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2023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 고은경 "또 다른 세계를 꾸려갈 때 비로소 나와 내가 맞붙었다"

입력 2023-01-01 19:41

고은경
고은경
이 지면에서 수정 언니의 이름을 부르게 되어 기쁘다. 우리 둘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는 언니를 기억하며 <숨비들다>를 쓰고 고쳤다.

수정 언니를 생각하면 여전히 슬프다. 그런 가운데 잘 살아야 한다고, 잘 살아보자고 힘을 내곤 한다.

말하는 재미보다 쓰는 즐거움에 익숙해진 지 오래다. 고백하건대 행복한 일만은 아니었다. 스스로를 괴롭히고 가까운 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로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새 소설을 구상하거나 이야기 짓는 작업의 희열이 그 괴로움보다 컸다.



조금은 세상과 거리를 둔 채 또 다른 세계를 꾸려갈 때 비로소 나와 내가 발 디딘 곳이 맞붙었다.

하성란 선생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선생님과 함께 소설을 쓰는 동안 읽는 사람의 눈을, 쓰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에 대해 배웠다. 내내 믿어주시고 격려해주신 만큼 더 나아간 글로 보답하고 싶다.

소설가로서의 나이를 세게 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린다. 그 나이가 드는 걸 반가워하며 꾸준히 쓰겠습니다.

이런저런 작가가 되자고 다짐 나눴던 은영, 응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은 시은 언니, 같은 글을 읽고 또 읽어준 은아. 고집 센 자식한테 늘 져주신 엄마 아빠. 혼자 써야 하지만 한편 혼자 써낼 수 없는 것이 소설이란 걸 이제는 압니다.

빈틈 많은 아내의 꿈을 한결같이 지지해온 김희상에게 고맙습니다. 다행입니다.

마지막으로 연아야, 네가 있어서 엄마는 계속 할 수 있었어. 다독가 연아도 손에서 놓지 않는 그런 작품을 쓸게.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