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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연의 영화 톡 세상 톡] '그날의 분위기' 로코니까 괜찮아?

경인일보 발행일 2016-01-22 제16면

납득하기 힘든 '우연의 연속'
뻔한 공식 쫓는 진부한 K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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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가 빠르다. 그 안에서 남자가 옆자리 여성에게 작업을 건다. 노골적이고 무례하다. 여자는 불쾌하지만 공교롭게도 비즈니스로 그와 엮이게 된다. 우연에 우연이 겹친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한 목적으로 '그날'을 보내면서 여자는 점차 그의 매력을 만나게 된다. 마치 KTX가 정해진 노선을 가는 것처럼. '그날의 분위기'는 로코니까.

조규장 감독의 '그날의 분위기'는 젊은 남녀의 '원나잇'을 소재로 한 로맨틱코미디영화다. 우연히 기차 안에서 만난 '맹공남'과 '철벽녀'의 공방은 흥미롭다. 김재현 역의 유연석과 배수정 역의 문채원은 달달한 케미를 보여준다.

그러나 현실성을 배제한 '그날'이라는 판타지같은 시간에 기댄 영화는 한여름 밤 꿈처럼 느껴진다.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 자체가 일종의 판타지이기는 하다. 두 남녀가 만나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사랑에 이르는 로맨틱코미디의 전형은 현실에서는 좀체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그 판타지를 관객들로 하여금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 매력적인 캐릭터와 로코의 장르적 관습이다. 그런데 '그날의 분위기'는 이런 요소들이 매끄럽지 못하다.

남녀 캐릭터는 적당히 매력적이고 연기도 어색하지 않다. 그렇지만 원나잇이라는 소재는 묘하게 참신하지 못하다. 더구나 원나잇으로 출발해 사랑으로 가는 이야기 전개는, 과거를 참회하고 진심과 진실로 이행하는 도덕 교과서처럼 진부하다.

게다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로코라는 장르적 관습에 짓눌리는 뻔한 전개는 충실함을 넘어 단지 답습하는 느낌이다. 기능적으로 배치된 조연진도 극의 흐름에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

원나잇이라는 소재는 마치 KTX의 속도를 연상시킨다. 사랑에 있어서라면 완급이 문제가 될 일은 아니다. 노선을 따라가는 충실성도 장르에 있어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러나 KTX의 속도와 안정감은 정밀함에서 비롯된다. 무리하게 우연에 기대는 황당한 전개를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섬세한 묘사와, 수긍 가능한 이야기 전개가 아쉽다.

/이대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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