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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잃어가는 숲, 방향잃은 숲 가꾸기·(中)]형식·미관 치중… 멈춰버린 도시숲 조성

권민지 권민지 기자 발행일 2019-04-02 제3면

우레탄 놀이터만… '숲' 없는 아파트, 편의시설 위주 '녹색빛깔' 잃은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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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숲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아파트와 일반 건축물 등에 조성되는 숲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수원시 권선구 도심속 옥상정원.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3천여 가구 입주한 아파트에
200그루뿐… 공공관리 제외돼
法상 '공원' 운동시설등 포괄
녹슬고 잡초 무성 곳곳 고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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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여 세대가 입주한 안양 소재 A아파트.

 

이곳 아파트에 식재된 나무는 200여 그루가 채 되지 않는다.

산을 깎은 곳에 지은 아파트이기 때문에 뒤편으로 빽빽하게 나무들이 있긴 하지만 단지 내에는 '숲'을 찾을 수 없다. 주민들의 생활 동선 주변은 상가 건물과 우레탄이 깔린 놀이터만 존재할 뿐이다.

이마저도 몇 년 사이 불어닥친 미세먼지 영향으로 놀이터를 이용하는 주민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지난달 29일 오후 여주 남한강 인근 한 공원. 잡초가 무성한 가운데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널려있고 그 옆에는 다 쓰러진 일회용 텐트가 내팽개쳐져 있다.

남한강을 따라 심어진 나무들 주변에는 잡목이 무성하다. 초록빛으로 물들어야 할 공원이 갈색빛 잡초들로 뒤덮여있다.

수원 광교 인근의 공원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공원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체육 시설들도 사람 손을 탄 지 오래된 듯 녹슨 채 방치돼 있고 먼지 쌓인 벤치가 나란히 있다.

곳곳에 내버려진 고사목(죽은 나무) 사이에서 올봄에 푸른 잎을 내야 할 어린나무들은 생장을 멈춘 상태다. 도시숲 조성 관련 정책이 형식과 미관에만 치우쳐 있다는 주장이 피부로 느껴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설계부터 숲보다 주민 편의시설 위주로 진행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후 유지관리까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현행법도 허점투성이다. 공원녹지법상 '공원'의 개념은 나무 등 녹지부터 그네 등 유희시설, 수영장 등 운동시설, 주차장 등 편익 시설까지 모두 포괄한다.

실제 도내 시·군 도시계획시설 상 공원은 6천220개로 이 중 3천840개가 운영 중으로 시·군 당 100~400개를 관리하며 10여명의 공무원이 이를 총괄 관리한다. 아파트 숲은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도시 숲을 확대하기 위해 아파트와 일반 건축물에 조성되는 숲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박경진 한양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이제 도시 숲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민간 부문의 도시 숲 공간도 이제는 관리대상에 포함하고 공공분야도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민지기자 mean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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