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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공감] '임기 4년차' 새로운 출발선에 선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

구민주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입력 2023-02-14 20:32 수정 2023-02-14 20:40

"우리에겐 문화 통해 힘든 시간 이겨 내려는 DNA가 있다"

인터뷰...공감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 (3)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이 지난 9일 오후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도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그 아픔을 고스란히 옆에서 지켜온 경기도미술관에 발을 내딛기도 조심스럽고 어려웠던 2019년 처음 임기를 시작한 안미희 관장, 그가 미술관을 맡아 이끈 지도 어느덧 4년 차가 됐다.

경기도민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그렸던 안 관장의 4년은 사실상 팬데믹 상황과 같이 흘렀다.

분명 코로나19로 모든 문화예술계가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한편으로는 문화예술의 역할과 본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성찰과 고민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이는 미술관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안 관장은 "팬데믹 이전에는 저 먼 곳에 뭐가 있는 것처럼 그곳을 향해 앞으로만 갔다면, 팬데믹 때는 내실을 돌아보게 했다"며 공감했다.

그는 "경기도의 미술관으로서 역할을 고민하고, 미술관의 자료를 1년 여 간 정리해서 자료실을 일반에 공개했다. 또 경기도의 중진작가와 청년작가들을 조명하는 전시들도 꾸준히 하려고 했다"며 "특히 주차장부터 진입로 로비까지 열린 미술관을 만들고, 누구나 쉽게 미술관에 들어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했던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문화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됐다던 그는 "결국 우리는 문화를 통해 힘든 시간을 이겨내려는 DNA가 있다"며 "그것이 업인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이구나'라고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건희 컬렉션 50점 6월부터 두달간 전시
'프로젝트 스페이스' 불발에 깊은 아쉬움
미술시장 MZ세대 소비·투자 '新풍속도'
국내작가 국제적 인지·영향력 훨씬 커져

물론 팬데믹으로 인해 실제 하려고 했던 계획이 이뤄지지 못하기도 했고, 언제 다시 문을 열게 될지 몰라 전시를 올리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적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안 관장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업에 대해 짙은 아쉬움을 보였다.

안 관장은 "경기 북동쪽이나 남쪽의 도가 가지고 있는 유휴 공간이나 활성화되지 못한 공간에 경기도미술관의 기획 전시나 교육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었다. 이는 최소 인원과 예산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경기도민이 문화를 누리게 하는 것은 도립 미술관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경기도 곳곳에 프로젝트 스페이스를 마련하는 이 사업을 앞으로도 도에서 관심을 갖고 진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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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이 눈앞으로 다가온 올해, 경기도미술관은 도민들에게 또 한 번 각인시킬 수 있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이건희 컬렉션'전이다.



이건희 컬렉션 1천488점을 기증받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비슷한 콘텐츠와 작가 등으로 나눠놓은 전시 가능한 3개의 세트가 지난해부터 전국의 공립미술관을 돌며 국민들을 만나고 있는데, 경기도에서는 오는 6월 8일부터 두달여간 볼 수 있을 예정이다. 경기도미술관은 이를 위해 2층 전시장 바닥과 벽면, 조명 등 노후화된 환경개선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이건희 컬렉션은 192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근현대 시기를 망라하는 국내 유명 작가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안 관장은 "실제 전시가 가능한 이건희 컬렉션 작품 50점이 경기도미술관만의 기획을 통해 선보이게 된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이건희컬렉션과 함께 경기도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소장품은 물론 전시 주제에 맞는 다른 미술관의 작품들도 대여해 와 도민들이 다양하게 즐길 기회로 만들어 보려 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지난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전시이자 하루 관람객만 천여 명을 훌쩍 넘길 만큼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그리고 그 컬렉션들이 사회로 환원되며 대중들에게 준 영향은 생각보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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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문턱이 한층 낮아졌기 때문인데, MZ세대가 미술시장에 뛰어들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현상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투자의 방법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집에 두고 보기 위한 향유의 방법 등으로 기꺼이 미술품에 소비한다.

안 관장은 "MZ세대의 소비 형태와 투자 가치는 다르다. 그들에겐 단순히 돈을 떠나 사회적인 가치가 중요하다"며 "미술 향유 문화가 예전과 달라지며 수준이 높아졌고, 지금 살짝 다운됐다고 하지만 쉽게 꺼질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한 번 만들어진 문화의 현상이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것.

안 관장은 이처럼 우리나라 미술의 높아진 위상과 관련해 세계 2대 아트 페어(Art Fair)로 불리는 영국의 '프리즈(Frieze)'가 아시아 첫 진출지를 서울로 삼은 것을 예로 들었다. 시장성을 보고 들어왔지만 결국 국내 작가의 발굴과 미술기관, 갤러리 등을 두루 파악할 기회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문화와 미술 수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안 관장은 국내 작가들의 인지도와 영향력도 훨씬 커졌다고 했다. 뉴욕, 런던, 파리 등 해외 유수의 갤러리들이 한국에 분점을 내고 적극적으로 프로모션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안 관장은 "단색화(한국 현대미술의 한 추상화 경향)로 시작했고, 이제 특정 시기에 나온 작가들의 단색화 작품은 거의 다 팔려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베니스 비엔날레나 카셀 도큐멘타 등 메이저 국제 예술행사에도 우리나라 작가들이 당당히 나가고 있고, 메이저 갤러리에서도 한국 작가들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토대를 잘 쌓아간다면 어느 정도의 선 위로 올라설 수 있을 것 같다. 시장이 받쳐주고 있고, 작가들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면서 "이에 공립미술관이 어떻게 발을 맞추느냐에 따라 그 발전 모습이 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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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안 관장이 생각하는 경기도미술관의 방향성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안 관장은 결국 미술관은 '소통 창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팬데믹은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해졌음을 공부한 시기였고, 이는 미술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술관은 동시대 사회에 항상 열려 있어야 하고, 사회가 가진 이슈를 문화의 형태로 대중과 도민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는 규모가 아닌 내실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 "프리즈가 단순히 아트페어만 열고 가는 것이 아니다. 밤늦게까지 갤러리가 문을 열고 모든 미술관이 교류하며, 작가들과 만나는 모든 것들이 연결돼 시너지를 내는 것"이라며 "이러한 것에 경기도미술관도 빠지지 않고 발을 담그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미술관은 16년의 짧지 않은 역사도 있고 학예실도 탄탄하다. 그런 역량들을 펼칠 수 있게 다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은?

▲프랫인스티튜트 대학원 미술사학 석사. 경북대 미술학 박사
▲뉴욕 퀸즈미술관 전시자문, 스페인 아르코 ARCO 주빈국 특별전 프로젝트 디렉터
▲광주비엔날레 정책기획팀장, 전시팀장. 2006~2016년 광주비엔날레 전시진행 총괄
▲강정 대구현대미술제 예술감독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 (Korea Foundation) 글로벌센터 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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