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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연의 영화 톡 세상 톡] 새로운 컬트의 탄생: ‘무서운 집’

이대연 기자 발행일 2015-12-11 제18면

비일상적 기괴함속 귀신의 존재
현재 우리삶의 위기 보여주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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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하다. 여주인공이 호러퀸의 면모를과시하며 비명을 내지를 때도 섬뜩하고 공포스럽기보다는 오히려 당혹스럽다. 무한정 밥을 먹고 김치를 담그는가 하면 뜬금없이 책을 읽기도 한다. 마네킹 모습을 한 귀신은 어설프기 그지 없다.

이야기라고 할만한 것도 없다. 새집을 사 이사온 주부가 남편이 출장을 떠난 후 나타난 귀신을 물리친다.무엇보다 봐야 할 장면은 예고편에서 다 봤다. 도대체 이 영화의 정체는 무엇일까?

양병간 감독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1993)이라는 기묘한 제목을 기억하는 영화팬들은 있을 것이다.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준 에로영화로 제목이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오랜만에 나온 그의 신작 ‘무서운 집’이 하제다.

비난과 조롱에서 전복적이라는 호평까지 평단과 관객, 네티즌의 호불호는 극단적이다. 인터넷 포털의 평점은 9점 대에 육박한다. 병맛 영화를 다루는 한 팟캐스트에서는 이 영화를 극찬하기도 했다. 2015년 한국의 컬트는 단연코 ‘무서운 집’인 듯하다.



이전에도 유사한 현상을 보인 영화가 있었다. ‘클레멘타인’(2004)의 경우 네티즌들에 의해 포털사이트 영화평점이 9점을 훨씬 상회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악동의 놀이에 가까웠으며 망작에 대한 조롱과 야유의 성격이 더 강했다. 해석이 아닌 전설 만들기 놀이였던 셈이다.

그런데 ‘무서운 집’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해석이 이루어지고 잇다. 1인영화에 대한 격려에서부터 기법적인 전복성에 대한 찬사까지 각양각색이다. 그건 아마도 대자본에 의한 급박한 산업화와 한국영화의 매너리즘에 대한 질책일 것이다.

기묘한 매력에 이끌려 영화를 보다 보면 의도적인 어설픈 연출과 연기에 키득거리다가도 정체 모를 공포를 느끼게 된다. 새로 이사온 집의 휑뎅그렁함과 일상적이지만 그 행동들을 바라볼 때의 비일상적 기괴함, 그리고 ‘집’이라는 공간에 잠재하고 있는 귀신의 존재는 현재 우리 삶의 위기를 보여주는 듯하기 때문이다.

마치 엄청난 융자를 끌어안고 산 집 같은 느낌이랄까. 어쩌면 ‘무서운 집’에 대한 열광적 관심은 단지 신기한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라기보다는 점점 막장드라마 같은 황당함과 코미디로 치달아가는 정치·경제적 환경으로 인해 우리 삶에 깃드는 공포를 반영한 것은 아닐까.

/이대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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