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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하소연 할 곳조차 없었던 '소외된 슬픔'

특별취재반 기자 발행일 2014-04-22 제2면

단원고 위주 대책반 운영 등 일반인 실종자 가족 '답답'
소리못내는 고통… 대책위 포함되고도 입장차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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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 사진은 실종자 가족들의 절망과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는 21일 오후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는 모습. 진도/임열수기자
"우린 누구에게 슬픔을 호소하나요."

A씨는 진도실내체육관을 홀로 지키며 아내의 행방을 찾고 있다. A씨는 아내와 제주도 여행을 가기 위해 비행기 티켓을 끊어두었다가 한시라도 일찍 출발하고 싶은 마음에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고 여객선표를 끊었다.

난간에 있던 A씨는 배가 침몰하자 얼떨결에 쓸려 바다로 나왔지만, A씨의 아내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후 단원고 학부모들은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들이나 교사들에게 현 상황을 묻고 있지만, A씨는 누구에게 질문을 해야할지 몰라 속이 까맣게 탔다.

B씨의 아내는 초등학교 친구들과 환갑여행을 간다고 떠난 뒤 돌아오지 못했다. B씨는 지난 19일 오후 일반인 가족 대표가 포함된 실종가족대책위원회가 열릴 때까지 구조 현황 등의 정보를 하나도 얻지 못했다.



이전까지 단원고 중심으로 대책반이 운영되다보니 일반 승객 가족들은 의견을 말하기 힘들고 대책반이 정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인천시 관계자 C씨는 인천시 소속 피해 가족을 위해 20명씩 2교대로 지원을 나오는 등 신경쓰고 있지만, 해당 가족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C씨는 일반 승객 가운데 단원고 학생들과 나이 차가 얼마 안나는 19·20살 피해자들에 대해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단원고 학부모들이 울분을 토하며 경기도교육청, 안산시 등에 항의할 때 세월호에 탄 일반 승객 가족들은 구석에서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이 조용히 슬픔을 삭여야만 했다.

세월호에 탑승한 476명의 승객중 단원고 학생 325명, 교사 14명, 선원 29명을 제외한 108명이 일반승객이었지만, 대부분 피해자가 학생들이다보니 그동안 학부모들 위주로 모든 일이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뒤늦게 지난 19일 오후 실종가족대책위원회(단원고 각 반 대표 10명, 일반인 가족 2명, 선생님 가족 1명)가 구성됐지만, 여전히 피해 가족간 입장차가 있는 상태다.

B씨는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마음이 어떨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언론은 물론 모든 조치가 학생부팀들 위주로 진행돼 외롭고 힘들다"며 "아내의 행방에 대한 조그마한 정보라도 듣고 싶은데 담당자들이 진행 사항을 모를 때가 많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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