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편집국으로 한 통의 제보 전화가 왔습니다. 제보자는 경기도 신도시 신축 아파트 공인중개사였습니다. 내용인즉 "원하는 가격대로 매매를 진행하지 않았더니 허위 매물로 신고당했다. 억울하다"였습니다. 입주 2년이 지나지 않은 해당 단지는 속칭 '가격이 나오지 않은 단지'입니다.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입주 후 2년 이내에 집을 팔면 중과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거래가 거의 일어나지 않게 되고, 자연히 수요-공급에 따라 형성되는 '시세'가 없다는 뜻이죠. 다만 지난해에 7억 중반에 매매된 물건이 하나 있다고 했습니다.
매물 안내가 빼곡하게 붙어있는 인천 계양구의 부동산중개업소.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경인일보DB |
1기 신도시 내 공동주택 중 최초로 리모델링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주공5단지 아파트. 2021.7.6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
실거래가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우리가 부동산을 고르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부동산 어플이나 포털의 부동산 홈페이지에 접속하고→관심 있는 동네의 관심 있는 단지를 클릭해본 뒤에→부동산이 올린 시세와 최근 거래된 금액, 바로 국토부 실거래가를 비교해본다'. 이게 바로 현재 부동산 정보를 취득하는 루틴입니다. 애플리케이션과 포털의 영향으로 '발품을 팔아야 싸고 좋은 집을 구할 수 있다'는 부동산 업계의 금언은 옛 말이 된 지 오래입니다. 요즘은 누가 어플을 오래 들여다보고, 얼마나 검색을 많이 하느냐에 따라 부동산 정보 취득의 수준이 달라지고, 그때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게 바로 '실거래가'입니다.
실제 거래가 그 가격에 이뤄졌으니 당연히 시세보다 신뢰도가 높은 정보라고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죠. 이 실거래가 공개에 맹점이 있으니, 이미 알려진대로 일정 기간 내에 취소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말 그대로 '신고'일 뿐이어서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 거래를 취소하거나 정보를 잘못 신고했을 경우엔 수정과 삭제가 가능합니다.
현재 계약 후 30일 이내로 돼 있는 부동산 거래 신고 기간을 (일주일 내지는 15일로)축소하고, 거래금액 공개는 등기 신청일로 바꾸자는 주장입니다. 등기 신청일로 바꾸게 되면 실제 거래가 완료됐다는 것이 증빙되는 셈이니 허위 조작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다만, 또 다른 문제도 예상됩니다. 계약 이후 신속히 신고하고 등기일에 거래 정보를 공개하면 지금보다 거래가 정보가 노출되는 물리적 시간이 늦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계약 이후 잔금을 처리하는 데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죠. 거기에 등기 시한까지 고려하면 적어도 계약 이후 두 달 정도의 시차가 벌어지게 됩니다.
거래 정보가 시차를 두고 부동산 시장에 공개되면 그 사이 더 비싼 가격에 주택을 거래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습니다. 거래 가격 자체가 부동산 시장 참여자의 판단 기준인데, 그 정보 노출이 늦어짐으로써 잘못된 판단이 내려질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죠.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포털의 부동산 정보 확대는 '실거래가'를 부동산 시장 참여자가 가진 가장 중요한 판단 잣대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거기에 적발이 어려운 주민-중개사 사이의 '담합'과 일부의 시세 조작, 그리고 실거래가의 맹점까지 더해져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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