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못지키는 동물원법
동물원수족관법 '허가제' 5년 유예
관리사육 매뉴얼 법적 구속력 없고
전문검사관제, 유명무실 '반쪽짜리'
21일 오전 과천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단봉낙타가 철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다. 이곳 낙타 방사장은 시설이 노후화돼 군데군데 도장이 벗겨져있다. 2024.7.2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동물 방치·학대 문제로 몸살을 앓는 동물원의 난립을 막고자 동물원 영업이 허가제로 바뀌는 등 관련 법령이 강화됐으나 이미 운영 중인 동물원은 5년 유예 적용을 받는 데다 새로 도입된 동물원 ‘전문검사관제’ 역시 유명무실해 반쪽짜리 제도 변화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이 시행되면서 동물원 설립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됐다. 그동안 최소한의 전시·사육시설만 갖추면 쉽게 등록이 가능했는데, 야생동물의 특성에 맞는 서식환경을 갖추고 전문 관리인력을 고용한 경우에만 동물원 운영이 가능하도록 규정이 강화된 것이다. 또 이어 개정된 야생생물법을 통해 야생동물에 대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가하는 올라타기, 만지기 등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21일 오전 과천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있는 코아티가 철장 안에 늘어져 누워있다. 2024.7.2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
동물원 운영 관련 정부 지침인 ‘동물원 관리 사육 표준 매뉴얼’이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해당 매뉴얼은 코끼리, 곰 등 특별관리종에 대한 사육 관리 기준을 포함해 국제 표준에 준해 동물별 복지 지침의 세부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국내 첫 환경부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된 청주동물원의 변재원 수의사는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보면 해외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매뉴얼이지만 지키는 국내 동물원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관리·감독을 강화하기엔 현재 매뉴얼로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대전의 한 민영아쿠아리움에서 블랙재규어가 비좁은 우리 안에서 나무 조형물 위에 무기력하게 누워있다. 2024.5.30.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
심지어 환경부는 전문 검사관 위촉 6개월이 지났음에도 이들이 지자체에 검사를 어느정도 나갔는지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수원·고양·화성 등 검사관을 활용할 수 있는 도내 지자체에 문의한 결과 이들은 공통적으로 검사관 요청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검사관 운영 기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문 검사관을 모셔오려면 예산이 수반되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면서 “명확한 (운영) 기준 등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선 운영 지침이라도 마련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전문 검사관 제도 목적은 전문성 보완, 자문 등으로 이들이 공직에 소속돼 상주하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당장 제도가 활성화되진 않았지만 법의 유예기간이 지난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활동 범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오산의 한 실내 동물원에 사막 여우가 전시되어 있다.2024.7.2./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
→ 관련기사 3면(유럽, 정부-민간 2중 감시로 '자정'… 한국, 휴폐업하거나 도망가도 '방치' [시대착오 동물원, 존폐를 묻다·(4-2)])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조수현·김지원·목은수 기자(이상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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