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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긴박했던 사고, 유가족 오열]칠흑서 불쑥 나타나 '충돌'… "강한 바람속 왜 출항했나"

경인일보 발행일 2017-12-04 제22면

실종자 야간수색
3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야간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야간수색에는 해경과 군의 항공기 3대와 함정 20척, 관공선 1척이 투입됐다. /취재반

"뒤 불빛, 1분 안돼 갑자기 쾅"
바다 빠진 3명 그물 잡고 구조
깨진 창으로 위로 올라오기도
사망자 고대안산병원 등 안치
"CCTV 마지막 모습 공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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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유선을 향해 살려달라고 소리쳤어요. 그 배에서 던져준 그물망 덕분에 살았습니다."

선창1호(낚싯배)의 왼쪽 선미와 급유선의 오른쪽 선두가 충돌할 당시 선창1호 선미 바깥에 서 있던 서모(37)씨 등 3명은 두 배가 충돌하자마자 바다로 튕겨 나갔다. 이들은 스티로폼을 붙잡고 바다에 떠있다 급유선에서 던진 그물망을 잡고 '구사일생'으로 구조됐다.

충돌을 직접 목격한 서씨는 낚싯배 뒤에 오던 급유선이 '갑자기' 들이닥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서씨는 "불빛을 통해 뒤에 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깜깜한 곳에서 급유선이 갑자기 나타나 낚싯배를 들이받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생존자 송모(42)씨는 충돌의 여파로 깨진 창문 덕에 가까스로 구조됐다. 송씨는 충돌 직후 선실 안에 갇혔지만, 깨진 창문을 통해 전복된 배 위로 올라가 구조됐다.

에어포켓(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 물에 잠기지 않아 형성된 공기층)에서 1시간 넘게 구조를 기다리다 가까스로 구조된 생존자들도 있다. 심모(31)씨 등 3명은 전복된 선창1호 내부 조타실의 에어포켓에서 기다리다가 해경 인천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이들처럼 생존한 것으로 확인되는 7명의 건강은 대체로 양호한 상태다.

서씨 일행 3명과 송씨는 현재 길병원에서 안정을 취하는 중이고, 시흥 시화병원으로 이송된 심씨와 정모(30)씨는 전원을 희망해 거주지 인근 병원으로 이동했다.

사망자들이 이송된 병원에는 황망한 표정으로 망자를 확인하기 위한 유가족들의 발걸음이 잇따랐고 곳곳에서 오열했다.

안산 고잔동 고대안산병원에 안치된 유모(47)씨의 부인 박모씨는 "아침에 신랑이 전화를 안 받아서 느낌이 좋지 않았다"면서 "함께 낚시를 간 적도 있는데 이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날 줄 몰랐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함께 낚시를 간 유씨의 후배인 이모(36)씨는 시화병원에 안치됐다.

이씨의 유족은 "바람이 많이 불고 바다 상태가 안좋았다던데 누가 출항 허가를 내준거냐"며 "이씨의 마지막 모습이라도 보게 배 안에 설치된 CCTV를 유가족들에게만이라도 공개해 달라"고 호소했다.

해경측의 실수로 유가족들은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고(故)이모(50)씨가 인하대로 이송된 사실을 모르고 시화병원을 찾은 이씨의 유가족들은 "인하대병원으로 가고 있다가 해경 측이 시화병원이라고 해서 여기로 왔다"며 "사망 소식에 황급히 달려왔는데 이럴 수가 있냐"고 토로했다.

한편, 해경 관계자는 시화병원 장례식장에서 "시신은 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서 CT 촬영 등 간이 검시를 한 뒤 유족들에게 인계될 것"이라고 앞으로의 일정을 설명하며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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