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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연의 영화 톡 세상 톡] 한국형 산악영화: ‘히말라야’

이대연 기자 발행일 2015-12-25 제14면

감동 배가위한 작위적 장치
오히려 몰입 방해…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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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정의 쾌감과 스릴을 보여주지 않는다. 자연의 웅대함이나 등반 과정에 대한 사실적 묘사도 아니다. 극단적 상황에 놓인 인간의 이기적 본성에 대한 묘파는 더더욱 아니다. 등반의 목적이 다르기에 영화의 성격도 다르다. 그들은 정상에 이르기 위해 올라가지 않는다. 산에서 내려오지 못한 동료를 찾으러 간다.

산 자들이 죽은 자를 찾기 위해 산을 오른다. 그러므로 그들의 등반은 올라감 보다는 내려옴에 목적이 있다. 상승이 아니라 하강에, 모험이 아니라 귀환에 그 초점이 맞춰진다.

이석훈 감독의 ‘히말라야’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휴먼 원정대’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등반이 정상 정복이라는 과정 속에서 자연과의 대결, 혹은 합일을 통해 인간의 강인함에 대해 말하는 반면 ‘휴먼 원정대’는 내려옴의 과정을 통해 인간 상호 간의 유대와 관계의 회복에 대해 역설한다.

무택(정우)의 죽음을 두고 “산에 올랐고 산이 되었다”고 말하는 동규(조성하)에게 “올라갔으면 내려와야지”라는 홍길(황정민)의 말은 등반 역시 사람의 일임을 일깨운다. 어쩌면 등반의 목적이 오름이 아니라 내려옴에, 모험의 여정이 아니라 일상으로의 귀환에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들은 시신을 끌고 내려오지 않는다. 돌무덤을 만들어 망자를 떠나보낸다. 결국 휴먼 원정대의 목적은 장례와 애도이다. 돌무덤은 산이 아니라 원정대의 마음속에 쌓인다. 등반이라는 산의 이야기를 애도라는 인간의 이야기로 끌고 내려오는 것이다.

이석훈 감독은 자연의 위용과 등반의 혹독함을 보여주는 전반부와 홍길을 위시한 등반대가 무택(정우)의 시신을 찾으러 가는 휴먼 원정대를 그린 후반부로 나뉘는 영화의 이원적 구성이 갖는 위험을 영리하게 돌파하며 관객을 원정대의 감정에 이입시킨다. 황정민과 정우를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는 단단하다.

실화에 바탕한 영화들이 그렇듯이 영화의 사실성이 전달하는 감동은 진하다. 그러나 실화의 감동이 곧 영화의 감동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적 감동을 배가시키기 위한 작위적 장치들은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 감동이라는 당위가 신파를 용인하는 면죄부가 되지는 못한다. 한국형 산악영화를 기대했던 ‘히말라야’에 아쉬움이 남는 까닭이다.

/이대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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