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 [정운의 인천물류 톺아보기 #16] 물류 서비스는 누가 맡는 게 좋을까

[정운의 인천물류 톺아보기 #16] 물류 서비스는 누가 맡는 게 좋을까

정운 기자 jw33@kyeongin.com

입력 2021-12-31 16:08 수정 2024-10-16 18:50

A. 네 그렇습니다. 다만 한 가지 기준만 가지고 구분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현상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운과 항공 등 운송수단에 따른 분류가 있을 수 있고, 보관과 운송 등 물류 영역에 따라 구분하기도 합니다. 또 하나 기준이 되는 것은 '직접' 물류 활동을 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물류 활동은 굉장히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류 부문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기업에서 물류 관련 부서를 두고 직접 물류 영역을 소화하기도 합니다. 제품을 생산한 기업과 물류 수행 주체의 관계를 두고 기업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이때 'PL'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PL은 'Party Logistics'의 약자입니다. 제품 생산기업이 직접 물류를 수행하면 '1PL' 또는 1자 물류기업이라고 부릅니다. 보통 1PL은 1자 물류, 2PL은 2자 물류, 3PL은 3자 물류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A. '1PL'(First Party Logistics) 또는 '1자 물류', 그리고 2PL, 3PL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예전에는 중국음식점 대부분이 직접 음식을 배달했습니다. 오토바이를 사고, 배달원을 고용해 음식을 배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중국음식점이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전문 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이들 배달원은 중국음식점 소속이 아니라 대행업체 소속입니다. 이들은 여러 음식점의 주문을 받아 음식을 배달합니다.

'1PL'은 직접 배달원을 고용해 음식을 배달하는 것처럼 직접 물류 활동을 수행하는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대행업체를 물류기업 측면에서 보면 제품을 생산한 기업과 계약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3PL', 즉 3자 물류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이 1자 물류를 수행하는 기업으로 꼽힙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아모레퍼시픽은 혁신적이고 표준화된 시스템과 강력한 글로벌 인프라를 포함하는, 고도로 통합된 방식의 물류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독자적인 피킹 시스템, 더욱 향상된 대응 능력, 그리고 혁신적인 물류 관리 방식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은 오산을 구심점으로 국내 지역 물류 거점을 통해 제품이 빠르게 고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과 미국 등 물류 거점을 두고 전 세계로 가지를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라며 자사의 물류시스템을 설명합니다.

A. 중국음식점으로 비유하자면 A라는 중국음식점 사장의 동생이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B업체를 만들어 A기업의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개념입니다. 이때 B업체를 2자 물류 기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통 대기업 자회사 또는 관계사가 해당 기업의 물류 활동을 맡아서 진행하는 것을 2자 물류라고 합니다. 이때 자회사인 물류기업은 모기업뿐 아니라 다른 기업의 물류 업무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2자 물류 기업은 현대글로비스와 LX판토스를 꼽습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의 물류 부문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으며, LX판토스는 LX그룹의 물류 부문 기업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A. 인천항 배후단지인 아암물류1단지에 있는 화인통상은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3PL 기업입니다. '3자 물류'라고도 불리는 3PL은 제품 생산을 제외한 물류 전반을 특정 업체에 맡겨 처리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화인통상에서 처리하는 물품은 대부분 소비재이며, 물품 종류는 7천여 가지에 이릅니다. 가구 브랜드 '이케아', 의류 브랜드 '자라', 창고형 마트 '코스트코' 등 다수 글로벌 브랜드가 화인통상에 물품의 보관·통관·라벨링·국내운송 등을 맡기고 있습니다.

이들 글로벌 브랜드는 제품이 생산된 이후 소비자의 손에 닿기까지 전 과정을 화인통상에 맡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화장품과 식품 등은 각 국가의 기준에 맞게 성분 분석표 등을 작성해야 합니다. 화인통상은 외국에서 들여오는 화장품 등의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화학 전공자 등을 채용하기도 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에도 여러 물류 기업이 있습니다. LX판토스 인천공항센터는 2자 물류 업무와 3자 물류 업무를 모두 수행합니다.

세인티앤엘은 국내 최대 규모 관세법인 '세인관세법인'의 자회사입니다. 인천공항에 '세인공항물류센터'를 설립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9년 준공된 세인공항물류센터도 3PL 기업으로서 역할을 합니다. 세인공항물류센터와 LX판토스 인천공항센터는 항공 화물이 중심입니다.

해외에서는 DHL이 대표적인 3PL 기업으로 꼽힙니다.

A. 3PL 기업은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물류에 특화된 기업입니다. 이 때문에 제품 생산부터 물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과 비교해 물류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또 생산 기업 입장에서는 일정 분야를 전문기업에 맡기면서 생산 등 주력 분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효과도 있습니다. 특히 과거엔 소품종·대량 생산 체제가 주를 이뤘다면 시간이 갈수록 다품종·소량 생산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핵심적인 것만 직접 진행하며, 나머지 분야는 전문업체에 맡기는 형태가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비용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반면 3자 물류를 1자 물류나 2자 물류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맞춤형 물류가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힙니다. 예를 들어 1자 물류를 진행하는 아모레퍼시픽은 자사의 제품을 처리하는 데 최적화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반면 3자 물류 기업은 여러 기업을 상대하기 때문에 한 기업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2자 물류 역시 생산기업과 자회사 등의 관계이기 때문에 3자 물류보다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또 3자 물류는 계약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계약을 파기하거나 계약한 물류 기업이 도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필요 이상의 시간과 비용이 지출될 수 있다는 점이 단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