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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그 섬에선…·(1)] 12년 전 악몽에 갇힌 사람들

변민철·이수진
변민철·이수진 기자 bmc0502@kyeongin.com
입력 2022-11-09 19:33 수정 2024-10-17 16:49

불안감에 트라우마 겪는 주민 "짐 싸놓고 언제든 도망갈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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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안보교육장이 12년 전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2022.1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금도 포격 소리만 나면 덜컥 겁이 납니다.
서해 북단 인천 옹진군 연평도 주민 김마리아(세례명·70)씨는 "북한의 도발 소식만 전해지면 육지에 있는 친지들에게서 안부를 묻는 전화가 온다. 나도 불안해 언제든 도망갈 준비를 항상 하고 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연평도 주민들은 12년 전 그날의 악몽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기습적인 포격 도발은 연평도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북한의 포격으로 섬마을은 삽시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주민들은 고향을 등지고 육지로 향하는 어선을 얻어 타고 몸을 피했다. 터전을 잃은 이들은 한 사우나 시설에서, 이후에는 정부가 경기 김포에 마련한 임시주택에서 떠돌이 피난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밤잠 설치고 큰 소리 무서워 하는 등
PTSD 겪는 경우도 적지 않은 상황
정부, 내년부터 1대1 전문 상담활동
"전수조사·고위험군 발굴 지원할것"

연평도 주민 중에는 여전히 그날의 충격으로 밤잠을 설치거나, 보따리를 싸놓고 지내는 등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를 겪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주민 노명준(65)씨도 "포격 소리가 들리면 아직도 그날이 떠오른다"며 "6·25 전쟁을 겪은 분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최근에 북한 도발이 잦아 혹시 12년 전 일이 재현되지는 않을까 걱정되지만 내 고향이라 이 땅을 떠날 수가 없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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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면서 기습적인 포격의 아픔이 있는 연평도 주민들에게 평화가 간절해지고 있다. 9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마을. 2022.1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인천 옹진군은 '서해5도특별지원단'을 구성해 주민 대상으로 심리상담 등을 벌였다. 2016년부터는 트라우마를 겪는 주민들이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하지만 연평도 주민들은 생업 등으로 인해 꾸준히 심리상담 등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옹진군은 최근 북한의 무력 도발이 계속되자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들을 살피기 위해 정신건강팀을 신설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옹진군정신건강복지센터와 협력해 전 주민 정신건강 선별검사와 1대1 전문 상담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옹진군 정신건강팀 관계자는 "연평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여 고위험군을 발굴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평도/변민철·이수진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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