 같은 20명 수준이었다.

그 후 팔도에서 상경하는 인구의 증가로 의석수가 매년 1~8명씩 늘어나 13대 국회에선 26명, 14대 31명, 15대 38명, 16대 41명, 17대 49명, 18대 51명, 19대 52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갖게 됐다. 의석 수로 서울을 초과한 것은 지난 2004년 4월, 17대 총선부터였다.

앞에서 언급되었듯이 이 같은 저력은 과거 해공 선생과 이재형 전 국회의장에서부터 5·16 주체세력이었던 오치성 전 내무부장관→유치송 전 민한당 총재→이한동 전 국무총리→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고문→김문수 경기도지사→그리고 차세대 정치인으로 맥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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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저력과 힘은 지금부터다. 의석수가 많으면 많아질수록 권력이 더 커지는 게 인지상정이듯이 이제 일본의 도쿄권, 중국의 상하이·베이징권과 자웅을 겨룰 기반을 다질 때라는 분석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와 중앙정부의 복지사업 증가로 경기도 지방재정이 악화돼 불황의 먹구름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규제완화 정책을 신중하게 풀어가고 있는 사정을 고려하면 장밋빛 청사진이 요원한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성장이 거듭될수록 정치적 위상과 품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미 경기도는 팔도 사람이 모여 살면서 높은 시민의식으로 성숙해 있다. 이런 의식은 정치적으로도 반영돼 왔고, 매 선거 여야 정당에 적절하게 힘을 안배해 주며 견제와 균형자 역할을 자임해 왔다.

가까이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켜 10년 만에 여야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수도권 표심이 작용했고,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박근혜 후보에게 힘을 실어 주어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영·호남처럼 아직 대통령을 만들어 낸 지역은 아니지만, 진보진영의 최고 지도자인 신익희 선생과 민한당 총수를 지낸 유치송 총재를 대선주자로 만든 저력도 있고, 최근에는 경기도지사가 되면 대선주자로 급부상하며 지역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대통령의 그림자 역할을 하면서 정권의 2인자로 유명세를 날린 사람도 있다. 박정희 정권 시절 경호실장을 한 차지철 전 실장이 이천 출신으로 3선 의원을 지냈고, 김대중 정권에선 민주당 문희상(의정부) 의원이 비서실장을 맡아 권세를 누렸다.

이명박 정권에선 임태희(성남) 전 의원이 대통령실장으로 활약했고, 박근혜 정부에선 현재 인천시장에 출마한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이 지근에서 대통령을 보좌했다.

역대 다선급 의원으로는 앞에서 언급한 이재형 전 국회의장이 7선으로 5공시절 집권 여당이었던 민정당 당수를 지냈으며, 그 후 성남 출신의 오세응(7선) 전 의원도 국회부의장을 거쳤다.

검사 출신으로 1980년대 정치권에 들어와 대선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포천 출신의 이한동 전 국무총리도 국회 부의장을 거친 뒤 16대 대통령 선거에 야권 후보로 출마한 경험이 있다.

이보다 앞서 15대 대선에선 충남 논산 출신이긴 하지만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가 이회창 한나라당 대표와 김대중 민주당 대표와 맞붙어 500만표를 얻는 저력을 보였다.

수원 7선 의원으로 박정희 정권에서 무임소 장관을 거친 이병희 전 의원도 수원과 인천을 놓고 경기도 수부도시를 정할 때 수원이 선택되게 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유명하다.

경기도지사는 대선주자를 키우는 보루가 됐다. 15대 대선에 출마한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현 논산 지역구 의원)가 대선 출마 경력이 있고, 손학규 전 지사, 김문수 지사도 아직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현재까지 대선후보군에 이름이 올라 있다.

생존해 있는 도지사 출신 전직 국회의원으론 이해구(20대 도지사), 임사빈(22대), 이재창(23대), 이인제(29대), 손학규(31대), 김문수(32·33대)로 이어진다.

경기지역에서 부자 국회의원도 탄생시켰다. 해공 신익희 선생의 아들 신하균 전 의원이 광주·이천에서 3선 의원을 지냈고, 현재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유력 후보인 남경필 의원도 수원팔달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남평우 전 의원의 아들이다.

친박계 실세인 홍문종 사무총장도 지난 11, 12대 의정부 출신의 홍우준 전 의원의 아들이고, 유치송 전 민한당 총재의 아들은 현재 서울 송파에서 활동하는 유일호 의원이다.

경기도 정치권은 이 같은 명맥을 이어오면서 현재 52명의 여야 국회의원에 최다 6선의원까지 분포돼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새누리당내에서는 야당 10년을 청산하고 정권탈환을 성공시킨 소장·개혁파인 남경필(5선) 의원이 현재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새로운 정치 행보를 하고 있는가 하면, 오는 6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김문수 경기지사는 차기 여당의 당권과 대권 주자로 뛰기위한 대장정에 나설 예정이다.

역시 도지사 후보 컷 오프를 통과한 정병국 의원 역시 이명박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거쳐 4선 중진으로 맹활약하고 있고, 원조 친박계(친박근혜계)로 통하는 서청원(6선) 의원도 외가가 있었던 화성 보궐선거를 통해 경기도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3선의 홍문종 사무총장도 친박계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야권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동교동계로 경기도 입지를 구축한 문희상 새정치연합 고문이 18대 국회에서 부의장을 거친데 이어 영원한 맏형으로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남양주 출신으로 18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거친 박기춘 의원도 경기도 혈통이다.

진보진영의 차세대 정치인으론 성남수정에서 재선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태년 경기도당 위원장, 정성호 원내수석 부대표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친노(친 노무현) 핵심인 전해철 의원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오른팔격인 송호창 의원도 각각 안산과 의왕·과천에 둥지를 틀어 지역 정치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글 = 정의종기자
사진=경인일보 DB·국회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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