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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공감] 1600만명 건강 책임지는 엄호윤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천경기본부장

김산
김산 기자 mountain@kyeongin.com
입력 2024-05-07 21:12 수정 2024-05-08 10:24

"14년간 불법기관 3조 편취… 특사경 지연땐 재정누수 커져"


저출산·고령화 등 지출증가 예상… 보험재정 수입확충·효율화 필수
특사경 권한남용 우려있지만 일반국민 대상 제외·수사권 제한될 것
3개월내 수사종결 장점 연간 2천억 절감… "건전한 의료생태계" 포부

엄호윤 국민건강보험공단 인턴경기지역본부장9
엄호윤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천경기본부장은 취임 후 두 달이 된 소감으로 전국 인구의 약 3분의1에 달하는 인천·경기지역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인천·경기지역 사정에 누구보다 밝은 '지역 전문가'가 1천600만 지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자리에 올랐다.

엄호윤(57)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인천경기지역본부장은 공단 통합 이후 근무기간 23년 중 본부 주요 보직 기간을 제외한 17년여를 줄곧 인천경기지역본부에 종사했다. 지역본부 말단 직원부터 본부장의 자리까지 이른 흔치 않은 '토박이' 지역본부장이다.

본부 일선에서 공단 차원의 굵직한 과제들을 진두지휘한 뒤 지난 3월 지역본부장에 취임한 지 불과 두 달여 지났지만, 적응 기간이 무색할 만큼 지역의 대내외적 과제 수행에 고삐를 조이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 공단 지역본부로서 책임이 막중할 엄 본부장의 취임 일성을 들었다.

■취임 후 2개월, 소감 밝혀본다면


조직 내 최대 규모인 인천경기지역본부의 본부장 취임은 무척 뜻깊은 일이다. 특히 과장부터 부장 시절까지 긴 기간을 이곳에서 보냈던 만큼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국민의 평생건강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1천664만명, 전국 인구 32%에 달하는 인천·경기 지역민들의 건강한 일상을 지켜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취임과 동시에 지역 현황과 과제들을 면밀히 살피고 있고, 특히 지역사회와 소통을 강화하고자 힘쓰고 있다. 소비자시민단체, 의약단체 등 공단 이해관계자와 꾸준히 소통하면서 지역 지지기반을 촘촘히 다지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기 위해 지난달 시흥지사와 오산지사를 시작으로 현장 경영도 추진하고 있다. 지역별 건강 격차를 해소하고 생애 전 주기 건강지원 서비스를 강화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본인이 진두지휘했던 역점 사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시행된 소득정산제도다. 소득정산제도는 보험 가입자의 실제 소득을 중심으로 보험료를 사후정산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전 국민의 형평성 있는 보험료 부과 기준을 정립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였다. 본부 자격부과실장으로 근무하며 추진한 사업 중 가장 큰 변화를 낳은 사업이기도 했다.

처음 실시하는 제도를 어떻게 하면 국민들께서 쉽게 이해하고 수용하도록 할 것인지를 가장 고민했었고, 지사 현장에서 겪을 민원 혼란도 큰 우려점이었다.

제도 시행 2년차인 올해도 본부를 필두로 언론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고, 정산 대상자 및 이해관계자들에게도 지속적인 사전 안내와 현장 민원 대응책을 마련해 소득정산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른 사업으로는 10년여 동안 이어지고 있는 '담배 소송'이다. 공단은 지난 2014년 흡연의 건강상 폐해를 지적하며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20년 11월 1심 패소 판결 후 현재 항소심 변론이 진행되고 있다.

2021년부터 2년여 동안 법무지원실장으로 지내면서 담배 소송에서 공단이 승소한다면 흡연의 폐해와 치명적인 중독성을 밝히는 의미 있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국민 건강과 재정 보호 관점에서 의미있는 판단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공단은 보험료 부과 기준의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건강보험은 전 국민 가입을 원칙으로 직장가입자·피부양자·지역가입자로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다. 직장과 지역가입자 간 상이한 부과 기준으로 생긴 공정성의 문제는 공단이 해결해야 하는 오랜 숙제다.

