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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 경영난 골프장 '벙커 탈출' 가이드 라인

문성호 문성호 기자 발행일 2016-06-03 제10면

"법정관리 회원제 골프장 기존회원에 입회비 전액 반환 의무없다" 대법원 첫 판례

'Q안성 회생계획 인가 반발' 기존회원 재항고 기각
새 운영자가 회원비 17% 변제… 나머지 채무 소멸
전국 회원제 166곳중 82곳 자본잠식 상태 부도위험
'회비반환 발목' 부실 골프장 구조조정 나침반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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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 주인이 바뀐 회원제 골프장이 기존 회원에게 입회비 전액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회생 절차를 밟는 체육시설업의 승계 범위와 한계를 밝힌 최초 사례로, 골프장 업계는 이번 대법원 결정이 부실 골프장 구조조정의 선례로서 앞으로 경영난 개선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국내 골프업계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가운데 골프장의 재정상황이 악화돼 입회금(회원권) 반환시기가 도래했는데도 반환하지 못해 입회금 반환청구소송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재정악화로 입회금 반환이 어려운 골프장들은 대부분 '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체육시설법)' 제27조에 따라 입회금 채권 승계가 이뤄지는 파산이 아닌 회생 절차로 가게 된다. 이에 따라 대법원의 첫 판단이 추후 경영난을 겪고 있는 회원제 골프장의 퍼블릭(대중제) 골프장 전환 움직임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골프클럽 Q안성'의 입회비 일부 반환 첫 선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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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민사3부(주심·권순일 대법관)는 법원이 경기도의 회원제 골프장 'Q안성'의 회생계획을 인가한 데 반발해 기존 회원 242명이 낸 재항고를 지난달 25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이 골프장의 새 주인은 회원들이 애초 냈던 입회금의 17%만 돌려주면 된다. 나머지 83%의 채무는 소멸된다.

2012년 자금난을 겪다 회생 절차를 신청한 Q안성 운영사 '태양시티건설'은 2013년 새 투자자가 회사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법원에서 회생계획 인가를 받았다.

지분인수 자금으로 일부 금융기관 채무의 67.13%를 변제하는 등 빚 상당 부분을 탕감받는 등의 조건이었다.

하지만 회원 입회금을 17%만 돌려주고 Q안성에 대한 이용권한을 포함한 회원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소멸토록 한 입회금 반환 채무의 변제기준이 걸림돌이 됐다. ┃표 참조

입회비를 날리게 된 회원들은 '체육시설업자가 사망하거나 그 영업을 양도한 때 또는 법인인 체육시설업자가 합병한 때에는 그 상속인, 영업을 양수한 자 또는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이나 합병에 따라 설립되는 법인은 그 체육시설업의 등록 또는 신고에 따른 권리·의무(제17조에 따라 회원을 모집한 경우에는 그 체육시설업자와 회원 간에 약정한 사항을 포함한다)를 승계한다'고 규정한 체육시설법 제27조를 들어 변제율이 100%가 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회원들은 이를 근거로 회생계획을 취소해달라는 법정 싸움에 들어갔지만, 2년에 가까운 심리 끝에 회생계획을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회원들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부실 골프장 매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기존 회생계획이 취소되고 인수 희망자를 다시 찾지 못하면 결국 회원권은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법리적으로도 Q안성은 투자자가 운영사 지분을 인수했을 뿐 운영사가 바뀐 게 아니므로 체육시설법이 회원지위를 유지할 조건으로 규정한 '영업권이 제3자에 넘어가는 경우'가 아니라고 대법원은 봤다.

대법원은 "동일한 종류의 회생채권을 더 세분해 차등을 두더라도 공정·형평의 관념에 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차등을 둘 수 있다"며 "이 회생계획 변제조건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의 경우 유사한 사례에서 변제율은 4∼5%에 불과하다.

#대중화 골프장 전환의 도화선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레저백서'에 따르면 회원제 골프장 166개소중 절반에 가까운 82개소가 자본잠식된 상태로 부도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24개소로 영남권과 함께 가장 많았고 충청권 16개소, 제주권 7개소, 호남권 6개소, 강원권 5개소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퍼블릭 골프장은 조사대상 골프장 102개소중 19개소가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권 분양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기자본을 너무 적게 갖고 금융권 차입으로 골프장을 조성했기 때문이지만, 퍼블릭 골프장들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어 자본잠식 상태인 회원제 골프장과는 상황이 다르다.

골프장 건설붐이 일었던 2005년 이후에 개장한 회원제 골프장들의 자본잠식 비율이 높은 편인 것으로 분석됐다.

2005∼2009년에 개장한 회원제 골프장이 29개소, 2010∼2014년 26개소, 1990∼1994년 9개소, 2000∼2004년 7개소, 1995∼1999년 6개소, 1989년 이전 5개소 등이다.

자본잠식된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부채액은 2014년말 기준 1천511억원으로 회원제 평균 1천237억원보다 22.3% 많았고, 부채액 중 절반 이상인 839억원이 입회금 채무였다. 이 또한 회원제 평균(769억원)보다 8.8% 높았다. 금융권 차입금은 213억원으로 회원제 평균(180억원)보다 18.3% 많았다.

그렇지만 평균 자본금은 31억원으로 회원제 평균(59.7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평균 부채비율은 4천898%로 회원제 평균(2천70%)보다 2.4배 높았다.

이에 반해 18홀 이상 퍼블릭 골프장(70개소)의 평균 부채비율은 2014년말 기준 363%로 회원제 골프장의 17.5%에 불과하다. 건전 부채비율 기준을 보면, 산업은행은 250%, 금융감독원 200% 이하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잠식된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부채비율은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회원제 골프장 166개 전체의 부채총액은 2014년말 기준으로 20조5천304억원에 달했다. 회원제 골프장의 부채비율이 상당히 높아서 세율감면 등의 조치를 취하더라도 지속가능 경영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자본금은 59억7천만원으로, 18홀 이상의 퍼블릭 골프장의 평균 자본금(352억원)에 16.3% 불과해 그만큼 부도 가능성이 높은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국 회원제 골프장의 절반가량이 자본잠식 상태이며 경기도내 3곳의 골프장을 포함한 전국의 20여개 골프장이 현재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이다. 특히 입회비를 모두 돌려달라는 기존 회원의 요구에 인수자가 나서지 않고 있으며 자본금마저 잠식당한 채 부채에 시달리는 골프장까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입회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부실한 회원제 골프장들이 부도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이 부실한 회원제골프장에 대한 구조조정의 지침이 될 것이며, 앞으로 퍼블릭골프장으로 전환을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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