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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난민들이 바라본 연평사태

김민재 김민재 기자 발행일 2010-12-02 제3면

전쟁 안한다는 소식 빨리나와야… 피란민 심리적 안정 필요 입모아

   
▲ 토나 욤비씨
[경인일보=김민재기자]북한의 포격을 피해 어선을 타고 인천으로 대피한 연평주민을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바라보는 낯선 이방인들이 있다. 내전을 피해 머나먼 땅, 이곳 한국까지 피란을 와 있는 '난민'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아픈 경험을 떠올리며 피란민들에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심리적 안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콩고에서 박해를 피해 먼 길을 온 토나 욤비(44·남구 숭의동)씨는 "연평도 사태를 보면서 콩고의 내전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약 4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콩고내전은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정부군과 반정부 세력간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경제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그는 1996년부터 6년간 독재정권의 정보기관에서 '정권의 하수인'으로 일했다. 그러나 독재정권의 무차별적 학살에 회의감을 느낀 그는 반정부 민주화 세력을 도왔다. 이로 인해 콩고에서 두차례 투옥돼 모진 고문을 받았다. 그리고 8년전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왔다.

욤비씨는 "세계 어디든 평화는 항상 위협당하게 마련이다. 이것을 지키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며 "한국은 나에게 보금자리가 돼줬다. 한국이 빨리 안정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북한의 포격으로 연평 피란민들도 자신이 예전에 겪었던 공포를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한 그는 "정부가 이들을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안정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난민 로넬 차크마(38·김포시 양촌면)씨도 포격을 받은 연평도를 바라보면서 참혹했던 고향의 모습이 떠올랐다.

함께 지내고 있는 방글라데시 출신 친구들도 공포로 몸을 떨었다고 그는 전했다.

올해로 한국 생활 15년 차인 로넬씨의 고향은 방글라데시 동남쪽의 치타공 산악지대(CHT).

이 지역은 '줌머족'이라 불리는 방글라데시 13개 소수민족이 모여 사는 곳으로, 정부군의 탄압과 게릴라전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로넬씨는 "한순간에 마을이 타버리고 모든 것을 잃어버렸던 그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지금 연평도 피란민들이 얼마나 힘들겠냐"고 걱정했다.

그는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전통, 문화, 환경 모든 것을 잃게 됐을 때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국에 왔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일단 피란민들은 심리적으로 안정시켜줘야 한다"며 "그들에게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신을 주는 발표나 소식이 빨리 나왔으면 한다"고 했다.

로넬씨는 "북한이든 남한이든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며 "세계에서 분쟁과 갈등이 사라질 날을 소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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