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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경기]유소년야구 메카 꿈꾸는 '매향리 화성드림파크'

배상록 배상록 기자 발행일 2017-02-20 제9면

반세기 포성에 시달렸던 땅
미래 세대 함성으로 채운다

전체 조감도
화성 드림파크 전체 조감도. /화성시 제공

54년간 미공군 폭격훈련장 사용
주민들, 소음 고통·오폭 사고도
끈질긴 항의끝 2005년 폐쇄합의
시, '죽음의땅'에 평화공원 추진

유소년·여성용 등 8개구장 포함
KBO 등과 15개대회 잇단 유치
리틀· 女구단 창단 市대표 활약
습지·산책로 등 갖춰 내년 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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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이후 50여년간 미공군 사격장으로 사용되며 '죽음의 땅'으로 방치됐던 화성 매향리가 평화와 희망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지난 2015년 대한민국 유소년 야구의 메카를 자처하며 추진된 '화성드림파크'가 오는 5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연간 190일 이상 열리는 야구 경기를 위해 이곳을 찾게 될 예상 방문객만 5만여 명, 로컬푸드와 관광 , 숙박 등 주변 인프라와 연결될 경우 화약냄새 진동했던 이곳은 연간 620억원의 경제효과와 5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두는 약속의 땅이 된다.



# 아름다운, 그러나 슬픈 이름의 마을 매향리

화성시 우정면 매향리(梅香里). 사방천지 매화 향기 가득할 것 같은 아름다운 이름의 이 마을은 역설적이게도 한국 현대사의 슬픔과 아픔을 고스란히 지닌 곳이다.

한국 전쟁 당시 미 공군의 폭격 훈련장으로 사용되던 매향리는 전쟁이 끝난 뒤 오히려 포성이 더 요란해진 '전쟁터'로 변모해 갔다. 1954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농섬을 포함해 이 일대 땅과 바다 728만평에 미 공군 쿠니사격장이 조성된 것.

이후 미군은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오후 11시 사이 매일 시도 때도 없이 전투기와 전폭기 40∼50대씩을 동원해 포탄을 투하하고 기총사격을 해댔다. 하루 11시간 넘게 계속되는 사격에 마을 사람들은 사고로 죽거나 다치는 이웃들을 지켜보며 공포의 시간들을 보냈다.

안보 논리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던 주민들의 절규에 세상이 반응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5월. 미 공군 A-10기가 실전용 포탄 6발을 투하하면서 주민들이 다치고 가옥 170채의 유리창이 부서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한 미국인 반전운동가가 쿠니사격장에서의 우라늄탄 사용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사격장 폐쇄와 피해보상, SOFA 개정 등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시민, 종교, 사회단체를 망라한 각계 100여개 단체가 가세해 '매향리 미군 폭격장폐쇄 범국민대책위원회'를 발족했고, 10만인 서명운동과 함께 청와대, 외교부, 주한미대사관, 주한미군사령부 앞에서 항위시위를 벌였다.

외면하던 국방부와 미군측은 결국 2005년 8월 사격장 폐쇄에 합의했다. 전쟁과 함께 시작한 포성이 멎는 데 걸린 세월은 무려 54년이었다.

#죽음의 땅, 아이들의 함성으로 되살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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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클릭아트
포성은 멎었지만, 황폐해진 매향리가 시민들 품으로 돌아오는 길은 멀기만 했다. 찬란한 낙조를 보겠노라 서해를 찾은 관광객들의 발길은 인근 궁평리에서 되돌려졌고, 50년 넘게 숱한 포탄을 받아낸 매향리는 더 이상 농사도 고기잡이도 할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돼 버린 지 오래였다.

고심하던 화성시가 꺼내 든 카드는 매향리 농섬과 육상사격장 부지를 평화생태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었다. 공원 조성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화성 드림파크다.

평화생태공원 중 24만2천 689㎡에 리틀야구장 4면, 주니어야구장 3면, 여자야구장 1면 등 모두 8개의 야구장을 건립한다는 야심찬 계획. 슬픔과 아픔의 땅을 꿈과 희망의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발칙한 역발상의 결과물이었다.

반신반의하던 지역 여론은 지난 2015년 경기도가 창조오디션을 통해 특별조정교부금 85억원을 보태고, 한국리틀야구연맹과 한국여자야구연맹, KBO, KBA가 잇따라 화성시와 대회 개최, 야구장 조성 협약을 체결하면서 확신의 눈길로 변해갔다.

화성시는 이후 2015년 11월 30일 도시관리계획 결정, 2016년 1월 5일 화성도시공사 위수탁 계약 체결 등 행정적 절차를 거쳐 지난해 4월 1일부터 화성드림파크 조성사업소 운영을 시작했다. 준공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 드림파크에는 이미 7개 리틀야구 대회와 5개 주니어야구 대회, 2개의 여자야구대회와 국제대회 등 15개 대회가 번호표를 뽑아들고 있는 상태다.

시는 최근 리틀야구단과 여자야구단을 잇따라 창단하며 야구 도시의 면모도 갖췄다. 11일 창단한 '화성시 B리틀야구단'은 한국리틀연맹이 인구 50만 이상 기초지방자치단체에 2개팀의 등록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변경하면서 가능해졌다.

이들은 '화성드림파크'에서 열리는 전국 리틀야구대회 등에 참가하게된다. 14일 창단식을 치른 '화성시립 코리요여자야구단'은 동탄 석우동의 마사토구장을 훈련장으로 사용하며 KBO전국여자야구대회 등 각종 대회에 화성시대표로 출전한다.

메인리틀구장 조감도
메인리틀야구장 조감도. /화성시 제공

# 상생과 평화의 공간, 평화생태공원

드림파크가 들어서는 평화생태 공원은 화성시가 지난 2015년 매향리 농섬과 육상사격장 부지를 매입하기로 국방부와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화했다. 2018년 말 개장 예정인 공원에는 습지원과 메타세쿼이아길, 해안들판, 잔디마당, 산책로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마을 이름을 제대로 돋보이게 할 매화 숲도 함께 조성된다.

평화생태공원 조성사업에는 국립수목원도 참여한다. 시는 최근 채인석 시장과 이유미 국립수목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생태공원 조성사업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공원을 명실상부 시민들의 다양한 여가와 휴식, 치유공간으로 거듭나게 하자는 취지다. 화성시와 국립수목원은 이번 협약으로 산림생물 자원의 교환 및 지원과 매향리 평화생태공원, 공원 숲, 도시 생태계 조성·관리에 대한 자문과 협력 등을 추진하게 된다.

채 시장은 "생물 다양성 보전·강화에 앞장서고 있는 국립수목원의 노하우를 평화생태공원에 접목하면 자연과 생명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세울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배상록기자 bsr@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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