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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1 신년특집] 사회┃누구나 살기 좋은 사회로 한 걸음

김민욱 김민욱 기자 발행일 2016-01-04 제2면

‘OECD 가입 20년’ 진정한 선진국가로 ‘한걸음 더’

[70+1 신년특집] 사회┃누구나 살기 좋은 사회로 한 걸음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2000년 이후 국내 자살률 상승 곡선
충동 못참아…‘손내미는 사회’ 절실


대한민국이 세계 무대에서 선진국 대우를 받게 된 계기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이었고 OECD의 스물아홉 번째 회원국에 이름을 올렸다. 이른바 ‘부자 나라 클럽’에 입성한 한국은 전쟁의 참화를 당한 최빈국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OECD 가입이 곧 ‘선진국행 티켓’은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입 이듬해인 1997년 외환위기가 있었다. 2008년 미국 리먼브라더스 투자은행의 파산으로 전 세계에 번진 글로벌 금융 위기의 파고도 한국을 비켜가지 않았다. 이런 위기를 거치며 ‘고용 불안’, ‘양극화 심화’ 등의 현상이 발생했다.

아직 선진국 문턱에 서 있는 한국, 위기 때마다 ‘극복 의지’가 그 어느 나라보다 강했다는 평가를 받는 나라다.



경인일보는 OECD 이후 20년인 2016년 새해 다시 선진국 진입의 조건을 짚어본다. 경제규모에만 집착한다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갈등을 조정하고, 문화 역량을 기르는 데 한 단계씩, 한 걸음 더 도약이 필요하다. ┃편집자주

#누구나 살기 좋은 사회로 한 걸음

우리나라는 11년간 OECD 자살률 1위 국이다. OECD의 ‘건강 통계 2015(Health Data 2015)’를 보면 2013년 기준 OECD 회원국의 고의적 자해(자살)로 인한 평균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2명이지만 우리나라는 2배를 웃도는 29.1명으로 나타났다. 이웃 나라 일본(18.7명·3위)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국내 자살률은 2000년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자살률을 견인하는 것은 노인 자살로 분석됐다. 노인 자살률은 10만 명당 81.9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청소년 자살문제 역시 상당히 우려스러운 현실이다.

자살은 현재의 불만족스러운 삶을 정리하는 극단적인 선택인데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은 현대사회에서 낯설게 느껴진다는 게 일반 여론이다. 한국 사회가 그 만큼 건강하지 못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린 스트레스와 품어주지 못하는 사회의 문제로 진단한다.

정신보건 전문가들은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의 심리부검을 해보면 ‘죽겠다는 의지’가 사실은 ‘살고 싶다는 의지’의 반대적 표현이었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입으로 ‘죽고 싶다’는 말을 뱉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적극적인 관심과 이해라는 것이다. 죽겠다는 의지를 살겠다는 의지로 바꾸는 힘이 필요해 보인다.

모순되게도 세계 주요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 우울증 치료는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뜻한 손을 내미는 사회와 함께 적절한 의료적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충동을 참아내야 한다. 자신을 겨냥한 고의적 자해가 타인을 향하면 범죄가 된다.

지난해 7월 부천에서는 층간 소음으로 이웃 주민과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이런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되는데 충동을 이기지 못해서다. 또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돌보던 유치원생을 폭행한 보육교사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청의 ‘2014 범죄통계’에 따르면 폭력 범죄의 42.5%, 살인 범죄의 29.8%가 홧김 또는 충동 등으로 발생했다. 경찰청은 분노·충동 범죄에 대한 대응 전략을 연구 중이다.

/김민욱기자 kmw@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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