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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경기지역 부동산 투기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나

이원근·이시은 이원근·이시은 기자 발행일 2021-05-07 제10면

'땅땅' 거리고 살려다가 결국 '철창 분양'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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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LH 수사, 신도시 개발부서 정모씨·사전 정보 이용한 '강사장' 나눠 파헤쳐
전현직 공무원 관련 64명·의원 관련 26명 타깃… 前 시흥시의원 등 구속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예정지 가족 등 명의로 매입 6억원대 땅 55억원으로
'1년내 2배 이상' 98개 영농법인, 허위 농업계획서에 지분 쪼개 파는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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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비롯한 지자체 공무원과 의원 등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3기 신도시 등 부동산 개발의 중심에 있는 경기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월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LH 직원들이 광명·시흥 3기 신도시 계획 발표를 앞두고 시흥 과림동과 무지내동 일대에 100억원대 토지를 사전에 구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촉발된 부동산 투기 의혹은 일파만파 커져 갔다.

경찰은 부동산 투기 사범 특별수사대 등 특별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현재 LH 직원들을 넘어 공무원과 지자체 의원, 농지법을 위반한 영농법인, 기획부동산 등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하고 있는 부동산 투기 관련 내·수사 건수는 지난 3일 기준 45건 276명이다. 범죄 피의자가 확정판결을 받기 전 수익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소 전 몰수보전 금액은 무려 158억4천만원에 달한다.

# LH 임직원 관련 부동산 투기 수사

경찰은 LH 임직원들과 관련된 광명·시흥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를 크게 정모씨와 강모씨 관련 수사로 나눠 진행 중이다. LH 관련 수사는 전·현직 임직원 32명과 이들의 친인척·지인 57명 등 모두 89명을 대상으로 내·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 그래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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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모씨 등은 지난 2017년 3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36명의 명의로 광명 노온사동 일대 22개 필지를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2017년 3기 신도시 개발 부서에서 근무했던 정씨는 신도시 예상 지역의 개발 제한 해제를 검토하거나 발표 시점 결정 등 업무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2일 정씨와 지인 등 2명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명의 염려와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돼 구속됐다. 경찰은 정씨와 관련된 60여명도 함께 수사 중으로 태양광 사업 투자, 전북 효천지구 개발 사업, 광명지구 토지 매입 등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다.

광명 신도시 투기 의혹 LH 직원
3기 신도시 투기 혐의를 받고 있는 LH직원 정모씨가 지난 4월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경인일보DB

또 일명 '강사장'으로 알려진 강씨 등은 사전 개발 정보를 이용해 지난 2017년 9월부터 2020년 3월까지 28명 명의로 광명 옥길동과 시흥 과림동, 무지내동 등 3기 신도시 외곽 지역의 14필지를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정씨와 관련성 여부, 독자적으로 정보를 입수한 땅 투기 내역, 지인 등에 정보를 제공한 부분 등을 살피고 있다.

# 공무원, 지자체 의원 수사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하고 있는 공무원 관련 내·수사는 전·현직 공무원 56명, 지인 8명 등 64명이다. 전·현직 지자체 의원 관련은 의원 14명, 친인척 12명 등 총 26명이 수사 대상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예정지 주변 부동산 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경기도 공무원 김모(52)씨는 지난달 30일 기소됐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는 경기도 투자진흥과 팀장으로 재직할 당시 직무상 알게 된 사전 정보를 이용해 개발 예정지 인근 8필지를 부인 회사와 가족 명의로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매입 당시 8필지의 가격은 6억3천여만원이지만 현재에는 5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10월 딸 명의로 과림동 임야 130㎡를 1억원에 매입했던 전 시흥시의회 이모(57) 의원도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투기한 혐의(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아 지난 4일 구속됐다.

이 의원은 매입한 땅에 2층짜리 건물을 지었지만 건물 주변은 별다른 시설이 없고 지난 2월 광명·시흥지구에 포함됐다.

이복희 전 시흥시의원
이모 전 시흥시의원이 지난 4일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경인일보DB

반면 같은 혐의를 받는 안양시의원, 군포시 공무원과 지인 등 3명은 같은 날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 자료 등에 비춰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불구속 수사 원칙 등에 비춰보면 피의자를 구속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안양시의원은 지난 2017년 7월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에 2층짜리 건물을 포함해 160㎡를 매입했는데 석수역에서 200m 떨어진 역세권 토지다. 토지 매입 당시 도시개발위원장으로 시 개발 계획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군포시 공무원과 지인은 대야미 공공주택지구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다. 지난 2016년 9월 군포시 둔대동 2개 필지(2천여㎡)를 지인과 함께 14억8천만원에 매입했는데 이 땅은 지난 2018년 7월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대야미 공공주택지구에 포함돼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기 북부에서는 포천시 공무원 박모(52)씨도 같은 혐의로 지난달 26일 구속 기소됐다. 박씨는 지난해 9월 40억원을 대출받아 부인과 공동명의로 도시철도 7호선 연장 노선 역사 예정지 인근에 2천600㎡ 땅과 1층짜리 조립식 건물을 매입한 혐의를 받는다.

# 공직자 부동산 투기 수사에서 농지법 위반과 기획부동산으로 확대

경기남부경찰청은 농업 법인과 관련해서는 총 98개 영농법인을 내·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 대상은 수도권 일대 농지를 구입 후 1년 내에 2배 이상 가격으로 매도한 영농법인들이다.

이들이 사들인 토지는 용인, 평택, 이천, 여주 등 개발 가능성이 있는 지역들로 농지 취득에 필요한 농업 경영 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해 농지를 취득한 뒤 지분을 쪼개 파는 수법으로 부당 차익을 남겼다.

한 영농법인은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70여 차례에 걸쳐 허위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사들이고 일반인에게 분양하는 방법으로 100억원 상당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가 상승 등으로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 기획부동산 9곳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광명 신도시 투기 의혹 LH 직원
지난 3월 포천시청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이 압수물을 옮기고 있다. /경인일보DB

경찰 관계자는 "20여 명의 매수인 진술을 확보했고 여러 참고인들을 대상으로 진술을 추가적으로 받을 계획"이라며 "현재 2차례 기획부동산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고 16명을 입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기획부동산 관련 수사를 계속해서 확대해 갈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인물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없이 엄정 수사할 것"이라며 "투기로 취득한 재산상 이득은 반드시 환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근·이시은기자 lwg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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