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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가득 한가위]인천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김환중 인천시 무형문화재 단소장

이현준 이현준 기자 발행일 2014-09-05 제18면

"너 밖에 없다" 아버지 유언… 단소 제작 반평생 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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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끓여 갈라짐 방지 장기건조
'바로잡기' 과정후 지공뚫기 구슬땀
음 조율 위해 국악원서 10년간 공부
조상들 숨결·소리 결 계승 '자부심'


지난 3일 인천시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에서 만난 김환중(75) 인천시 지정 무형문화재 단소장(短簫匠)은 단소를 만드는 일에 여념이 없었다.

인천시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은 전통문화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최근 문을 열었다.

그는 나무로 된 틀에 단소가 될 대나무를 올려 놓고 전통방식의 '돌대 송곳'으로 연신 지공(손가락으로 막고 여는 구멍)을 뚫었다.



단소를 만드는 그의 익숙해 보이는 팔놀림 하나하나에서 단소 제작 경력 40년이 넘은 그의 내공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단소장이 됐다. 직장생활을 하던 30대 초반부터 주말을 이용해 단소 만들 때 필요한 대나무를 구하는 일부터 연장을 구하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고 아버지를 도왔다.

단소를 만드는 일도 틈틈이 익혔다.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그의 아버지는 유언으로 "(단소 만드는 일은)너밖에 할 사람이 없다. 잘할 수 있느냐"고 했고, 그는 "잘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그렇게 1990년 단소장이 됐다.

그는 간단할 것 같은 단소 만드는 일은 의외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단 단소가 될 대나무를 구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4~5년생 대나무가 단소를 만드는 데 좋다. 지름은 22㎜, 길이는 800㎜ 정도면 적당하다. 경험상 가장 소리가 잘 나는 크기라는 게 김환중 단소장의 설명이다.

이런 대나무는 쉽게 구하기가 어려워져 충남 서천에 3천300여㎡ 정도 부지를 마련해 단소 만들 대나무를 따로 기르고 있다고 했다.

단소 크기로 잘린 대나무는 소금물에 넣고, 100℃의 물에 8시간 정도를 끓여야 한다. 대나무에 있는 기름을 제하고, 나무가 갈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 뒤 5개월 정도를 그늘에서 건조해야 한다. 이 과정을 마친 대나무는 '바로 잡기'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곧은 대나무라도 어딘가 조금이라도 휘어져 있게 마련이라 이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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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휘어진 부분을 가열해 힘을 줘 대나무를 펴는 작업을 몇 번이고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나무가 곧잘 깨지고 부러지고 해서 아주 어려워요."

'바로 잡기' 과정이 끝나야 비로소 구멍을 뚫는다. 대나무 안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지공을 뚫는다. 여기에 취구(입김을 불어넣는 구멍)까지 파면 단소의 기본형태는 갖춰진다.

단소의 형태가 갖춰졌다고 해서 작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단소가 음계별 정확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조율'하는 과정이 남은 것이다. 다른 제작 과정에 비해 더 많은 신경이 쓰이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는 이를 위해 국립국악원에서 10여년간 따로 연주법 등을 교육받기도 했다. '단소를 연주할 줄 알아야 정확한 음을 내는 단소를 만들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이 바탕이 됐다.

여기까지 마무리되면, 고운 사포로 단소 외부를 다듬고 대나무 마디 사이 약한 부위에서 나타날 수 있는 '터짐'을 막기 위해 실을 감는다. 이런 여러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하나의 단소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는 "간단해 보인다고 금방 만들 수 있는 악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환중 단소장은 "조상의 숨결과 소리 결이 숨어있는 악기가 바로 단소"라고 했다. 문헌상으로는 조선 시대 말기에야 단소가 확인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서민에게 사랑받는 악기였다고 했다.

이런 단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못내 아쉬운 점이다. '그까짓 피리'쯤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단소가 워낙 비인기 종목이라 단소 제작을 배우려는 사람들도, 단소 연주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적다"고 했다.

김환중 단소장은 "이번에 문을 연 문화재 전수관이 잊혀가는 단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시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은 사업착수 7년여 만에 최근 공사를 마치고 문을 열었다.
김환중 단소장 같은 무형문화재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무형문화재의 체계적인 보존과 전승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인천시 남구 도호부청사 인근 4천380여㎡ 규모 터에 210억원 가까운 사업비가 투입됐다.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7천130여㎡ 규모다. 이 같은 규모의 무형문화재 전수관은 전국적으로도 드물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곳엔 김환중 단소장을 비롯, 규방다례(이귀례), 휘모리잡가(김국진) 등 인천시 무형문화재와 황해도 평산 소놀음굿(이선비),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김금화) 등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등 총 27가지 무형문화재가 입주를 마쳤다.

전통 제작 기술 같은 기능분야 무형문화재는 물론 무용과 민요 등 예능분야 무형문화재까지 모두를 아울렀다.

이들은 이곳에서 앞으로 무형문화재 전수와 계승을 위한 교육과 전시, 공연활동을 진행하게 된다. 시민 대상 교육과정도 운영한다.

이 같은 활동을 위한 공간도 충분히 확보했다. 전수교육관은 무형문화재 전수와 제작 등을 위한 공방은 물론 상설전시실과 홍보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189석 규모의 실내공연장과 660㎡ 면적의 야외공연장 등 공연 공간도 마련됐다.

한옥 양식을 적용해 만든 전통문화체험관도 운영된다. 이곳에선 규방다례 등 다양한 무형문화재 체험행사가 열리게 된다. 무형문화재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유도하고 인천을 찾은 관광객에게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전수교육관은 전통과 현대가 한자리에서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무형문화재의 전승과 계승을 위한 '메카'가 될 준비를 마친 것이다.

김환중 단소장은 전수교육관이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는 중심으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했다. "당장 전수교육관이 생겼다고 해서 금방 무형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진 않겠지요.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차츰차츰 나아졌으면 해요. 단소를 배우는 사람도 많아지고. 이번 전수교육관이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는 중심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저도 노력할 겁니다."

/이현준기자
사진/임순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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