지난해 시행된 소득정산제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출발이었다면, 올해는 이 연장선에서 지역가입자의 재산·자동차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지난 2월부터 지역가입자의 재산 보험료 부과 시 기본공제 기준을 5천만원에 1억원으로 확대했고, 가액 4천만원 이상 자동차에 부과되던 보험료는 전면 폐지했다.

이런 변화로 인천·경기지역에서만 지역가입자 112만세대의 보험료가 월 평균 2만7천원 인하되면서 납부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외국인 및 재외국민 피부양자의 보험 가입 기준에 6개월 이상 거주 조건을 두어 일부 외국인의 진료 목적 입국 악용 사례를 방지했고, 실거주 목적 대출을 받은 1세대 1주택자나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금융부채 공제제도'도 디딤돌·버팀목 대출까지 공제를 확대 시행하는 등 합리적이고 공정성 있는 부과 제도로 개선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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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위기 시대, 안정적인 건강보험 재정 대책은


공단은 최근 3년 연속 흑자 재정을 이루었으나, 저출산·고령화 및 만성질환자 증가 등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른 급여비 지출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대비해 보험재정의 수입기반을 확충하고 지출 관리를 합리적으로 전환해 재정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5월 20일부터는 타인의 건강보험증(신분증)으로 부정수급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본인확인 강화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며, 과도한 의료 남용을 방지하고 적정 진료를 이끌어내기 위한 캠페인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부당하게 진료비를 편취하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적발과 재정 환수도 전사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공단 특사경(특별사법경찰)' 도입도 강조해왔는데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혜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필히 재정 누수의 주 원인인 '불법개설기관'을 근절해야 한다. 지난 14년여 동안 이들이 부당하게 편취한 금액만 3조4천억원에 이른다. 이는 인천·경기 지역가입자가 1년 동안 납부한 보험료와 맞먹고, 공단이 의약단체에 제공하는 수가를 5.6%나 인상할 수 있는 금액이다.

불법개설기관 근절에는 동의하나 공단 특사경 도입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기도 하다. 수사기관이 아닌 기관에 고발권과 수사권을 부여해 남용될 것이란 지적 등이다. 하지만 일반 국민과 정상적인 의료기관 등은 수사 대상이 아닌 데다 수사권한도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 의심기관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그럴 여지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으로 공단은 그동안 불법개설기관을 전문적으로 단속해 온 경험이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1천447건의 불법개설기관 단속 경험을 축적해오면서 빅데이터를 융합한 감지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어 전문성이 보장된다. 특사경 도입이 지연될수록 부당수급 금액은 커지고 피해는 누적될 수밖에 없다.

■특사경이 도입될 경우 국민이 기대할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가


불법개설기관을 보다 신속히 단속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현재는 수사기관에 수사의뢰 후 결과 회신까지 평균 11.5개월이 소요되고 있다. 수사가 장기화될수록 그 사이에 재산을 은닉하거나 폐업해 버리기 때문에 환수는 더욱 어려워진다.

공단 특사경은 사건을 인지한 시점부터 송치까지 3개월 내로 수사를 종결할 수 있다. 연간 2천억원의 재정 누수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절감된 재정은 수가 인상과 급여 확대 등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건전한 의료생태계 유지라는 본래의 목적에 사용될 수 있다.

엄호윤 국민건강보험공단 인턴경기지역본부장2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들께 한 말씀 전한다면

인천경기지역본부는 지역사회의 전반적인 건강수준 향상을 목표로 국민 중심의 서비스 기반 확대, 의료 소외계층 지원 등 건강보험의 사회적 책무 이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올해 7월이면 전 국민 건강보험 시행 35주년을 맞는다.

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의 역할이 나날이 커지는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제도 운영을 통해 국민의 대표 사회보장제도로 자리매김하는 건강보험이 되겠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건강'이라는 삶의 원동력을 놓치지 마시고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행복한 일상을 지키실 수 있도록 공단이 늘 함께하겠다.

글/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엄호윤 본부장은?

▲2024년 3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천경기지역본부장
▲2023년 9월~2024년 3월 〃 자격부과실장
▲2021년 7월~2023년 8월 〃 법무지원실장
▲2020년 5월~2021년 6월 〃 급여사업실장
▲2020년 1월~2020년 4월 〃 진주산청지사장
▲2017년 1월~2018년 12월 〃 인천경기본부 행정지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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