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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프리뷰]경기필 세번째 '비르투오소 시리즈'

공지영 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8-05-02 제14면

베토벤 존경한 마에스트로 '바이올린 독주·지휘' 모험

주커만&경기필 (2)
핀커스 주커만의 지휘아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 모습.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지휘자 주커만 협주곡 솔리스트 면모
'에그몬트 서곡' 폭발적 비장감 선사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세번째로 선보이는 '비르투오소 시리즈'는 노장 '핀커스 주커만'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는 세계적 명성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다.

그럼에도 그를 수식하는 수많은 단어 중 '노장'을 선택한 것은 올해 일흔이 된 주커만이 이번 공연에서 선보이는 열정과 활약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는 천안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 2번의 공연에서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과 교향곡 제 7번, 바이올린 협주곡 등 '베토벤'을 연주한다.



"200년 전 베토벤이 이룬 음악혁명의 영향 아래 연주자와 지휘자 모두 베토벤을 탐험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을 만큼 그는 오랜 시간 베토벤을 존경했고 연구해왔던 음악가다.

누구보다 베토벤을 잘 이해하기 때문일까. 그는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바이올린을 직접 연주하며 곡을 지휘하는 모험을 감행한다. 베토벤 음악의 모티브를 풀어가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이 공연을 통해 발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핀커스 주커만
핀커스 주커만

그래서 이번 공연은 거장의 손에서 재해석된 베토벤 음악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지휘자와 솔리스트의 면모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바이올린 협주곡은 팀파니의 가벼운 3연타로 1악장을 시작한다.

부드럽고 긴 관현악 연주가 흐른 후에 주커만이 연주하는 바이올린의 독주가 이어지고 다시 팀파니 리듬이 재현되면 오케스트라와 독주 바이올린이 긴밀하게 조화를 이룬다.

반복적으로 이같은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용하고 평화로움, 장엄하고 화려함이 곡의 전반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멜로디를 선보인다.

더불어 에그몬트 서곡은 실제 역사가 곡의 배경이 됐는데 그 이야기가 흥미롭다. 괴테가 네덜란드 귀족 출신의 군인이자 정치가인 라모랄 에그몬트 백작의 이야기를 희곡으로 썼고, 베토벤이 희곡의 부수음악으로 작곡했다.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네덜란드에서 에그몬트 백작은 민중의 신망을 받는 군인이다. 서민의 딸과 결혼하고 백성의 저항운동도 눈감아 주는, 관용의 인물이다.

하지만 네덜란드 통치 전권을 부여받은 알바 공작이 온 후 그는 반역죄를 뒤집어 쓰고 사형을 선고받는다. 에그몬트는 자신의 죽음이 네덜란드 독립의 불길을 타오르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결연하게 사형장으로 향한다.

에그몬트 서곡은 에그몬트 백작의 성격과 삶을 그대로 묘사한다. 평온하면서 환상적으로 흐르는 전반부에서 불타듯 전진하는 웅장한 선율이 등장하며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마지막에 이르러 폭발적인 비장감을 선보인다.

관록의 주커만이 들려주는 베토벤은 우리에게 어떤 감동으로 다가올까. 공연은 3일과 4일, 천안예술의전당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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