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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큰 기사-도시재생의 길] '공동체 되살린' 안양 명학마을 도시재생

김대현·배재흥·손성배 김대현·배재흥·손성배 기자 발행일 2021-06-28 제3면

사는 이야기 지줄대는 '거점'… 이웃이 점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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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2021.6.27 /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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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2021.6.27 /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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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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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2021.6.27 /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지역의 특성과 거주민의 욕구에 부합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유형별로 투입되는 예산과 구축되는 기반 시설 역시 천차만별이다. 도시재생 사업의 일차적인 목적은 '거점'을 만드는 것이다.

이 거점은 주민들이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 도시 경쟁력에 보탬이 될 혁신 센터 등 공간을 의미한다. 도시재생 사업에선 이런 거점을 '마중물'이라고 칭한다.



낡은 동네를 고치는 건 도시재생의 가장 기본적인 사업이다. 사업지 주민들도 도로를 넓히거나 보행로를 정비하고, 노후 주택을 수리하는 주거 환경 개선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다. 외부인의 시선에선 미미한 변화일지라도, 실제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변화는 작지 않다.

도시재생 사업은 이 모든 과정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설계됐다.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주민 스스로 마을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위함이다. 당장 거액을 들여 지은 공간도 주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 언젠가 낡기 마련이다.

이번 사업을 마중물 삼아 주민들이 직접 마을의 발전을 고민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게 만드는 것. 도시재생 사업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도시재생 사업의 목표는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되고 있을까. '안양 8동 두루미 명학마을'의 사례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진행 과정을 살펴본다. 

 

'명학' 자부심과 달리 낙후 문제 앓아
재개발 지정·해제, 찬반 갈등 아픔도
2018년부터 대안으로 도시재생 시작
 


# 두루미가 울고 간 마을

안양시 만안구 명학마을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명학(鳴鶴)' 바위가 나온다. 조선시대 청풍군수를 지낸 심동의 묘를 쓰기 위해 땅을 팠는데, 돌 밑에 있던 두 마리 학 중 한 마리가 바위에 날아와 울었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명학마을이라는 지명도 이 바위의 영향을 받았다.

명학마을 사람들은 마을 이름에 대한 애정이 깊다. 명학마을의 도로명주소는 '명학로'인데, 원래 이곳 도로명주소는 '안양로'로 정해졌다고 한다. 명학이란 이름에 자부심을 가진 마을 주민들이 들고일어났고, 도로명주소도 결국 명학로로 바뀌었다.

주민들이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명학마을의 낙후는 점차 심각해졌다.

명학마을은 1974년 경부선 명학역이 개통하면서 형성된 곳이다. 이후 초등학교와 중앙병원이 문을 열면서 마을의 인구도 늘었다. 그런데 1990년대 초중반 산본과 평촌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인구 유출이 가속화됐다. 마을 인프라는 낡고, 주민들의 고령화로 이어지면서 마을의 활력이 떨어졌다.

이 마을은 2010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었으나 마을 주민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갈등을 빚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2013년 명학마을은 재개발 구역에서 해제됐다.

재개발을 추진하지 못했다고는 하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을을 개발해야 한다는 요구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도시재생 사업은 명학마을의 이런 빈틈을 메울 대안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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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했던 교각 하부 공간이 마을 축제가 열리는 문화 공간으로 새단장했다. /기획취재팀

커뮤니티 시설 '두루미 하우스' 짓고
공동육아·공부방·카페 등 공간 활용
주택 수리·골목길 정비 등 함께 지원


#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은 가능할까

명학마을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주거지 지원형'으로 지난 2018년부터 추진되고 있다.

청년 유입을 위한 행복주택과 주차장, 주민 커뮤니티 시설 등이 들어서는 '두루미 하우스'를 짓고, 공동육아와 공부방, 마을 카페 등을 갖춘 '스마트 케어하우스'를 거점 공간으로 조성한다. 주택 외부를 수리하고, 골목길 등을 정비하는 주거 지원 사업도 이뤄지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 초기에는 재개발 사업과 마찬가지로 주민 찬반 의견이 갈렸다. 특히, 임대업에 차질이 생길 걸 우려하거나 주차 문제가 더 가속화될 거라면서 도시재생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두루미 하우스에 행복주택이 들어서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존 임대업을 하던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고 한다.

제대로 된 사업을 해보지도 못하고 좌초될 판이었다. 이때 사업의 동력을 잃지 않게끔 중심을 잡아준 것도 주민들이었다. 반대 주민을 설득하고, 행복주택 호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합의도 이끌어냈다.

'마을관리 조합' 국토부 선도 조합에
사업 전후 '소통 만족도' 4.4 → 7.5점
"휘황찬란 한 건 없지만 삶의 질 높여"


명학마을의 '마을관리 사회적 협동조합'은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선도 협동조합으로 꼽힐 정도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마을관리 협동조합이란 도시재생 사업의 결과물인 거점 공간을 유지·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협동조합 측은 사업 기간 종료 이후도 대비하고 있다. 일례로 스마트 케어하우스에는 '다함께 돌봄센터'가 들어선다. 일부 조합원은 이곳에서 공동육아나 노인 돌봄을 하기 위한 전문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38년 동안 명학마을에 살았다는 이인순(71)씨와 지난 11일 도시재생 사업지를 둘러봤다. 그는 협동조합 이사를 맡고 있다. 2014년부터 통장직을 맡으면서 마을 일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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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학마을에서 쓰레기 무단 투기로 몸살을 앓았던 곳에 화단이 들어섰다. /기획취재팀

그는 새롭게 화단이 놓인 자리가 예전에는 어땠는지 설명했다. 원래는 무단으로 버린 쓰레기가 쌓여 골치였다고 한다. 불법주차로 차 한 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었던 길은 담벼락을 부수고, 길을 넓혔다. 울퉁불퉁하고 깨져 삭막함을 줬던 도로는 새로 정비한 뒤 밝게 페인트칠을 했다. 이렇게 한 시간가량을 마을 이곳저곳을 누볐다.

이씨는 "도시재생 사업을 처음 한다고 했을 때 무작정 좋진 않았다"면서도 "꽃을 심고, 마을 축제도 하고, 안전골목도 만드니까 삭막했던 마을에 생기가 돈다. 마을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고 칭찬해 주는 주민들도 있다"고 했다.

안양시가 명학마을 일부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명학마을 인식조사' 결과, 도시재생 사업 선정 연도인 2017년 이웃과의 소통 만족도는 4.4점이었다. 사업 4년 차인 올해 만족도는 7.5점으로 크게 올랐다. 도시재생 사업은 눈에 보이진 않지만 공동체 회복이라는 결과로도 이어지고 있었다.

양원모 안양시 도시재생과 주무관은 "도시재생은 주민과 같이하는 것이고,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도시재생은) 휘황찬란하고 그런 건 없다. 아이를 키우거나 어르신을 돌보는 데 더욱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기획취재팀

글 : 김대현차장, 배재흥, 손성배기자
사진 : 김금보, 김도우기자
편집 : 김동철차장, 장주석기자
그래픽 :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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